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국대전(經國大典)≫은 조선시대의 기본법전으로서 통치체제의 기본적·근원적 특징을 담고 있는 책이다. 조선조 건국 후 새 왕조를 통치해나갈 법령의 제정 및 그 정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태조 6년(1397) 조준(趙俊)에 의하여 최초로 정리·편찬된 것이 바로 ≪經濟六典≫이었다.

하지만 조선조의 통치 질서는 오히려 ≪경제육전≫이 성립된 이후인 15세기 전반기 즉 태종, 세종 때에 그 대체적인 윤곽이 잡혔다. 그 후 15세기 후반기인 세조·성종 때에는 그것을 집대성하여 왕조의 기본적인 지배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었으니 이것이 ≪경국대전≫편찬의 기초적인 배경이었다.

≪경국대전≫의 편찬이 처음으로 논의된 것은 세조의 즉위 직후부터였으며, 세조 자신이 이 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직접 참여하여 육전상정소(六典詳定所)를 설치하였다. 최항(崔恒)을 총책임자로 하여 한계희(韓繼禧)·김국광(金國光)·강희맹(姜希孟) 등으로 하여금 편찬에 종사하게 하였다.

이리하여 세조 6년(1460) 호전(戶典)이 제일 먼저 완성되어 반행(頒行)되었고, 이듬해에는 형전(刑典)의 반행을 보게 되었다. 그 후에도 계속 나머지 법전에 대한 편찬과 심의가 계속되었으나, 세조의 재위동안에는 그 완성을 보지 못하다가 마침내 예종 원년(1469)에 완성되어 동왕 2년(1470)부터 준행(遵行)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예종이 ≪경국대전≫의 시행을 보지 못하고 죽게 되자, 그 뒤를 이어 즉위한 성종은 곧 그 개수 작업에 착수하였다. 정창손(鄭昌孫)·신숙주(申叔舟)·한명회(韓明澮) 등으로 하여금 그 수정을 담당하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이들의 수정을 거쳐 마침내 정종 2년(1471) 1월 1일부터 준용(遵用)하게 하였다.

편찬이 착수 된지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전체적인 준행(遵行)을 보게된 ≪경국대전≫이지만 실제로 준용하는 시점에서는 미비 되거나 누락된 점이 많았다. 그리하여 1471년부터 1473년까지 다시 그 교황청을 두어 누락되었던 130여조의 수교(受敎)를 뽑아 이를 최종적으로 검토·보완하였다. 이후에도 성종 15년(1484)까지 한 번 더 본격적인 수정·심의과정을 거쳐서 성종 16년(1485)에 최종적인 반포를 하게 되었다.

이것이 ≪을사대전(乙巳大典)≫이라 부르는 것으로, 오늘날 전해진 ≪경국대전≫은 모두 그 책이다. ≪경국대전≫내용 구성은 ≪경제육전≫과 같이 모든 법률조문을 이(吏)·호(戶)·예(禮)·병(兵)·형(刑)·공(工)의 6개 부문이었다.

그 내용은 1)이전(吏典):조선 왕조의 제반 행정조치 일반과 관리에 관한 문제를 확정·규정한 부문이다. 내명부(內命婦)·외명부(外命婦)·경관직(京官職) 등 29개 항목으로 구성된 내용은 대개 왕실관계 법규와 중앙행정관서 및 지방행정관서에 관한 법규와 관리의 임면(任免)·포폄(褒貶)문제 등으로 되어 있다.

2)호전(戶典):국가의 재정문제 전반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며 경비·호적·양전(量田:논밭을 측량함) 등 30개 항목으로 되어 있다. 그 중요한 내용은 국가의 세입·세출에 관한 규정과 기본적 세원(稅源)인 백성과 토지를 파악하는 호적 및 토지문제에 관한 법령 등으로 되어 있다.

백성을 파악하는 기본법령은 3년에 1회의 호적조사와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 등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토지를 파악하는 법규는 20년에 1회씩 토지를 측량하여 그 대장을 새롭게 작성하도록 되어있고, 토지세의 부과에 관한 규정이 상세하게 작성되어 있다.

