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아이의 눈물과 분노, 두려움을 들어주지 않고 감정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 옳고 그 감정을 그대로 느낄 권리가 있다고 확인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실제 감정을 의식에서 지워버릴 수 있다. 아니면 실제의 감정이 아니라 ‘허용된’ 거짓 감정을 느끼게 된다.”
- <아이 마음속으로> 중에서, 이자벨 필리오자 -

감정조절 혹은 감정인식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자라온 환경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감정무시 환경’에서 자라온 경우가 많습니다. 즉, 감정이 표현되거나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감정이 나쁘거나 적절하지 않는 것이라는 직간접적인 메시지를 수도 없이 받으며 자라온 것입니다. 어떤 집은 ‘울지 마! 듣기 싫어. 바보같이 왜 울어!’ ‘화 내지마! 너만 손해야. 네가 참아!’ ‘왜 아무 것도 아닌 일로 그래. 사람 힘들게!’등과 같이 노골적으로 감정을 무시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감정을 표현해도 이해받을 수 없을뿐더러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관계를 해치는 것이라 생각하며 점점 감정을 이야기하지 않고 자라나게 됩니다.
 

이에 비해 눈에 잘 띄지 않는 감정무시 환경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랑 말다툼을 하고나서 마음이 상해있다면 그 감정을 들어주기보다는 ‘속상해 하지 마. 어릴 때는 다 싸우면서 크는 거야’? ‘기분 풀어. 그렇게 있지 말고 TV 볼래!’와 같이 때 이른 위로나 조언처럼 감정을 축소시키거나 전환시키는 경우도 많이 벌어지는 일입니다. 물론 부모의 의도는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이가 힘든 일이나 상처를 겪지 않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힘든 일이나 상처를 겪었을 때 이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중요한 부모의 역할입니다. 감정이 표현되고 받아들여지는 만큼 감정은 빠져나가게 되고 그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환경의 영향을 받고 자라납니다. 감정습관 역시 어떤 감정환경에서 자라느냐에 의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들어주고 받아들여주는 대상이 있다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 자체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러한 감정수용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감정에 잘 귀를 기울이게 되고 이를 표현할 수 있기에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잘 자라나게 됩니다.
 

이번 세월호 사고에 대해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세요? 감정은 배제하고 사건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아이가 불안해하거나 혹은 세상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될까봐 이야기하는 것을 회피하지는 않았나요? 당신이 살고 있는 집은 감정 무시환경인가요? 감정수용 환경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