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수출을 시작한지도 어언간 70년이 가까워 온다. 8·15해방이 된지 몇 년 지난 1948년 우리나라는 수출선 앵도환(櫻島丸)호를 출범시켜서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의 무역시장의 문을 노크하였다. 단군 이래 처음이며 그 만큼 역사적 의미도 컸다.

이 배에는 오징어와 한천과 같은 수산물이 실려 있었다. 사람이 가공해서 만든 물건은 없었다. 모두 천연물인 수산물만 실려 있었다. 이것이 그 당시의 우리나라의 수출능력을 말해주는 현주소였다. 그로부터 60여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 한국의 무역은 천문학적으로 일취원장 하여 무역규모가 전 세계의 10위권 내로 진입하여 막강한 무역 강대국으로 발전하였다. 그동안 수출상품은 물론 지역도 다변화시켜 꾸준히 성장한 덕분이었다.

소규모의 수산물로 1948년 억지춘향 격으로 시작한 우리나라의 무역은 1960년대 가발과 의류, 1970년대 전기·전자와 1980년대 반도체를 거치면서 주력수출상품을 꾸준히 개발하여 변화·진화시켜 왔다. 수출시장도 해외시장을 끊임없이 개발하여 다변화 시켜 왔다. 그러는 동안에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시장도 일본, 미국을 거쳐 중국으로 바뀌었다.

1950년대 6·25사변으로 인해 이 땅이 폐허가 된 이래 1960년대에 들어와서 총력적인 수출로서 경제성장의 돌출구를 모색했다. 그 때 당시 그런대로 풍족했던 수산자원인 오징어와 한천, 그리고 애꿎은 처녀들의 머리로 만든 가발 등이 우리나라의 첫 번째 수출 품목이었다. 주석이나 철광석 따위의 광물도 주요한 수출 품목이 되었다.

1959년에 당시 금성사가 트랜지스터라디오를 제작한 시점을 기점으로 정부에서는 전자산업육성에 계속 역점을 두고 추진해왔다. 기술, 자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전무’ 상태에서 라디오 농촌보내기 운동 등 가전제품에도 방점을 두고 추진해왔다. 정부에서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전력을 다해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1960년대 수출 증가율은 연평균 40%를 넘어섰고 1964년에는 드디어 대망의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했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1973년에 포항제철을 설립하고 1976년에는 ‘포니’라는 순 국산차를 제작하여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도 수출 증가율은 연평균 40%가까이로 고공 행진을 지속했다. 1977년에는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전자·의류·신발·합판 따위와 같은 노동 집약적인 산업이 역시 수출의 견인차역할을 했다.

필자는 1970년대에 홍콩에 있었다. 구로동에서 전자부품을 제조하여 100% 전량 수출하는 중소기업의 홍콩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홍콩에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그 외 대만, 타이랜드, 필리핀, 싱가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커버하고 있었다. 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동남아시아 전 지역을 맡고 있었다. 나의 세력 범위, 나와바리(nawabari)인 셈이다. 제품도 전 생산량의 ⅔ 이상을 홍콩에서 수입하여 판매했다. 힘도 들었고 애도 무척 많이 썼지만 지금 생각하면 보람도 많이 느낀 시기였다. 그때는 싱가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가면 그곳 사람들이 내가 한국 사람이라 하면 한국이 어디에 붙어있는지 잘 모를 때였다.

격세지감(隔世之感), 딴 세대와 같이 몹시 달라진 느낌이다. 지금은 K-POP이다 ‘한류’다 해서 한국을 모른다면 그들은 외계인이거나 이방인이다. 1980년대에 들어와서는 수출판도가 달라졌다. 1위 품목이 의류(textiles)로 전체 수출량의 16.0%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철강과 신발이 각각 차지했다. 1990년대에 와서는 전 세계 모든 수출시장에 골고루 뛰어들면서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 자동차, 선박 따위에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리하여 2000년대에 들어와서 현재까지 반도체가 수출 1위, 2위를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세계를 향한 수출시장도 크게 급변하여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해방이 된 이듬해인 1946년 우리나라의 무역 대상국은 기껏해야 네 나라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40여 개국, 이 지구상에 있는 거의 모든 나라에 해당된다. 1961년에는 일본이 우리나라 수출대상 시장의 1위였으나 1975년부터는 미국이 최대시장으로 떠올랐다. 판도가 바뀐 것이다.

1980년대에 들어와서 미국, 일본, 사우디가 1,2,3위의 최대시장으로 자리매김했고 1985년 대미수출액이 107억 달러를 처음으로 기록하여 단일국가의 수출로서는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하였다. 2003년에는 중국이 한국의 1위 대상국으로 부상해서, 2005년부터는 향후 10년간 1위 중국, 2위 미국, 3위 일본으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에는 대중국 수출액은 한국 총 수출액의 4분의 1이 웃도는 1,371억만 달러를 넘어섰다. 2위가 미국, 3위가 홍콩 일본은 수출 비중이 줄어들어 수출대상국 순위에서 5위를 마크했다.

오늘날 지구촌의 주요과제는 성장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경제는 ‘뉴 노멀’시대 즉 저성장, 저출산, 저유가, 저금리 환경 아래에서도 만성적인 침체를 못 벗어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장도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반을 둔 디지털경제가 줄곧 주도해왔다. 디지털경제의 높은 성장 잠재력과 혁신의 힘이 장래 세계경제의 성장과 진전을 이끄는 막강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은 체계적인 경제발전 정책 추진과 새마을운동 같은 범국가적 혁신을 통해 주요 20개국(G20)의 일원으로서 입지를 굳혀왔다. 우리는 다시 한 번 분발해서 디지털 경제혁명을 추진하여 성공하여야 한다. 이제 또 한 번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우리의 전력을 경주하여야할 것이다. 그리하여 새로운 한국, 제2의 막강한 수출한국을 다시 건설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