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가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끝났다.
18일 서울 삼성동 옛 한전 대강당(한빛홀)에서 열린 공청회는 6차 공청회 때처럼 단상을 점검해 무산되는 불미스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고성과 몸싸움이 재현된 것은 여전했다.

특히 이번 공청회는 보안 강화라는 이유를 들어 삼엄한 경비 속에서 사전 입장권을 배부받은 사람만 입장을 허용하고 가방까지 철저하게 조사하면서 공청회 시작 전부터 고성이 오갔다.

행사장 입구에서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한 지역민은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공청회 입장을 못하게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신규 원전 건설을 담은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밀실행정이며 전면 취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일부 시민단체, 지역민들이 공청회장 진입을 강행하면서 이들을 막아서는 경찰들과 충돌하면서 공청회장 앞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김제남 의원

이날 예고 없이 공청회장을 방문한 김제남 의원(정의당)은 방청석 제일 앞자리에서 마이크를 달라고 한 후 “국회에서 전기본 공청회를 법적으로 의무화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청회에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개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국가기본계획이 밀실에서 이뤄지고 형식적으로 치러지는 공청회는 이제는 없어져야 하며 모든 이해관계자와 시민의 방청을 허용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서는 안된다. 지방에서 아침 일찍 농가 일을 제쳐두고 올라온 지역민과 이해관계자 및 시민단체 등을 입장시키고 공청회를 시작해야 한다”고 산업부와 좌장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이에 대해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국장은 “워낙 신청자가 많아 동일한 의견을 가진 모든 분들을 입장시키기보다는 대표 분들만 입장시키려 한 것”이라며 “공청회는 특정 의견을 가진 분들의 의견만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야 하는 만큼 사전 등록절차를 도입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공청회 좌장인 신정식 아주대 교수는 “이번 정부안은 공청회를 통해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인데 공청회 시작도 전에 사회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은 이 자리에 참석한 다른 이해 관계자들의 알권리까지 빼앗는 것”이라며 정숙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등 NGO단체 관계자들이 일제히 정부의 태도를 집중성토하며 고함을 질러 장내가 한바탕 소란을 겪었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

이어 속개된 공청회에서 채 정책관은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주요내용 발표를 통해 “제7차 전기본은 안정적인 전력수급과 온실가스 감축을 최우선 고려한 것이 특징”이라며 “산업부는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신규원전 2기 등 발전설비를 충분히 확충하고 건설이 어려운 석탄설비 철회 및 장기 가동 석탄설비 대체건설 등 온실가스 배출 최소화를 위한 저탄소 전원 구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요예측모형을 개선해 수요전망의 정밀성을 제고하고 송전설로 건설 최소화를 위한 분산형전원 확대방안도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채 정책관은 “이번 전기본에서는 에너지신산업을 적극 활용한 전력 수요관리에도 중점을 뒀다. 수요자원 거래시장을 활용한 시장형 수요관리 확대와 ICT기반의 에너지 신산업을 적극 활용해 에너지신산업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저탄소 전원믹스를 강화해야 한다”며 “연료, 송전설비 문제로 미 허가된 2개 사업(석탄4기)을 반영치 않았고 원전비중을 높였다”고 말했다.

채 정책관은 “분산형 활성화를 위한 시장 인센티브 마련, 수도권 자가 설비 확대 등으로 신규 송전선로 및 대규모 발전단지 건설을 최소화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전기본이 지역갈등을 부추긴다며 재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인천 시의회 관계자는 6차 계획에 반영됐던 영흥 7,8호기의 폐지와 관련해 시민 92%가 찬성한 건설계획이 왜 변경됐는지를 질의했다. 패널로 참석한 이창호 전기연구원 박사는 “영흥 7,8호기는 6차 계획에서도 조건부 설비로 반영됐지만 아쉽게도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인허가 절차 부적격을 받아 취소하게 됐다”며 “이번에는 취소됐지만 향후 계획에서 다시 선정될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이원주 산업부 전력산업과장도 “6차 때 영흥 7,8호기가 반영됐지만 산업부와 환경부가 3년간 협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가 온실가스 감축이어서 환경부가 석탄 화력 확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신규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의견을 담은 질의도 쏟아졌다.

