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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선고, 공기업 경영평가
이경호 공공노련 사무처장
2014년 06월 30일 (월) 13:09:22 전력경제 epetimes@epetimes.com

   
이경호 공공노련 사무처장
2013년 경영평가 결과가 발표되고 공공기관들이 요즘말로 ‘멘붕’에 빠졌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평가를 어떻게 한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예컨대 정부가 출제한 문제에 각 공공기관들이 충실하게 정답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채점도 엉터리고 그에 따른 보상과 벌칙도 심각하게 왜곡됐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평가대상 117개 공공기관 중 S등급은 아예 없고 A등급조차 2개 기관밖에 없다. 115개 기관이 B등급 이하를 받았다. 그나마 전체 공공기관 평균이 이 정도다. 핵심기관인 공기업을 보면 더 심각해서 평가대상 30개 공기업 중 S, A등급은 아예 없고 B등급조차 4개에 불과하다. 26개 공기업이 C등급이하이고 심지어 기관장 해임대상인 E 등급을 받은 공기업도 5개나 된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절반이상이 경영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올해의 경영평가 결과는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그동안 경영평가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특히 공공서비스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이라는 공기업 본연의 기능을 평가하고 강화하기 보다는 ‘단기실적’중심의 ‘효율성’만을 내세운 경쟁의 수단이 됐다. 그러다보니 실질적 성과보다는 평가를 잘 받기 위해 갖은 편법이 동원되기도 했고 심지어는 평가를 위한 별도의 조직까지 만들어지기도 했다.

평가단에 대한 접대 로비(?)가 만연하다는 정도는 애교로 봐줄만하고 정부 부처가 평가 결과를 조작한다는 소위 ‘마시지설’은 ‘설’의 차원을 넘어 이제는 아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때문에 허울뿐인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앞세워 평가결과를 뒤바꿔 놓는 것도 당연한 정부의 권한으로 생각하고, 정부에 밉보인 소위 괘씸죄에 걸린 공공기관은 가차 없이 등급이 깎여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평가에 대한 방법이나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매년 빠지지 않은 단골메뉴다.
 

결과적으로 보면 경영평가가 공기업을 제대로 평가하기위한 제도가 아니라, 공기업의 관료적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자리매김 됐고, 더 나아가 정권의 선심성 정책을 떠넘기기 위한 채찍이자 당근이 된 셈이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수 십년 동안 경영평가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강력한 성과보상체계 때문이다. 공기업별로 평가군을 나눠 경쟁을 시키고, 개별 기관내에서도 사업장에 따라, 부서에 따라, 개인에 따라 경쟁을 시키고 그에따른 성과를 차별화한다.

또 경쟁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임금에서 차지하는 경평 성과급의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여왔고 개인별 차등폭도 확대시켰다. 때문에 임금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공기업 노동자들로서는 경영평가 성과급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강력한 유혹 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결국 경영평가 성과급이 심각한 결함을 가진 경영평가 제도를 유지시켜온 생명줄이 된 셈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생명줄이 정부에 의해 사실상 끊어지게 됐다. 2013년도 경영평가 결과를 놓고 볼때 공공기관의 경영에 대한 평가를 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현 정권의 일방적 가짜 정상화대책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2012년도에 확정한 2013년 경영평가편람이 2013년 말에 확정된 정상화대책을 강요하기 위해 수시로 바뀌었다. 재무예산관리, 자구노력이행성과 등의 항목으로 사실상 정상화대책 지표를 18점이나 신설하거나 바꾼 것이다. 또 비계량 지표를 앞세워 노사간 정상화대책 합의를 사실상 강요한 것도 모자라 노사관리 지표조차 정상화대책 수단으로 앞세우면서 이에 반발한 다수의 경영평가단 평가위원들이 사퇴하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평가결과 역시 정치적 의도에 따라 결정됐다는 의혹이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됐다. 공정한 업무 평가가 아니라 정상화대책 실행을 위한 계획이 정부의 입맛에 맞게 제출됐는지, 부채감축이란 미명으로 공공사업을 축소하고 국민의 자산을 재벌에게 매각했는지, 또 헌법에 보장된 단체협약을 얼마나 무력화시켰는지 따위의 불법적이고 초법적인 잣대가 경영평가의 핵심이 되었던 것이다.

평가결과에 따른 성과급 지급에 대한 논란은 더욱 심각하다. 정부는 부채가 많은 공기업들에 대해서는 평가결과에 상관없이 성과급을 하나도 주지 않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임의로 뜯어고쳤다. 그나마 성과급 지급대상인 C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았던 수자원공사나 한전, 석유공사 등 기관은 경평성과급이 순식간에 영문도 모른 채 절반이나 잘려나가게 된 것이다.

결국 정부의 정책실패, 또는 정책 떠넘기기로 발생한 부채에 대한 모든 책임을 공기업들에게 떠넘긴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그걸 빌미로 평가를 왜곡하고, 평가에 대한 보상체계조차 무력화시켜 버린 것이다. 열심히 하면 보상해주겠다는 정부 말을 믿고 열심히 했지만, 자신들이 책임져야할 공기업 부채를 빌미로 부실경영의 낙인을 찍어 낙제 점수를 주고, 그것도 모자라서 당초 주기로 했던 ‘보상’에 대한 약속마저 없었던 일로 한다면 결국 경영평가 제도는 있으나마나한 제도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경영평가제도는 이제 더 이상 공공기관을 통제하고 규율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비민주적 지배구조의 전형인 관료적 통제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대폭적인 수술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사실 그동안 노동계에서도 경영평가 제도가 최소한의 공공성을 유지시키는 수단이 돼야한다는 요구를 하며 효율성 지표를 공공성지표로 바꾸고, 각 기관의 고유 업무에 충실한 지표가 반영돼야 한다는 등의 경영평가 제도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이상의 경평제도의 개선 요구는 무의미 하다.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경영평가 제도 자체를 무력화시켜버린 현 상황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공기업경영을 심각하게 왜곡시켜온 경영평가 제도 자체를 폐지시키는 투쟁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정답을 제출했더니 시험문제를 바꿔버리고, 시험 잘 치면 상을 주겠다는 말을 믿고 열심히 했더니, 결국 나중에 가서는 없던 일로 하자는데 어느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이제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사망했다. 삼가 조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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