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 한수원 사장

후쿠시마 원전사고(2011. 3. 11) 4주년을 앞두고 후쿠시마 사고의 경험과 한국 원전의 안전성 증진방안을 모색하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조석)과 한전기술, 한전연료, 한전KPS 등 4개 원전 공기업은 4일 서울 삼성동 한수원 서울사무소에서 ‘안전약속’ 다짐행사와 함께 원전 안전성 증진 워크숍을 개최했다.

행사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4주년을 맞아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그간의 원전 안전성 증진 노력을 되돌아보고 원전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즉 종사자가 안전 최우선 의식을 바탕으로 규정과 절차를 철저히 준수함으로써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원전을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4년전 예기치 않았던 쓰나미로 발생했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국내 원전산업에도 거대한 쓰나미를 몰고 왔다”며 “UAE에 최초로 수출을 하며 국가경제의 신성장동력이 되던 원전산업이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되었고 지난날의 잘못까지 드러나면서 국민의 신뢰는 끝없이 추락했다”고 회고했다.

조석 한수원 사장이 원전 안전성 증진 워크숍에서 개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 사장은 “비 온 뒤 땅이 더욱 단단해지듯 원전산업은 잘못된 점을 바로잡으며 환골탈태를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로 원전운영 실적이 좋아졌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틀도 마련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이제는 원전산업이 세계 원자력계의 중심적 역할을 하며 더 큰 도약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런 측면에서 후쿠시마의 원전사고의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것은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예상하지 못한 자연재해까지도 철저히 대비하며 원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전성이 전제될 때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국민의 신뢰가 전제될 때만이 원전산업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수원은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하면서 “자연재해에 대비한 해안방벽 증축, 지진이 발생하면 원자로가 안전하게 정지되는 설비 강화, 이동형발전차 추가확보 등 만약의 경우까지 대비한 개선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사와 관련해 “오늘 워크숍이 기술적 안전을 넘어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원전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건설적인 토론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전 안전성 증진 관련 ‘원전안전 결국 사람이다’ 워크숍에서 특별 강연을 한 가나메 이케다 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무총장(왼쪽에서 4번째) 와 조석 한수원 사장(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원전안전 운영을 위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어 4개 원전 공기업(한수원, 한전기술, 한전연료, 한전KPS)은 투명한 원전설비 운영을 통해 원전업계 책무를 완수하자는 각오를 담아 ‘국민께 드리는 5대 안전약속’을 천명했다. 이 약속은 ▲원전업계 종사자 모두는 안전지킴이가 될 것 ▲극한의 재해에도 견디는 안전한 원전을 만들어 국민의 생명과 환경을 보호 할 것 ▲보안은 철저히 지키고 운영정보는 투명하게 공개 할 것 ▲공정한 구매제도와 철저한 품질관리로 최상의 건전성을 확보 할 것 ▲전방위 통합재난대응체계를 구축하여 재난사고에 완벽하게 대처할 것 등이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일본 과학기술청 차관과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현재 일본 원격감지기술센터 대표인 가나메 이케다(Kaname Ikeda)전 총장이 참석했다.

