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에너지경제연구원 신임 원장

“에너지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하는 연구기관으로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고, 연구진의 자부심 또한 함께 커가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국가 에너지정책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수장으로 선임된 박주헌 원장이 13일 울산 연구원 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이같이 다짐했다.

박 원장은 현재 에너지를 둘러싼 현주소를 ‘모순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먼저, 대표적인 에너지빈국인 우리나라에서 에너지는 희소한 자원이고 희소성이 높으면 가격은 당연히 비싸야 하지만 국민들은 값싼 에너지, 더 나가, 환경 친화적 에너지공급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원자력은 불안해서, 석탄은 환경비용 탓에, 신재생은 환경적으로 호감은 가지만 현실성이 떨어져 마뜩치 않아 한다고 전했다. 더욱이 환경론자들은 어찌됐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고 하고, 성장론자들은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며 경각심을 높였다.

박 원장은 이같은 ‘모순적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는 에경연의 역할이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하면서 ‘정책개발’, ‘정보통계’, ‘연구성과 확산 및 교육’에 매진할 것임을 피력했다.

정책개발과 관련해, 국가 경제정책과의 조화, 중장기정책연구 강화, 연구의 중립성을 통해 국익을 염두에 둔 현실적 정책개발 연구로 사회에 기여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교육 수요와 공급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관 이전에 따른 원거리 이동 불편 해소, 탄력시간근무제 도입, 울산 이주 유도, 의왕 구청사 매각 등을 경영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박 원장은 “앞으로 정책 개발과 기관 경영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면서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에경연의 새 역사를 써갈 것을 독려했다.

박 원장의 취임사는 향후 에경연의 청사진이자 박 원장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다. 취임사를 정리했다.

#정책개발 분야
에경연은 정부출연 경제연구기관이다. 따라서 대학 혹은 기업부설 연구기관과는 그 역할을 달리 해야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은 특정 집단의 이해에 부합하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론적 연구에만 몰입해서는 안 되고, 국익을 염두에 둔 현실적 정책개발연구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 경제정책과의 조화=에너지정책은 경제정책 중 하나이다. 따라서 에너지정책도 국가 정책 기조 안에서 다른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룰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예를 들어 창조경제, 경제혁신3개년 계획 등과 같은 상위 경제정책과의 조화가 필요하다. 더구나 에너지는 사실 따지고 보면, 경제정책의 대상만도 아니다. 에너지문제는 환경, 국제정치, 외교, 국방정책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우리의 에너지정책연구가 이들 분야의 정책 방향과 동 떨어진다면, 탁상공론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다양한 국가 이슈와 정책에 대해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우리 연구진은 주로 에너지경제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어 타 분야에 대한 식견이 부족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 연구진들에 대한 거시경제, 국제정치, 외교 등과 같은 비전문분야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정책연구 강화=에경연은 정책연구 분야에서 양호한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국정과제 수행실적과 성과, 현안과제에 대한 즉시 대응, 국가정책수립의 기여도 등과 같은 세부 평가항목에서는 A등급을 받을 정도로 매우 우수하다. 그러나 다소 단기정책연구에 치중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안 정책 수요에 일차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한계는 인정되나, 에너지정책은 예측하기 어려운 국내외 정세, 기술혁신 변화에 대응해야 할뿐만 아니라 정책 효과도 상당한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특성을 감안하면 단기정책보다는 중장기정책 개발이 더욱 중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적으로는 창조경제로의 경제개편, 통일경제, 국외적으로는 셰일가스를 비롯한 비전통에너지의 확산과 신에너지기술 개발에 의한 에너지전환, 중동정세 악화 등에 대비한 선제적 중장기 에너지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중장기 과제를 선제적으로 개발해 이슈화함으로써, 정부가 우리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정부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의 중립성=정책수립 혹은 집행기관이 아닌 연구기관이 정부정책 수립에 기여하는 방안은 무엇보다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연구결과를 내놓는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에너지정책에는 에너지 가격이나 산업구조, 원전안전과 사용후 핵연료 문제와 같이 다양한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하고 갈등하는 사안이 많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문제의 해결은 공적 기관의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연구결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바로 이런 점에서 연구의 중립성은 연구원이 지켜야할 최고의 가치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자체평가제도와 외부평가제도를 개선해 연구의 중립성을 더욱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연구의 중립성 유지는 원장의 역할에 많이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소위 외풍을 막아주고,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이견을 조율해 나가는 역할을 할 때, 우리 연구진들은 소신에 따라 연구를 진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원내에서는 치열하게 토론하겠다. 하지만 연구원 공식 의견은 제가 앞장서서 지켜 나가겠다.

