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소설가·극작가 카뮈(Albert Camus:1913~60)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레지스탕스 운동에 참가하고, 부조리(不條理)의 철학을 논한 ‘시지프의 신화’로써 실존주의(實存主義)를 더욱 심화 시켰다. 후에 평론 작품 ‘반항적 인간’을 두고 프랑스의 소설가·철학자 사르트르(Jean-Paul Sartre:1905~80)와 격렬한 논쟁을 벌인 사건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57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주요작품에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이방인(異邦人)’과 ‘페스트’ 등이 있다.

프랑스의 작가 카뮈가 지은 장편소설 ‘페스트(La Peste)’를 1947년에 발표하였다. 페스트 병이 휩쓴 알제리의 어느 도시를 무대로 주민들의 절망과 불안을 그리는 한편, 그것이 어떻게 뜨거운 연대성으로 나타나는가를 적나라하고 아름답게 묘사하였다.

페스트(pest)는 페스트균에 의한 급성 전염병이다. 오한·고열·두통·권태·현기증이 나며, 피부가 흑자색으로 변한다. 사망률이 높은데, 흑사병(黑死病)이라고 번역한다. 페스트균(pest菌;Pesteurella pestis)은 페스트의 병원균이다. 원래는 쥐나 야생 설치류의 병원균인데, 벼룩 등의 곤충이 매개하여 사람에게 전파된다. 그람 음성(Gram陰性)의 작은 간균(桿菌)으로, 극염색성(極染色性)을 나타낸다. 1894년 프랑스의 예르생(A.E.J.Yersin)이 발견하였다.

중세유럽에서는 페스트가 퍼져 일시에 수천만 명이 사망한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났다. 쥐벼룩을 통해 전염되어 확산되는 페스트는 다른 전염병(傳染病)들과 마찬가지로 발병 당시 병의 원인이나 치료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페스트는 이를터이면 생의 끝, 곧 죽음을 의미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1940년대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해안가 도시인 오랑에서 가공할 흑사병이 창궐하는 것으로 대단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느 날 의사 베르나르 리외는 자신의 진찰실을 나가다 계단에 쥐 한 마리가 죽어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다. 이후 쥐들이 건물 밖으로 기어 나와서 피를 토한 채 죽어가는 일이 벌어진다. 급기야는 오랑 시민들이 오한과 고열(高熱)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하며 몸부림치다가 죽어가기 시작한다.

즉시 리외는 페스트가 창궐하기 시작했다고 확신하고 정부 당국에 즉각적으로 신속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탄원하였다. 그러나 시청은 이 요구를 무시한 채 차일피일하다가 시간만 무심히 흐르는 사이 많은 사람이 페스트에 감염되고 만다.

점점 사태가 악화되어가자 시 당국은 뒤늦게 서야 오랑 시 전체를 외부로부터 철저한 격리 조치를 내리게 된다. 그 당시 오랑 시에 있던 사람들은 페스트에 아직 걸리지 않았더라고 할지라도 도시 밖으로 한 발자국도 떠나지 못하게 된다. 그들은 삽시간에 오랑 시에 갇힌 사람이 되어 꼼짝없이 언제 닥쳐올지 모를 무서운 죽음을 마냥 앉아서 기다려야 하는 참담한 처지에 놓였다.

의사인 리외는 묵묵히 그러나 바쁘게 페스트에 걸려 신음하는 사람들을 정성껏 보살핀다. 오랑시를 취재차 왔다가 재수 없이 발이 묶인 랑베르 기자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어떻게든 오랑시를 빠져 나가려고 이리저리 애를 써본다.

한편 파늘루 신부는 이번의 페스트는 오랑시민들이 과거에 지은 죄악에 대한 하느님이 내린 일종의 징벌이라고 설교를 한다. 범죄자 코타르는 이제 다른 사람들도 언제 페스트에 걸릴지 모른다. “따라서 모두가 죽음의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고 마구 떠벌이면서 모두가 공포에 질려 떨고 있는 상황을 고소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몇 달이 지나자 사람들은 단결해서 흩어진 서로의 힘을 모으기 시작한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맥없이 쓰러지기보다는 차라리 힘을 합쳐서 과감히 대적하기로 한 것이다. 엉뚱한 심사를 가졌거나 딴 마음을 먹었던 사람들도 일치단결해서 페스트 확산을 막는 대열에 과감히 앞장섰다.

우리 인간은 어느 누구도 죽음을 비켜갈 수 없다. 모든 생명은 태어나고 삶을 영위하며 종국에는 죽는다. 삶이 모순 덩어리이고 고난의 연속이라 할지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숭고한 삶에 의미와 중요성을 인지하고 부여해야 한다. 또한 주어진 여건아래서 우리의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 이라고 한다.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캄캄한 폐쇄된 도시에서 좌절하지만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우리의 삶을 인정하고 긍정하고 사랑을 실천한 사람들의 참 모습을 본다. 삶의 본질과 희망과 절망사이에서 정말로 앞으로 세상의 모순과 부조리 속에서 인간이 갖는 위대함이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극복하기 불가능한 시련 앞에 놓인 그들의 위대한 선택이었고 부조리한 세상에서 피어난 희망의 서사시이다. “우리 시대의 인간의 정의를, 탁월한 통찰과 진지함으로 밝힌 작가”로 카뮈는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