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엽 전기연구원 원장

안녕하십니까. 새해 좋은 꿈들 꾸셨습니까?

새해 업무를 시작하는 오늘, 2016년 한해를 되돌아보면, 나라와 사회 전체적으로 여러 변화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혼란과 어려움을 오히려 한국사회의 기회와 미래로 삼는 긍정적·적극적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볼 때, 우리나라가 단기적으로는 갖가지 혼란과 어려움들을 겪기도 해 왔지만, 길게 보면 조금씩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배를 함께 타고 있는 우리 국민 개개인이 어떤 목표와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협력하고,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KERI 가족 여러분!

국가사회가 혼란할수록 출연(연) 구성원들은 외부 환경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과학기술인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출연(연)은 미래 핵심기술 개발의 주역으로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우리 KERI 임직원들에게 주어진 사명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몇 가지 사항을 특별히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향후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로봇과 에너지 및 의료기기 분야 연구개발에 주력해 주십시오. 앞으로 미래 산업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통신 및 센서 관련 기술들이 결합된 로봇기술과 에너지 관련 기술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으며,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도 대응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급격한 노령화 사회 진입이 현실로 다가옴에 따라 다양한 의료기기들의 중요성도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 분야는 향후 우리 KERI가 주력해야 할 분야들이며, 이미 기반 기술을 갖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로봇과 에너지, 의료기기 분야에서 우리 KERI가 어떤 전략으로 접근해 나갈 것인지, 아직 많은 고민도 필요합니다.

둘째, 국가 사회적으로 파급효과가 크고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연구 성과 창출에 매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치 있는 연구성과 창출을 위해서는 △우리는 왜 사는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과 연구를 하는가? ...등과 같은 다소 기본적이고 철학적인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다 보면, 가치 있는 과제를 하는 것이 결국 내 인생에서 보람을 찾는 것이고,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을 위한 과제보다는 지구생태계와 인류, 국가에 도움이 되는 가치 있는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한 방법이자, 과학기술인으로서 세상에 기여하는 길임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립니다.

셋째, 우리 KERI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 주십시오. 우리 KERI의 역량과 현재 위치를 냉정히 파악하여 외부로부터의 신뢰를 높이는데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출연(연)을 포함해 과기계에 대한 외부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입니다. 극단적으로는 존립과 효용 자체를 부정하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출연(연)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외부의 관리통제 개입도 빈번하게 시도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2017년은 과기계에 또 한 번의 격랑이 예상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 국민, 산업계, 대학 등으로부터 인정받는 연구성과와 도덕성을 바탕으로 한 신뢰회복 노력이 필요합니다. 핵심 연구 분야에서 국가 사회적으로 파급효과가 크고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연구 성과를 창출하여 그 존재의미와 효용성을 인정받을 때 KERI의 지속적 성장은 가능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바람직한 R&D 문화 조성에 적극 동참해 주십시오. 바람직한 R&D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기관과 각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하여 갖추어야 할 다음의 7가지 필수조건을 강조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생산적인 연구생태계 조성 노력입니다. 원래 열대바다에는 인, 질소 등의 영양소가 거의 없어 생물이 살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구표면의 0.1%에 불과한 산호초에 전체 해양생물의 25%가 살고 있을 만큼 산호초는 해양 생태계를 건강하고 풍요롭게 합니다. 패러다임 변화 파악, 변화에 대처하는 전략, 시스템 개발, 독창적 문화의 창출이라는 ‘패/전/시/문’의 전략과 더불어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에서 언급한 7가지 혁신키워드를 접목한 R&D 수행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우리 전기분야 R&D 생태계 역시 산호초와 같이, 건강한 다양성을 유지하며 효율적으로 상생하는 공존의 장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 개인과 조직간, 더 나아가 해외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시대적 요구와 환경변화에 발맞춰 지구생태계와 인류 전체에 기여하는 미래 전기기술 개발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상호 협력해 가는 건강한 R&D 생태계 구축을 위해 열린 마음으로 협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셋째, 구성원들의 열정과 전문성을 배양하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특히 보직자의 경우, 반드시 그에 합당한 자질과 소양을 별도로 갖추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통찰력과 사람을 보는 안목을 갖추어야 하고, 사심이 없어야 하며, 결단력과 소통능력을 배양해야 합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정을 불태울 때, 비로소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연구실과 실험실을 효율적으로 배치, 구성하여 부서간의 칸막이를 제거하는 한편, 쉽고 편하게 모여 새로운 생각을 교류할 수 있는 카페를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다섯째, 대내외 환경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 전략 수립도 매우 중요합니다. 효과적인 정책과 제도, 전략은 부국과 빈국,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리가 미래전략 TF를 운영하고, 탑다운 과제 공모 포상제를 실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이러한 제도에 더 많은 직원들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모든 과제 수행에도 치밀한 전략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훌륭한 비전과 목표가 필수적입니다.

