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믹스와 전력 예비율의 적정성 여부, 원전 건설 갈등 해소 방안, 정부 공청회의 인원동원 의혹이 국회 현안보고에서 제기됐다.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열린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현안질의’에서 산업부는 정부가 석탄 비중을 줄이고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날 산업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윤상직 장관으로 부터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보고 받은 후 전면적인 수정을 요구했다.

김동철 산업위 위원장은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돼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요즘 신재생사업자는 다 망하고 온실가스 문제까지 거론돼 중소 영세기업들의 불평불만이 많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세운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전력 예비율을 과대하게 부풀려 원전 추가 건설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부지 선정에 따른 주민 갈등 해소 방안에 초점을 둬 여야 대비를 이뤘다.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수요 예측이 부풀려져 불필요한 발전설비를 많이 건설하게 돼 국가자원이 낭비되고 전기요금 인상의 원인이 된다”고 질타했다.

“수요전망이 올 해부터 틀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정부안을 수정하고 산업고도화에 따른 전력수요 정체가 예견되므로 신규원전 2기 계획을 백지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홍 의원은 지난번 공청회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청회를 다시 열어 각계각층의 여론을 듣고 계획안을 다시 작성해 보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폐지발전소를 대체 활용하면 원전을 건설하지 않아도 정부계획안을 충족할 수 있다면서 조목조목 지적했다.

먼저 “2015년 단기수요 전망조차 틀린 7차 계획수요전망은 믿을 수 없다”면서 “7차 획에서는 2015년 전력사용량을 4.3%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2015년 1월부터 5월까지 전력사용량은 1.9%에 불과하다. 단기수요 전망조차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면서 15년간의 중장기 수요전망이 제대로 일 가능성은 없다”며 “결국 전기요금 인하 깜짝이벤트는 전력소비량을 증가시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수요전망의 핵심변수인 경제성장률(GDP)이 하향조정 되었음에도 전력소비량과 최대전력을 원안대로 전망하고 있어 당연히 수요가 과다하게 예측되었다”면서 “6차 계획 수립과정에서 GDP전망치가 하향조정 되어 계획을 확정짓기 직전인 2013년 1월에 수요 재 예측을 실시해 전력사용량과 최대전력이 원안보다 낮아졌고 7차 계획에서도 KDI는 지난 5월 21일 2015년과 2016년의 GDP전망치를 각각 3.5%→3.0%, 3.7%→3.1%로 하향조정했지만 정부는 전력수요를 재 예측하지 않고 처음의 높은 전망

