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좀처럼 깨지지 않은 것 같은 알이 부화되고, 올챙이 꼬리가 사라지고, 새가 털갈이를 하는 것처럼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의 전환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은 ‘새롭게 태어남’이라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기에 이런 변환의 시기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자기 인생에 꼭 필요한 변화가 자기를 비켜갈지도 모른다.”- 윌리엄 브리지스의 <내 삶에 변화가 찾아올 때> 중에서 -
 

돌아보면 우리들의 인생에 있어 참 중요한 전환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어떤 일들이 생각나나요? 부모를 떠나 독립하거나, 새로운 도시로 이사를 가거나,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등 여러 가지 삶의 전환점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이는 외부의 사건에 의해 촉발되기도 하고 내적인 각성과 결심으로 촉발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기존의 질서와 익숙함에서 벗어날 때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떠남을 통해 우리는 온전하게 새로움을 만날 수 있고, 새로움 속에서 우리는 온전히 우리 안의 가능성들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묘하게도 저는 10년 단위로 이루어진 두 번의 떠남이 삶의 큰 전환을 이루었습니다. 그 첫 번째 떠남은 1994년도에 대학을 졸업할 때입니다. 고향을 떠나기로 한 것입니다. 간신히 몸만 뉘일 수 있는 인턴 숙소에서 시작한 서울 생활은 불편함과 피곤함의 연속이었지만 스스로 시작한 생활적인 독립은 내 인생을 찾아가기 위한 상징적인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떠남은 10년이 지나 2004년도에 찾아왔습니다. 당시에 남들이 가는 길을 뒤따라 개원의 생활을 시작했지만 점점 염증을 느끼고 무기력에 젖어있었던 때입니다. 그 때 큰 아이는 끌려 다니는 삶에서 이끌어가는 삶으로 전환하도록 큰 용기를 불러일으켜 주었습니다. 결국 그 해 병원을 정리하고 심리훈련 분야라는 새로운 길을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떠남이 있는 후, 2년 반의 준비 끝에 2007년도 초에 심리훈련 교육기관인 정신경영 아카데미와 상담전문 클리닉인 더 나은 삶 정신과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 플러스라는 글을 쓰게 되었고 지난 7년 반의 시간동안 심리훈련 분야를 개척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또 1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작년부터 직감적으로 내 삶에 또 하나의 전환점이 필요함을 느껴왔습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또 한 번의 떠남을 통해 그 새로운 삶을 온전히 만날 수 있으리라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7월 말을 끝으로 더 나은 삶 정신과와 아카데미 교육장을 정리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또 다시 새로운 시작 앞에 서 있습니다. 사실 어떤 일들이 제 앞에 펼쳐질지 모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떠남으로 인해 삶의 또 하나의 마디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내 삶과 내 안의 가능성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나는 내 인생의 세 번째 중요한 떠남을 회상하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