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일 선임연구원 전력연구원 전력경영연구센터

최근의 기업 경영뿐만 아니라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도 화두는 단연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이다. 지속가능한 에너지란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이며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에너지를 의미한다.
최근 세계 전력산업계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원자력과 풍력에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배경에는 고유가 및 가스가격 인상에 따른 에너지 안보 위기감과 자원 확보 노력, 화석연료 의존도 탈피를 위한 전원 다변화 정책이 있다.

일반적으로 원자력과 풍력 모두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전원이라는 점은 잘 알려진 바이며 주로 논제의 중심은 발전단가 측면의 두 전원 간 경제성 비교였다.
최근에 환경론자를 중심으로 국내 원자력을 풍력이 대신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저자는 국제에너지기구가 “The World Energy Outlook 2006-세계에너지전망"에서 이산화탄소배출 저감 측면에서 원자력의 경쟁력을 인정한 것과 최근 세계적으로 급속한 풍력의 기술개발 속도 및 경제성 향상을 감안해 (풍력 발전단가가 원자력과 비슷한 수준까지 경쟁력을 갖춤) 친환경성 및 경제성 측면의 비교는 제외하고 국내 자원의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전원비중을 논의하고자 한다.

풍력발전 공급 안정성의 핵심은 국내 풍력자원 즉 바람의 질에 있다. 경제성은 기술개발 노력을 통해 확보 가능하다 하더라도 문제는 국내에서 얼마나 양질의 바람으로 충분한 공급능력을 확보하느냐는 것이며 이것이 또한 인간의 노력으로 개선될 수 없는 자연 그 자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데 있다.

일반적으로 풍속을 분류함에 있어 풍력발전이 가능한 최소요건(Cut-In Wind Speed)는 4 m/s, 35~40% 효율을 갖는 속도는 7∼8m/s, 최적 속도는 13m/s, 블레이드 등의 기계적 건전성 측면에서 최대 속도(Cut-off Wind Speed)는 25m/s이며 풍력발전이 최소한의 경제성을 갖기 위해 7∼9m/s 이상의 풍속이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1971년부터 30년간 국내 68개 지역에 대한 월평균 풍속 자료를 보면 대부분이 3m/s 이하로 경제성을 갖는 풍속 범위에 못 미치는 수준인 것을 볼 수 있다.
많은 경우 풍력발전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독일의 풍력발전 성공 사례를 들고 있는데 국내 풍력 최적조건이라는 제주 일부에서만 8.6~9.4 m/s 풍속을 갖는 우리나라와 국토 및 해상의 많은 부분에서 6~9 m/s 이상의 양질의 풍력자원을 지닌 독일과 풍력발전 보급 가능성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국가의 중장기적인 전원 구성을 함에 있어 자원의 안정적 공급 가능성은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우리나라는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총 1차 에너지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11년까지 5%로 목표하고 있고 산업자원부 풍력기술개발사업단 중장기계획에서는 2012년까지 2,237MW로 총발전량의 1.8%를 목표하고 있다. 높은 건설비는 설비 저가화를 통해 현재 1,200$/kW에서 2012년에 500$/kW를 이룬다 해도 현재 10￠/kWh 발전단가를 3￠/kWh수준으로 하기 위해서는 8∼9 m/s 이상의 바람이 지속적으로 불어줘야만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각국마다 수 많은 신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을 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매년 4,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예정돼 있을 정도로 요즘 전력 산업 분야에서는 국가의 에너지 분야 모든 역량이 신재생에너지 보급 및 기술개발에 집중돼 보이는데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세계 에너지 시장 컨설턴트이며 석유시장의 황제 페샤라키가 한 말처럼 국내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에너지자원 고갈이나 고유가 시대에 대비해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다는 안도감만을 주는 것은 아닌지 생각 해 볼 필요가 있다.

해외 어느 국가의 전원 구성을 보아도 특히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많이 돼 있다는 유럽이라해도 수력에 90% 이상 의지하는 노르웨이를 제외하면 풍력 세계 1위라고 하는 독일도 17기 2만 MW의 원자력 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력생산에서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6%에 불과하다.

즉 국가의 전력 생산을 굳이 풍력이 아니라도 신재생에너지 단일 전원에 의존하는 경우는 없고 대부분의 국가가 화석연료를 통해 전력생산을 하고 있다면 항상 동시에 원자력 발전도 병행하고 있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천연 자원인 물이나 바람의 혜택을 갖지 않고 있는 지구상 대부분 국가들이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후변화협약 발효로 석탄발전은 위축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그 나마 CO2 감축 수단인 LNG 발전은 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급안정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천연가스 공급과 관련, 정부는 지난 10월 한-러 가스 산업 협력 협정에 최종 서명을 하고 2012년부터 연간 700만톤에 이르는 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하게 돼 천연가스 수급이 안정적으로 이뤄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 한 경우와 중국이나 북한의 파이프라인 통과 인정 유무 또한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국 지위 이용 가능성을 생각하면 한러 가스협력 협정이 천연가스 안정적 공급이라는 희망적인 면만이 있는 것도 아니며 이를 이용한 러시아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의한 부정적인 면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원자력 지지자들은 에너지 자원 확보와 공급 안정성, 효율적 자원 사용, 게다가 환경 문제 까지 고려한 전원다변화 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 부흥의 새로운 기회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 기후변화협약 대응을 위해 연료전환을 원자력으로 한 사례는 찾기 힘들며 원자력 발전은 청정개발체제 사업에서도 제외가 돼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도 아직까지 원자력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청정에너지라는 논리 하에 원자력발전의 확대 전망을 내 놓기만 할뿐이다.
지금의 고유가, 천연가스 공급 안정성, 기후변화협약 등이 원자력에게는 기회요인이나 풍력의 빠른 기술 개발과 경제성 확보 노력이 원자력 발전의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회와 위협이라는 것이 어떤 경쟁 관계에 있는 재화나 산업에서는 비교될지 모르지만 국가의 안정적 전력 공급 및 에너지 안보라는 거대한 목표 앞에서는 어떻게 각자의 역할을 주어진 능력 안에서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지 조화를 찾는 것이 더 옳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가의 에너지 정책, 좁은 의미로 전원구성은 all or nothing 또는 replace 라는 논리는 적합하지 않다. 풍력은 장점이 많은 발전 방식이며 기술개발 속도 및 경제성 향상도 빨라지고 있어서 그 역할과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원자력만이 경제적이고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며 친환경적인 만능의 전원이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발전 방식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우리나라의 전원구성은 원자력과 풍력발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와의 관계가 경쟁이 아닌 상생의 정책으로 추구돼야 하는 것이다.

필자 약력 :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KAIST 원자력공학과 석사/KAIST 원자력공학과 박사(에너지환경정책 분야) 국내 원자력 여성박사 1호/에너지 정책 및 환경경영 관련 연구/에너지 Planning 및 Resource Mix 분야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