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의 물결이 여전히 거센 한국수력원자력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한수원이 확 달라졌다”는 말도 이곳 저곳에서 들린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17일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지난 2년여간 한수원은 연이은 비리사건으로 가동원전이 중지되고 원전에 대한 국민신뢰가 급락하는 등 창사 이래 위기상황에 직면했으나 임직원의 각고의 노력을 통해 이제는 국민 신뢰 회복의 전기를 마련했고 회사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조 사장은 “향후, 한수원은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국민 안심 원전 구현을 위한 혁신을 지속할 것이며, 전 임직원의 지혜를 모아 2014년이 새로운 한수원 출발의 원년(元年)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수원이 혁신에 혁신을 더해 글로벌 에너지 리더로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있다. (사진은 월성원전 이글뷰(왼쪽부터 1호기~4호기)

한수원의 강도 높은 혁신은 ‘급전추락’의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온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근 한수원은 세계 에너지산업을 주도하는 리더로의 도약을 위해 한수원 직원으로서 반드시 가져야 할 5대 핵심가치를 재정립, 혁신의 고삐를 더욱 바짝 조였다.

 

제시한 핵심가치의 근간은 신뢰다. 기술 회사로서 중요한 Technology와 직원들간 상호존중하자는 Respect, 안전의 Ultimate safety,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는 의미의 Social responsibility, 그리고 정도경영을 하자는 Timeless integrity가 그 것이다. 이들 5가지 핵심가치의 알파벳 머릿글자를 따면 ‘신뢰(TRUST)’가 된다. 신뢰 확보에 대한 한수원의 절절한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한수원은 세계 최우수 원전회사를 벤치마킹, 한수원 고유의 선진경영모델인 이른바 ‘통합경영관리모델’ 구축에 나섰다. 이를 위해 최근 경영기획, 엔지니어링과 발전소 운영, 품질안전 등 각 분야 사내 최고 전문가로 추진팀을 꾸려 모델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통합경영관리모델이란 원전의 안전운영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직원 개인과 개인, 조직과 조직간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면서도 조직간 장벽을 타파해 협업 프로세스를 원활하게 구축하고 경영관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경영모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운영 중인 23기의 원전과 건설 중인 원전 5기, 건설준비 중인 원전까지 더하면 수년 내에 30기가 넘는 원자력발전소를 보유하게 된다. 한수원은 이들 원전을 원만히 운영하기 위해선 현재의 경영방식과 CEO 집중형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통합경영관리모델을 통해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경영체제를 근본적으로 혁신해 세계 최고의 발전회사 시대를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전력생산의 약 30%를 담당하고 있는 한수원은 무엇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특히 지난해 케이블 성적서 위조 문제가 불거져 7개월간 가동을 멈췄던 원전 3개 호기 재가동 작전에 돌입했다. 우선, ‘원전 가동 정상화 전담팀’을 구성, 케이블 교체계획을 수립했다. 케이블 재검증과 교체작업을 동시에 진행해 공기를 크게 앞당겼다. 케이블 교체 과정 전반을 규제기관은 물론 지역주민에게도 투명하게 공개했다.

 

그 결과, 원전 3기는 1월초 안전성을 확인받아 재가동에 들어갔고, 겨울철 전력수급 위기를 무사히 극복할 수 있었다.

올 여름에도 전력수급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한수원은 해마다 반복되던 전력난에 대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다행히 큰 원전고장 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했고, 피크에도 전력지난 없이 무난한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한수원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수치로 입증됐다.

 

지난해 75.5%까지 떨어졌던 원전 이용률은 올해 9월말 현재 85.5%로 회복됐다.발전소 정지로 지난해 1,88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나 올 상반기에만 1조여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성과도 거뒀다.

 

원전 비리를 적폐하는 노력은 전방위적으로 펼쳐졌다. 한수원은 그동안 비리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던 협력업체와의 유착을 뿌리뽑기 위한 조치를 단행했다. 2직급 이상 한수원 퇴직자에게는 협력업체 재취업을 3년간 금지하고, 외부인사 영입을 확대하는 등 인적쇄신을 확대해나갔다.

 

구매제도도 개선했다. 원전용 부품은 일반 산업용 부품처럼 대량생산은 불가능한데 빠른 수급을 위해 수의계약 비율이 높았던 점에서 구매 관련 비리가 발생했다고 판단, 구매제도의 공개, 경쟁입찰확대 등 수의계약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실제 이러한 노력으로 2012년 30%에 달했던 수의계약 비율이 올 9월 말 현재 27.1%까지 떨어졌다.

 

더불어, 비리 재발방지를 위해 기존 소요자재 발생시 사업소별로 구매하던 것을 본사 취합 후 시행하는 등 구매 프로세스를 대폭 개선하고, 구매시 점검항목을 대폭 강화했다. 품질서류 절차도 꼼꼼해졌다. 하지만 절차가 까다로워진 만큼 자재 구매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일부 적기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구매계획을 사전에 공개하는 한편, 공기업 최초로 원가를 조사하고 공급자를 관리하는 조직을 신설해 ‘적기조달’과 ‘투명한 구매제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품질관리 사각지대를 근본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현행 품질관리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도 눈에 띈다. 현재 한국품질경영학회에 위탁해 설계·구매·운영·정비 등의 단계별 품질체계를 점검하고, 기능의 실효성 및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한 전문가 진단을 받고 있다. 한수원은 올해 말까지 도출되는 전문가 진단 결과를 토대로 본격적인 품질체계 개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품질체계 혁신 노력을 통해 최근 세계 14개국의 대표기업 총 216개 팀이 참가한 국제품질분임조대회(ICQCC) 경쟁부문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한수원은 올해를 ‘원전비리 없고 안전성에 신뢰받는 원전 원년(元年)’으로 삼고, 회사 경영의 핵심 3대 축인 조직·인사·문화 혁신을 광범위하게 시행하고 있다. 선제적인 원전설비 관리를 위해 엔지니어링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발전소 중심으로 인력을 배치, 현장중심 조직을 갖췄다.

 

인사혁신 차원에서 처장급 이상 고위간부를 외부 전문가로 채용, 전문성을 강화하고 폐쇄성을 타파했다. 특히 ‘신 채용프로세스’에 맞춰 올해부터 신입사원 채용 때는 민간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자를 채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1직급 직원에 대해 업무성과와 리더십 등의 역량평가를 시행해 총 13명의 직원을 보직해임하기도 했다. 이들 직원은 외부기관에 위탁해 역량향상 교육을 받게 되며 이후 교육 결과에 따라 재교육 혹은 업무 복귀를 결정하게 된다. 향후 한수원은 2직급(부장급) 직원에 대해서도 동일방식 평가를 확대해 인적쇄신과 조직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위에서 아래로 지시되는 혁신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문화개혁’도 추진했다. 직원들이 직접 한수원 내에서 없어져야 할 ‘불건전 관행’을 선정해 스스로 이를 개혁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 같이 행복한 일터 그리고 사랑이 가득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감사경영과 칭찬릴레이운동 및 한수원형 ‘일家양득’ 프로그램도 ‘문화개혁’의 일환이다.

 

조 석 한수원사장은 “2013년 기준 국내 원전의 호기당 정지건수는 0.3건으로, 원전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과 프랑스의 0.6건에 비해 우수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한수원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발전소 운영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