가나메 이케다 전 일본 과학기술청 차관이자 전 ITER 사무총장

행사에 앞서 이케다씨는 조석 한수원 사장과의 특별대담에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을 포함한 일본의 에너지 정책방향, 자국 원전 재가동 준비현황 및 재가동 불가피성, 한일 양국의 원전 안전조치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그는 이어진 특별강연에 연사로 나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경험과 향후과제’ 라는 주제로 후쿠시마 원전과 진앙(震央) 최인근 발전소임에 불구하고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오나가와 원전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그는 “오나가와 원전이 모든 원전과 배수펌프가 해수면 14.8m 위에 위치했고 지진대비 강화조치가 2010년 6월 완료된 점, 그리고 외부로부터의 5개 전원 중 1개가 정상 작동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지진과 쓰나미 발생 후에 약 360여명의 지역주민이 발전소내로 대피해 위기를 모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진도 9의 강한 지진으로 쓰나미가 몰려오자 오나가와 원전지역 많은 주민이 원자력발전소로 긴급 대피했다. 이는 원전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 단적인 예다"라며 "원자력발전소도 지역주민을 적극 수용했고 이로 인해 지진과 쓰나미로부터 지역주민과 원전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나가와 원전이 안전할 수 있던 이유로 높게 설계된 부지고를 꼽았다.
“오나가 원전 부지는 40년 전에 설계당시 부지고를 14.5미터로 높게 설계하면서 쓰나미에도 원전이 침수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1밀리 자연방사능 수준에도 제염작업을 실시하고 있고 국제적 기준은 100밀리 시버트다. 일본은 국제기준을 채택하지 않았다"며 "원자력 안전문화는 중대 사고를 포함해 원자력 사업자간 협력으로 서로 밴치마킹하고 엄청난 돈이 투자되는 곳에? 투자의 정당성을 찾아 발전소 안전을 체계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개최된 ‘원전 안전성 증진 워그숍’과 패널토론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교훈과 원자력산업계의 안전 노력을 평가해 보고, 기술적 안전을 넘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원전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을 놓고 심도있는 토론이 이뤄졌다.

권맹섭 한수원 후쿠시마후속대책 팀장은 ‘월성1호기 스트레스테스트 안전개선사항’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국민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전안전정책에 따라 월성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계획 수립 후 KINS 및 민간을 포함한 전문가 검증을 거쳐 원안위 심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권 팀장은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정부 권고사항 및 사업자 자체 도출 건수를 포함해 6개 분야 56건에 대해 2015년까지 조치를 완료하고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사고로 본 안전문화 교훈’이라는 주제발표에서 “2011년 일본 대지진시 진앙지로부터 더 가까웠던 오나가와 원전이 후쿠시마 원전에 대비해  피해가 적었던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원전 안전이 단순한 설비 가동연수보다는 운영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분석을 내 놓았다.

제 교수는 산업계나 규제기관 등 모든 발전소는 운전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중요한 안전요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고는 안전문화의 결핍에서 기인되며 사고예방의 성패는 그 제도를 도입하고 적용하려는 조직 관리자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면서 극한 자연재해로 인해 다수의 안전설비가 무력화된 사고라면 설비/설계 등의 개선이 미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오나가와 원전의 안전성 향상 노력은 발전소 부지고가 14.8m로 당시 발생한 쓰나미 피해 방지가 가능했고 현재는 쓰나미 최신 자료를 반영해 29m의 슈퍼 방벽을 건설하고 있다”전했다.

한은옥 한국원자력아카데미 교수는 ‘소통사례를 통한 원전에 대한 일반인과의 대화’라는 주제발표에서 “전문가와 일반인은 인식에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전문가는 객관적 지식을 기반으로 판단하지만 일반인은 SNS, TV, 주변 친구들을 통해 판단하게 된다”며 전문가와 일반인의 인식차이의 간극이 크다는 점을 언급했다.

특히 원자력 분야에서는 부정적 인식이 쉽게 자리 잡고 있으며 전문가의 설명으로 쉽게 해소되지 않거나 다른 관심분야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SNS 등 신속한 전파 특성에 맞춰 대량 확산 전 사실 파악 및 신속한 조치 제안 등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인간의 판단에는 지식보다 감정, 경험, 사회문화적 환경, 가치관 등의 다양한 용인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위험인식에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성적 판단에 의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교수 경험이 전혀 없는 천재학자들이 범하는 가장 큰 오류는 학생들이 들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말하는 것은 가르치는 것이 아닌 것을 알아야 한다”며 “소통경험이 전혀 없는 원자력, 방사선 관련 전공자들이 범하는 가장 큰 오류는 일반인들이 들은 것을 알 것이고 그래서 원자력과 방사선에 대해 바른 인식을 할 것 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병옥 한수원 품질안전본부장 조병옥 전무는 “한수원과 원자력 공공기관은 종사자의 안전의식을 제고하고 완벽한 원전 안전운영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원자력에 대한 국민 신뢰가 증진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을 다짐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