#정보통계 분야 개선 방향
현재 에너지관련 통계 조사는 에경연, 에관공, 한전, 석유공사, 통계청 등에서 개별적으로 시행 관리되고 있다. 현행 에너지통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하나의 통일된 시스템이 아닌 독립적, 개별적으로 조사 작성돼 중복조사 및 통계품질 관리 상 애로가 노정돼 있으며, 데이터 공유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에너지소비통계 작성에 관한 통합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통계 작성기관들이 공동으로 통합조사를 수행하고 관련 정보, 통계를 공유 개방하는 통합 플랫폼 구축 방안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통합 플랫폼 구축은 에경연이 중심이 돼 추진할 수 있는 분야다.

#연구성과 확산 및 교육 분야
현재 에경연은 에너지고위경영자과정, 차세대에너지리더과정 등과 같은 교육 과정과 에너지경제연구, 에너지인사이트 등과 같은 다양한 홍보매체를 통해 연구 성과 및 에너지 정보 확산에 주력해 왔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연구원의 울산 이전에 따라 지방의 위치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운영의 변화가 요청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교육 수요와 공급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해 교육프로그램 확대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면 방식 위주의 교육 프로그램을 온라인, 화상을 통한 원격 교육, 합숙워크숍을 활용한 집중 교육을 병행하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주요 에너지 대기업의 맞춤형 사내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추진할 가치가 있다.

## 일반 경영 개선 과제
무엇보다도 연구원의 울산 이주에 따른 근무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일이다. 연구원은 1986년 설립 이후 거의 30년 간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구원의 유무형 자원 대부분은 여전히 수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대부분은 여전히 생활근거지를 수도권에 두고 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주말에는 가정이 있는 수도권에서 생활하고, 주중에는 직장이 있는 울산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사정을 무시한 일률적인 관리를 고집하면 연구원의 근로의욕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 

▲ 탄력시간근무제 도입=가정과 직장의 지리적 분리현상에 적응하는 새로운 근무형태 도입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도 탄력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호응도가 높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호응도가 높지 않은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원거리 이동에 따른 불편 해소 방안 강구=원거리 이동으로 허비되는 시간과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하드웨어가 있다면 중장기적 안목에서 투자를 미루지 말아야 할 것이고, 제도를 통한 개선이 가능한 부분도 찾아야 한다. 이런 종류의 해결책은 책상머리에서 선험적으로 찾아지지 않는다. 불편을 직접 체험하면서 찾아진다. 바로 원거리 이동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함께 찾아봐야 한다. 누구라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알려 달라. 적극 검토해 보겠다.

▲울산 이주 유도=가장 근본적 해결책은 가정과 직장의 지리적 분리를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일이다. 사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정책 목표는 생활터전도 지방으로 이전될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지역 거주 연구진 비율을 높여야 한다. 우선 지역 가점제 등을 활용해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높이고, 타 지역 신규 채용 인력에 대해서도 지역거주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 직원에 대해서도 자녀 교육, 배우자 직장 등의 문제가 없는 직원부터 지역 거주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원장부터 솔선수범하겠다. 저도 울산으로 이주해 연구원이 울산지역에 뿌리내리는 데 일조하겠다.

▲ 의왕 캠퍼스 매각=얼마 전 노동조합 성명서에서도 이 문제를 신임 원장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사실 자산 매각과 같은 사안은 경영층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도 연구원 가족 모두가 걱정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것을 보고, 우리 연구원 가족 분들의 애원심을 엿볼 수 있었다.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일이다. 의왕 청사 매각 지연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자비용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일단, 원내에 매각 TF를 구성하고 외부 전문가 자문을 활용해 매각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보겠다. 저의 비전문가적 견해로는 민간 수요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먼저 공공부문으로의 매각을 첫 번째 옵션으로 추진해 보려고 한다. 의왕시, 경기도, 더 나아가 중앙정부기관의 공간수요를 폭넓게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해당 단체에 맞춤형 매입조건과 전략을 역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