여섯째, 모든 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철학자 데카르트가 끊임없이 의심하고 생각하는 것에서 인간의 존재 이유를 찾은 것처럼, 항상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개선점을 찾을 때 인간의 진보가 가능합니다. 기관의 문제점, 개선 및 제안사항 등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주십시오. 이는 실질적인 소통 차원에서도 적극 장려되는 만큼 부서장 평가 및 부서평가에도 반영될 것입니다.

일곱째,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과제입니다. 관리와 통제 요소를 완화 또는 제거하는 한편 직원, 기관, 과학기술계에 대한 신뢰회복 노력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바람직한 R&D 문화 조성을 위해서, 기관장인 제가 솔선수범하는 한편, 기관차원에서도 실질직인 제도와 시스템 개선 노력을 기울여 나갈 예정입니다. 직원 여러분들께서도 다양한 아이디어와 제안 등을 통해 적극 동참해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KERI 가족 여러분!

우리 연구소는 부단한 제도혁신과 개선 노력을 기울여 오며 과기계에서 모범이 되는 출연(연)의 위상을 확립해 왔지만, 아직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현안 문제들도 여전히 산적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수연구원 정년연장제도 운영 △정년후 재고용 제도 △계약직 활용 문제 △외부 전문가활동 △탑다운 과제 선정 및 발굴 절차 △외부과제의 승인 절차 등입니다. 이들 문제들은 앞으로도 직원여러분들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며, 필요시 제도를 보완해 나갈 예정입니다.

KERI 가족 여러분!

우리는 지난해 많은 성과들을 거두었습니다. 광주 남구 도시첨단산업단지에 들어설 <광주분원>의 경우, 광주분원 TF의 주도하에 이전부서 및 설비, 예산 등의 계획안을 면밀히 가다듬는 등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9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광주 남구 도시첨단산업단지의 전체 일정에 맞춰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시험인증 부문에서는 중전기기 산업계의 숙원사업이자 보다 질 높은 시험인증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4000MVA 대전력시험설비 구축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순조롭게 운영 중입니다. 새로운 설비와 전문화된 시험역량을 기준으로 할 때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공인시험기관이 되었음을 자부할 수 있습니다. 향후 국내외 전문가활동 및 홍보를 강화하고 KERI의 역량을 좀 더 알리는데 도움이 되는 우수 인재 확보를 통해 세계무대에서 KERI의 국내외 위상을 한층 공고히 하는데도 힘써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연구원 직원들의 보육부담을 덜고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원 직장보육시설 <KERI 꿈터 어린이집>도 지난해 착공식을 가진 뒤 올해 2월 개원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음 세상을 빛낼 우리 KERI 직원 2세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꿈과 희망의 산실이 될 것입니다.

그 밖에도 고출력 전자기펄스(HPEMP) 방지용 핵심소자 기술을 개발해 관련 전문기업에 기술이전 했으며, 후속 기술이전 작업이 진행 중인 고효율 신소재 SiC 전력반도체 기술과 펨토초 레이저 기술도 관련 산업계와 유관기관의 많은 관심과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성과가 있기까지 관련 부서 직원 여러분들은 물론 지속적인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정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한전 및 전력기기업체 등 유관기관의 협력과 지원에 대해서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KERI 가족 여러분!

새해에도 우리 KERI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업무와 연구시험활동에 대한 분명하고 명확한 철학을 공유하고, 올바른 R&D 문화 조성에 동참하여, 기관과 국가를 위한 자기 주도적인 임무부여 및 달성에 노력한다면,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정부출연연구원의 구성원으로서 자긍심과 보람을 한층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시무식에 이어 진행될 직원 및 경영진간의 신년간담회에서도 KERI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극 제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연구원 발전과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협력해 주시는 정성환 노동조합 지부장님, 임원 및 대의원 여러분께도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변함없이, 우리 후배 및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KERI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긴밀하게 협력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또한, 지난해 훌륭한 성과들로 오늘 KERI 대상 등 포상과 표창을 받으시는 모든 분들께도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 전합니다.

2017년 한해도 우리 KERI인들 모두가 의미있고 가치 있는 결실을 거둬 자부심과 보람으로 충만하게 되기를 바라며,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