가스등(Gas燈)은 가스의 점화에 의하여 조명을 얻는 장치를 말한다. 가스를 도관(導管)으로 실내등 또는 가로등에 연결하여 연소·발광시킨다. 전등의 발명에 따라 쇠퇴되었으나, 일부의 외국 도시에서는 아름다운 색광(色光)을 얻기 위하여 아직도 가로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화가 고흐(Vincent van Gogh,1853~90)는 1880년 브릐셀 미술학교에 입학, ‘감자먹는 사람들’을 정점으로 주로 생활의 어려움으로 고통 받는 인간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그는 어둡고 무거운 색채의 시대를 힘겹게 네덜란드에서 보냈다. 그는 특히 파리 부근의 풍경, 자화상 등을 즐겨 그렸다. 불타오르는 듯한 필치와 강렬한 색채로 고뇌에 찬 영혼을 유감없이 표출(表出)시켜, 후에 야수파·표현파 등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 대표작으로는 ‘해바라기’, ‘앵글르와(Anglois)의 다리’, ‘자화상’과 ‘사이프러스(Cypresses) 있는 보리밭’ 등이 있다.

고흐가 화가로 대성하기 전에 쓴 편지를 수록한 서간집이 있다. 일반적으로 ‘고흐의 편지’라고 하면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냈고 뒷날 테오의 미망인 보르겔이 편집한 ‘고흐의 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가리킨다. 편지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는 천재적인 화가일 뿐 아니라, 깊이 느낀 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탁월한 문학적 재능의 소유자였다.

형과 같이 깊이 맺어져 있던 동생 테오는 고흐의 사후 약 반년 만에 죽었다. 보르겔 미망인은 고흐가 죽은 후 25년간 노력하여 이 편지의 네덜란드판과 독일판을 1914~15년 동시에 출판하였다. 그 후 이 편지의 영역(英譯)에 자신이 직접 착수하여 10년 후 최후의 편지를 번역하려다가 그만 1925년에 죽었다. 후에 영역판은 1927년에 출판되었다.

빈센트 반 고흐가 1888년에 그린 ‘밤의 카페테라스’는 여름밤을 그린 그림 중에서 출중한 작품이다. 무대는 프랑스 남동부의 작은 도시 아르(Arles)이다. 어두워지는 하늘에서 별들은 빛나고 거리의 카페는 환한 등불아래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차츰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하늘과 카페가 푸른색과 노란색의 현란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밤의 하늘은 어두운 파랑으로, 카페는 내부와 테라스까지 모두 밝은 노란색으로 진하게 칠해져 있다.

고흐가 살았던 1800년대 후반기 유럽의 조명은 지금 수준으로 보아 퍽 낙후되었는데 대부분이 가스등이었다. 이것을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와사등(瓦斯燈)이라고 불렀다. 가스등은 그때까지 사용해 왔던 양초나 석유램프보다 냄새가 덜 났고 가격도 비교적 쌌다. 뭐니 뭐니 해도 양초나 석유램프와 같은 그때까지의 조명보다 무척 밝았다. 그래서 당시 유럽 거리의 가로등과 실내조명등은 발 빠르게 가스등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가스등은 석탄가스를 도관(導管)에 흐르게 하여 불을 켜게 하는 등이다. 고흐는 인상파(印象派)의 영향을 받아 대담한 터치로 율동적인 선과 밝고 격렬한 색조의 독특한 화풍을 확립하였다. 아를은 프랑스 남부, 론강 하류의 왼쪽 기슭에 있는 고도(古都)이다. 고대 로마풍의 원형 극장과 성(聖) 트로핀 성당 등의 유적이 남아 있다.

가스등은 연소되는 온도가 높을수록 점점 불빛이 흰색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온도가 낮아질수록 푸른색, 노란색 그리고 빨간색의 순서로 순차적으로 바뀐다. 값이 싼 가스등의 불빛은 노란색이나 오렌지색에 가깝다. 개량된 심지를 사용하는 가스등은 흰색이 섞인 푸른빛을 냈지만 역시 그만큼 값이 비쌌다.

가스등은 편리했지만 그에 따라 단점도 많았다. 등 안에서 가연성 기체가 타면서 불완전연소에 의한 그을음이 생겨났고 따라서 그만큼 화재가 일어날 위험성 또한 많았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가스등을 주 조명으로 사용했던 많은 극장에서는 화재가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1879년에 미국의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Thomas A. Edison;1847~1931)이 탄소필라멘트를 사용하여 전구를 발명하자 가스등 조명등은 급속히 전구로 대체해 나가기 시작했다.

고흐가 ‘밤의 카페테라스’를 그릴 당시에 값이 싼 독주인 압생트에 많이 중독된 상태였다고 한다. 압생트(absinthe)는 향쑥이나 아니스(anise:미나리과)등을 주된 향료로 써서 만든 리큐어의 한가지이다. 알코올 분 70% 정도로 독하고 쓴 녹색의 양주(洋酒)인데, 근래는 향쑥을 쓰지 않고 알코올분도 45% 정도의 것이 많은데 프랑스가 주산지이다.

테르펜(terpene)은 식물 정유(精油)에 함유되는 탄화수소 C10H16을 가진 것의 총칭이다. 또는, 그 유도체(誘導體)이다. 장뇌(樟腦)·박하뇌(薄荷腦)·비타민 A 등인데, 향료·의약품 등의 원료로 쓴다. 압생트에는 시신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테르펜이라는 유도체가 많이 함유되어있다고 한다.

값싼 압생트에 쪄들은 고흐는 이때쯤 시신경이 많이 훼손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노란색에 심히 예민한 상태였다고 한다. ‘밤의 카페테라스’뿐 만이 아니고 고흐의 ‘해바라기’ 역시 다른 화가들과 비교해서 유난히 노란색에 치중해서 그 도(度)에 있어서도 강렬했다.

그가 이 그림을 그린 1888년쯤이면 에디슨이 필라멘트 전구를 발명한 이후지만, 파리에서도 멀리 떨어진 시골구석까지 전구가 보급되어 있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압상트술에 반쯤 취한 고흐의 눈에 비친 카페테라스는 싸구려 가스등이 켜진 곳에 그것도 밤중에 노란색으로 몹시 휘황찬란하게 빛났을 것이다.

노란 가스등 불빛으로 대낮과 같이 환하게 빛나는 밤의 카페테라스와 흙빛 같은 푸른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들은 영원한 빛의 노스탤지아와 같은 아련한 영감과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엇을 고흐는 잠시나마 느꼈을 것이다. 그 앞에 놓인 정경, 그의 그러한 확신과 힘은 결국 위대한 작품으로 남아 지금껏 세상 사람들에게 영원히 비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