3)예전(禮典)은 유교국가인 조선왕조의 각종 의식절차와 외국과의 교섭절차 및 과거(科擧)에 관한 규정 등을 수록한 것으로 제과(諸科)·의장(儀章)·생도(生徒) 등 모두 35개 항목으로 되어 있다. 이밖에도 각급 신분의 고신식(告身式) 및 홍패식(紅牌式)·호구식(戶口式) 등 25종의 식례(式例)를 들고 있다.

4)병전(兵典):군사·통신·교통에 관한 규정을 수록한 법전으로서 경관직(京官職)·외관직(外官職)·토관직(土官職) 등 모두 51개 항목으로 되어 있다. 내용은 무관직의 관제와 군인의 선발·복무·급료에 관한 규정, 그리고 무기와 성곽·병선·군마 등에 관한 규정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한편 조선 시대에는 교통행정과 통신행정도 병조의 소관사무였는데 병전에서 역체제(驛遞制)와 봉수제(烽燧制)에 관한 규정도 싣고 있다.

5)형전(刑典):각종 형사법규와 죄인으로서의 노비(奴婢)관계 법규가 실려져 있다. 용률(用律)·결옥일한(決獄日限)·수금(囚禁) 등 28개 항목으로 되어 있으며 일종의 특별법으로서 적용된 것이었고, 일반적이고 보충법적인 것은 명률(明律)을 적용하였다고 생각된다.

법전에 실려 있는 법령가운데서 형법에 속하는 것으로는 모두 14개조를 지적할 수 있으며, 민사소송의 주요대상은 토지와 노비였다. 또한 형법은 범법자에게만 한하여 적용되지 않고 친족과 동료관원 등에게 연좌되었으며, 사회 신분에 따라 법률의 적용에도 차이가 있었다.

6)공전(工典):기술·노동력에 관한 규제와 토목공사 일반에 관한 규정을 수록하고 있으며, 교로(橋路)·영선(營繕)·도량형(度量衡) 등 14개 항목으로 되어 있다. 특히 공역(工役)에는 정부에 기술 노동자원으로 등록되어 있던 각종기술자 즉 경공장(京工匠)의 종류와 그 수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서 당시의 수공업 사정을 알 수 있는 좋은 사적(史的) 자료가 되고 있다.

≪경국대전≫의 특징은 이 법전의 기초적 자료가 된 ≪경제육전≫이 고려 말기의 교지(敎旨)와 조례를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졌다는 점과 조선시대의 법전을 대표하는 소위 만세불변지법이었다는 점이다. 또 그것은 우리나라의 고유하고 전통적인 법률사상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국대전≫이 내포하고 있는 법사상적 특징으로서 다음의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충·효의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유교적 사회조직 및 가족주의의 확립과 그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사상이 바탕으로 된 점이다.
둘째 사·농·공·상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신분체계를 유지·강화하여 중앙집권적 지배체제 확립을 목적으로 한 점이다.
셋째 재산법상으로는, 토지와 가옥·노비 등의 사유제를 전제로 하는 원칙이 확립되어 있고, 재산상속법에 있어서는 장자의 독점을 불허하고 평균 상속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남녀 무차별주의를 채택하였다.
넷째 권력분립의 개념이 아직까지 적용되지 않았으며, 공법과 사법, 민사와 형사의 구분이 인식되지 않았다. 또 국가의 조직에 있어서도 왕실과 정부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 등 시대적인 제약성이 뚜렸하였다.

≪경국대전≫은 조선조를 통하여 여러 번 간행되었고 이들 고간본(古刊本) 중에서 지금까지 전하는 것도 사고본(史庫本)·병부본(兵部本)·대구본(大丘本)이 있다. 그 외 만력 31년 간본(萬歷三十一年刊本)·송시열소장본(宋時烈所藏本)·평양본(平壤本)·예각주자인본(藝閣鑄字印本 )·종부사본(宗簿寺本) 등 그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다.

근대적 인쇄술에 의하여 출판된 것은 1934년에 조선총독부 중추원에서 활자본으로 출판된 것이 그 최초의 것이었다. 그 후 1962년에는 법제처에서 법제 자료집으로 ≪경국대전≫을 번역하여 상·하 두 권으로 나누어 출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