한 삼척시민은 “정부가 주민수용성을 가장 우선한다는데, 삼척의 경우 주민 85%가 원전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신규 원전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영덕에서 온 시민도 “삼척시에서 반대한다고 영덕을 대안으로 밀어붙이는 것 또한 문제”라면서 “영덕주민들도 주민투표를 원하고 있는 만큼 신규 원전 입지 선정 시 주민에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원주 산업부 과장은 “온실가스 감축과 비용최적화, 에너지기본계획 정합성 등을 고려해 신규 원전을 반영한 것이지만, 신규 원전 입지로 삼척이 될 지, 영덕이 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언급한 후 “현재 주민들의 반대가 있어도 계속적인 대화를 통해 주민수용성을 높여 최종 입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공청회를 지켜 본 전력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안에 대한 갈등은 이해당사자, 시민단체 등 충분한 설명과 이해가 부족해 일어난 현상”이라며 “향후에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이해시키는 장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공청회 소감을 말했다.

◆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주요 골자는...

정부는 2029년까지 원자력발전소 2기를 추가로 짓고 연료나 송전설비 문제로 허가를 받지 못한 영흥·동부하슬라 등 석탄화력발전소 4기 건설 계획을 취소했다.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전원 비중을 설비용량 기준 5배로 늘리고 분산형 전원 비중은 12.5%로 확대한다.
관심을 끈 고리 1호기는 폐로키로 최종 결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마련한 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의 골자이다.

7차 전기본은 안정적인 전력수급과 온실가스 감축을 최우선 고려한 것이 특징이다.
산업부는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신규원전 2기등 발전설비를 충분히 확충하고 건설이 어려운 석탄설비 철회 및 장기 가동 석탄설비 대체건설 등 온실가스 배출 최소화를 위한 저탄소 전원 구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수요예측모형을 개선해 수요전망의 정밀성을 제고하고 송전설로 건설 최소화를 위한 분산형전원 확대방안도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POST 2020에 대응해 짜여진 7차 전기본의 전원구성은 정격용량 기준으로 석탄 26.7%, 원전 23.7%, LNG 20.5%, 신재생 20.0% 순이다.

피크기여도 기준으로는 석탄 32.2%, 원전 28.5%, LNG 24.7% 순으로 예측된다.
6차 수급계획과 비교하면 석탄 비중이 2.5%P 감소했다.
원전 비중은 1.1%P, LNG비중은 0.4%P, 신재생 비중은 0.1%P늘어날 전망이다.
신규원전과 관련해서는 총 300만kW 규모의 원전2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원전비중 목표와 연료비, 환경비용, 송전 및 정책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수원은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이미 확정설비로 반영돼 있는 신고리 #7,8물량을 활용해 ‘천지(영덕)#1,2’를 건설하는 의향을 제출했다.

7차 전기본에 반영된 신규물량 원전2기에 대해 한수원은 ‘대진(삼척)1,2호기 또는 천지(영덕)3,4호기’로 건설의향을 제출할 예정이다. 최종입지는 2018년경 발전사업 허가단계에서 확정된다.
정부는 고리 1호기 계속운전 여부와 관련해서는, 안전성과 경제성, 국가 전력수급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0일 원자력발전전문위원회와 12일 에너지위원회 논의를 거쳐 폐로키로 최종 결정했다.

이번 전기본에서는 에너지신산업을 적극 활용해 수요관리 목표를 확대했다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정부의 목표 수요는 최종년도 기준으로 전력소비량 14.3%, 최대전력 12%를 감축하는 수요관리 목표를 반영해 산출했다.

그 결과 목표수요는 2019년 전력소비량과 최대전력은 각각 656,883GWh, 1억 1,193만kW로 전망됐다.
연평균 증가율은 2.2% 수준이다.

수요관리 수단으로는 수요자원 거래시장, ESS, EMS 등 ICT 에너지 신산업을 적극 활용하고 온도제한, 강제적인 절전규제 등은 최대한 억제할 계획이라고 산업부 관계자는 말했다.

정부는 공청회에 이어 오는 26일 국회 상임위 보고 등의 일정을 거쳐 6월말에 7차 전기본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