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캔버스에 유화 121 x 91cm 2000년작

2000년 봄 북한산 기슭의 가나아트센터에서 85세 노화백의 개인전이 열렸다.
개인전 도록의 서문에 화가 김병기는 회고전을 위한 모놀로그를 적고 있다.
“오래 살아 있다는 이유 외에 회고전을 가질만한 이유는 내게는 없어 보인다. 회고전이 마지막 결산 같은 것을 의미한다면 더욱 그렇다. 나의 작품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내게 있어 작품은 언제나 유동적이며 과정적이었기 때문이다”

91세의 김병기 화백은 지금도 왕성하게 창작에 몰입하며 2000년 전시 모놀로그에 적은 것처럼 당신의 마지막 전시인 회고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아흔이 넘은 나이에 자신의 또 다른 변화를 추구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화가가 창작을 한다는 것은 작업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성찰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김병기는 50년대에 서울미대 교수와 1964년 미술협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1965년 상파울로 국제전 커미셔너 및 심사위원으로 출국한 후 귀국을 하지 않았다.
국내화단의 최정상의 위치한 그가 선택한 길은 뉴욕에서의 외롭고 힘든 작품 활동 이었다. 자신의 예술세계를 위한 그러한 집념이 아흔이 넘은 오늘 까지 그를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이다. 풍경과 정물을 즐겨 그리는 그의 그림 속에는 분단된 조국의 아픔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심이 담겨 있다. 유화 이면서도 밝고 맑은 수채화 느낌을 주는 그의 그림은 감상자들에게 따뜻한 작가의 사랑을 전하는 듯 하다. 우리나라 서양화단의 산증인과도 같은 어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