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건설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2004년 12월 열린 제 253차 원자력위원회의 의결에 준하고 있다.
위원회는 “사용후 연료 중간저장시설 건설을 포함한 사용후 연료 관리방침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그 추진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다만 원자력 발전소내 사용후연료 임시저장시설 포화시점 등을 감안하여 적기에 추진방침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핀란드·스웨덴 고준위 처분장 부지확보
시설 건설 30년 걸려 한국도 공론화 나서야

현재 참여정부의 사용후 핵연료 문제에 대한 입장은 04년 원자력위원회 결정 이후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대통령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사용후 핵연료 처분 사회적 공론화 방안’을 마련해 이를 국가에너지위원회에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공식화하겠다는 것이다.
2005년 12월말 현재 고준위폐기물(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 현황은 4개 원전 부지내에 총 7,960톤이 저장 중에 있다. 연간 발생량 670톤을 가정하면 2006년말 현재 8,630톤에 달하는 것으로 이는 저장용량 10,035톤(05년 12월 말)의 86%에 달하는 것이다.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1970~1980년대부터 고준위 폐기물 최종 관리를 위한 정책과 원칙을 결정하고 관련 준비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아직 폐기물 처분장을 운영중인 국가는 없다. 미국과 핀란드, 스웨덴만이 부지를 확보했을 뿐이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미국(2017), 스웨덴(2017~2023), 핀란드(2020), 프랑스(2025), 독일(2030), 일본(2038) 등에서 고준위 폐기물 처분시설을 운영할 전망이다.
미국은 이미 방사성폐기물정책법에 따라 지난 87년 라스베가스에서 북서쪽으로 약 145km 떨어진 유카 마운틴에 7만톤의 용량의 고준위 폐기물 저장 부지를 최종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에는 재처리 후에 처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명 GNEP가 그것.
프랑스는 재처리 후에 처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91년 고준위폐기물 연구개발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15년간 고준위폐기물 처리방안에 대한 연구결과 근거로 지난해 6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법안을 제정했다.

스웨덴은 사용후 핵연료는 심층 처분장에 직접 처분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인 부지선정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스웨덴은 최근 부지조사를 수행한 결과 오스카샴 지역을 최종후보지로 선정한 바 있다.

캐나다도 1970년대 사용후 연료 처분에 관한 연구를 시작해 지난 2002년 사용후 핵연료 처분법을 제정하고 오는 2030년 운영을 목표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도 이미 1970년 연구를 시작해 2000년 고준위폐기물 처분 특별법을 제정한 후 지난 2002년 말 처분장 부지 공모를 시작했다. 

우리는 2005년 11월 주민투표를 거처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일대를 중·저준위 처분장 최종 부지로 선정한 바 있다. 중·저준위 처분장은 올 하반기 기반공사에 착공해 오는 2009년 말 최종 완공을 목표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건설을 포함한 고준위 처분장 관리정책은 2004년 12월 의결한 원자력위원회의 의결에 멈춰있다.
사용후 연료는 재처리를 거쳐 재활용하거나 혹은 재활용 없이 지하 심부에 영구 처분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지난해 국감자료를 통해 “국내에서 고준위 처분장의 필요성을 검토한 (용역)보고서는 없다”면서도 “사용후 핵연료의 공론화 방안에 관한 연구는 수행된 바 있다”고 밝혔다.
최종원 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처분 연구부장은 최근 본지 기고를 통해 고준위 폐기물 처분에 관한 기술개발의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최 부장은 “원자력발전소의 숫자가 우리와 비슷한 선진국에 비해 고준위폐기물 처분에 관한 연구가 매우 늦게 착수됐고 또 고준위 폐기물 처분에 관한 국가적 종합적인 대책은 아직 수립돼 있지 않은 실정”이라며 “연구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고준위폐기물 처분기술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하루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97년부터 고준위폐기물 처분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 11월 8일에는 지하처분연구시설(KURT)를 준공하고 사용후 연료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국내에서 고준위 폐기물에 대한 공론화는 지난해 6월 이병석 의원이 주최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정책의 현재와 미러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황주호 경희대 교수는 “국민이 원자력과 방사성폐기물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원자력과 방사성폐기물을 다루는 정부와 전문가에 대해 신뢰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의 신뢰가 방사성폐기물 사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에서 온다면 잘 정비된 법, 제도, 일정 등은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은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관련 정책 및 원칙 결정부터 처분 시설 건설 착수까지 짧게는 20년에서 길게는 30년 이상 장시간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사회적 공론화 필요성은 지난 1995년 IAEA가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 원칙으로 내세운 “현 세대가 발생시킨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대한 부담을 미래 세대에 전가하지 않고 미래세대에 예상되는 건강상의 영향을 현 세대에 대해 용인 가능한 수준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는 데서 따르고 있다.

정재학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실장은 한 월간지의 기고에서 “공론화는 사용후 핵연료의 중간 저장에 관한 구체적인 이행방안이 결정되고 고준위 폐기물의 최종 단계가 확정되거나 최소한 이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결정될 것으로 기대 한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사전 준비가 필요한 시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