또한 김 의원은 “불확실성 대비설비로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원전을 결정한 것은 미스매치(mismatch)이며 넌센스라”면서 “7차 계획의 22%의 설비예비율은 고장정비와 예방정비, 원전 안전대책 강화로 인한 최소예비율 15%와 전력공급의 불확실성을 대비한 7%이며 정부는 경제성을 이유로 7%의 불확실성 대비설비로 원전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약속한 에너지상대가격 정상화 실행계획이 없는 빈껍데기 전력수급기본계획”이라며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에너지기본계획의 실행계획인 만큼 7차 계획에 에너지상대가격 정상화의 실행계획을 제시하고 이를 통한 수요관리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송전설비계획이 빠진 엉터리 전력수급기본계획이라며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시 발전소 건설계획과 송전 설비계획을 패키지화하는 것은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약속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신규원전 2기는 장소가 확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영덕 1, 2호기로 대체한 신고리 7, 8호기는 기 확정된 물량이라고 주장한 만큼 송전설비계획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도, 제가 설비소위에 직접 확인한 결과 설비소위에서는 송전설비계획에 대한 일체의 논의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 7차 계획안은 상위계획을 어기고 있고 윤상직 장관은 국회에서 거짓답변을 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은 “100% 수입해오는 화석에너지 의존을 탈피, 무상 무한의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원으로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뀔 때가 되었다”며 “이를 통해 마이크로그리드가 확산되면, 더 이상 대형발전, 송전에 따른 사회갈등 및 비용, 환경 피해 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최근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14년 재생에너지 투자는 3,100억 달러에 달하고 태양광, 풍력의 성장은 매해 10%이상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규 태양광 설비용량도 지난해 49.6GW에서 58.3GW로 17.5% 증가하고, 비용 또한 꾸준히 감소해 2009년 이래 75% 가격인하와 총 설치비는 2010년에서 2014년 사이에 65% 나 절감한 것으로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 의원은 “통일 이후에 북한에 대형발전소나 송전시설을 설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확실한 분산전원 솔루션을 확보해 통일 이후 대한민국의 에너지안보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을 하루 속히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산전원에 대한 신뢰성 있는 정부정책을 통해 관련 산업이 육성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정책을 발굴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이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분산전원이 통일이후 한반도 에너지안보에 좋은 해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에너지신산업과 신설 등 분산전원 및 에너지신산업 육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전정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는 6차 때부터 원전안전대책을 강화한다면서 계획예방 정비일수를 부풀려 설비 예비율을 높이는 데 활용했으며 원전안전 강화대책이 원전 추가건설계획으로 도출되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이어 “과다설비계획은 과다 투자를 불러와 발전사들의 영업실적 악화와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게 되는 만큼 전면적인 수정이 절실하다”며 “신규원전 2기 건설계획은 전문가의 과학적인 분석과 의견수렴을 통해 만들어진 계획이 아니라 입력자료 왜곡으로 만들어진 정부의 의도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안을 보면 전력 수급 철학에 회의를 갖게 한다"며 "한전전력연구원이 적정하다고 한 설비예비율은 12%였는데 연구원에서 발표한 예비율과 산업부 발표 간에 차이가 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야당의원들은 형식적인 정부 공청회 운영과 인력 동원 문제도 ‘도마위’에 올랐다.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공청회는 다양한 의견을 열어 놓고 수렴하는 자리인데 정부 관련 인사가 무려 60%라면 공정할 수 있겠느냐"며 "원천적으로 입법 취지를 위반한 공청회인 만큼 두 세 차례 다시 열 것을 위원장께 정식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의 원전 추가 정책이 불가피하다면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이 가장 큰 문제"라며 "지역주민의 안전과 관련돼 있는 만큼 여론 수렴을 위한 주민투표가 확실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정수성 새누리당 의원은 “원전 건설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이라며 "원전 확대가 산업부의 확고한 신념이라면 국민 안전을 위한 별도의 소통 기구를 만들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윤상직 장관은 전력예비율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에 대해 "전문가들을 통해 객관적 전망치와 검증된 모델을 도입했다. 거시적인 계획을 세운만큼 산업구조 변화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방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정부도 에너지신산업 분야에 넣어 연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반면 원전 지역 주민의 여론 수렴 방식으로 거론된 주민투표에 대해서는 “원전 사업은 국가사업이므로 주민투표는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다.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은 “7차 전기본 계획에 따라 증설 예정이었던 남동발전의 영흥화력 7,8호기 건설계획이 철회돼 인천 영흥도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흥화력 증설과 관련해 사업비가 2조 8,622억원으로 현재까지 2,047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는데 잘못 세운 계획에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됐다”고 지적하면서 “어떻게 책임지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산업위 전체회의에서 위원장 대리를 맡은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산업부가 오늘 질의와 답변을 잘해 줬지만 시간제약으로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다음 주 중에 국회 산업위 산하 에너지소위원회 주관으로 공청회를 다시 개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열린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홍 의원은 “국회 차원의 공청회에는 이창호 설비계획 실무소위원회 위원장(전기연구원 박사)과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강승진 수요계획 실무소위원회 위원장(산업기술대 교수)과 김창식 성균관대 교수가 패널로 참석하고 정부에서는 문재도 차관이 참석하면 될 것 같다”며 “공청회 일정과 자세한 사항은 여야 간사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