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일 산업통상자원위 위원장

국회 산업통상위원회는 11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 국감에서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부채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운영과 관리감독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도록 관련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데 의원들이 뜻을 같이했다.
인적 쇄신을 포함한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와 함께 해외자원 개발과 무분별하게 추진되고 있는 해외사업의 부실성과 위법성이 다각적으로 지적됐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해외 개발은 필요하지만 절차를 어기거나 정밀한 분석 없이 마구잡이로 해외에 뛰어들어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의원들은 관리감독을 엄격하게 하고 절차나 규정을 어기는 위법성이 발견될 경우 일벌백개하는 대안을 요구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이다.

특히 원전비리에 대한 질타가 어느 때보다 많았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이 원전비리를 뿌리채 뽑겠다고 선언한 이후 한수원 등 일부 공기업들이 산업부 국감 전에 임금인상분과 경영평가 성과급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해 주목을 받았다.
한수원은 31일 일련의 비리 사건 및 발전소 가동중지에 대한 질타에 책임을 통감하며, 자성과 새로운 각오의 뜻으로 경영상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임직원들의 성과급 및 임금인상분을 반납키로 했다고 밝혔다.
임원 및 1(갑)직급 이상 전 직원에 대해 2013년 경영평가 성과급을 반납하고, 부장급 이상 전 직원에 대해 2013년 임금 인상분을 전액 반납키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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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직 산업부 장관

014년도 이후에도 경영성과가 크게 호전되지 않을 경우에는 2014년도 임금인상분과 경영성과급도 추가로 반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통해 조성된 기금은 공익적 목적에 사용할 계획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아울러 신임사장 취임 후 경영전반에 대한 근원적인 쇄신을 단행하기 위해 조직·인사·문화 3대혁신 방안을 마련 중에 있으며 조만간 이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임직원 모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국민이 안심하는 원전 운영과 경영성과 향상에 매진하여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를 두고 공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에 등떠밀려 나온 조치라며 의구심을 표하는 의원들도 있었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전력계통운용시스템(EMS) 부실 운영'을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돼 온 의혹이 결국 검찰 손으로 넘어갔다.

전정희 의원

전정희 민주당 의원은 1일 고발인 2인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년간 지속적으로 문제삼았던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의 부실운영과 한국형EMS 개발 사기의혹을 검찰수사에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정희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2001년 미국 알스톰사에서 220억원에 도입한 EMS를 제대로 사용했다면 한해 최소 5천억원 이상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계통불안으로 인한 절전협박도 없었을 것”이라며 “지난 2년간 EMS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고, 이를 둘러싼 계통마피아들이 사기행각을 보면서 나라 전체가 언제 또다시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두 번의 국정감사에서 EMS의 부실운영이 낳은 폐해와 한국형EMS의 불법 복제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이 문제는 결국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면서 “김영창, 김건중 교수가 그간 국회에서 제기한 EMS에 관한 숱한 의혹을 증거로 오늘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영창 아주대 교수는 2003년 전력거래소 기획전무로 근무할 당시 EMS가 계통운영에 사용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제기하며 개선책을 요구하다, 내부문건 유출 혐의로 감사를 받는 등 고초를 겪었다. 10년이 지난 2012년 4월 국회 추천으로 EMS조사에 참여한 김 교수는 10월 25일 전력거래소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여전히 전력거래소의 EMS가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김영창 교수는  전력거래소 전현직 이사장 및 계통운영처 전현직 임직원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김건중 교수는 한국형EMS 개발에 관여한 연구기관 및 개발책임자들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김건중 교수는 10월 25일 전력거래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2달만에 조류해석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것은 남의 것을 복사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한국형EMS는 상용화될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전정희 의원은 “EMS를 둘러싼 2000억원대 사기극에 대한 심판은 이제 검찰의 몫이 되었다”면서 “그러나 EMS의 복구 문제는 여전히 전력기관을 감독하는 산업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서 제3의 외국기관에게 EMS 기술조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완주 의원

이번 국감에서 가장 돋보인 의원은 박완주 민주당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시민단체인 경실련으로부터 ‘2013년 국정감사 상임위별 우수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경실련 측은 제 6차 전력수급계획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 전력사업의 공공성향상을 촉구히고 LNG가격 인하와 석유공사 해외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자 문책 등을 준엄하게 요구해 ‘정책국감’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국감에서 박 의원은 민자발전사에 대한 정부의 특혜 의혹을 제기해 산업부와 진실공방을 벌였다.
박 의원은 산업부 마지막 국감에서도 “정부가 6차 전력수급계획에 참여할 업체를 선정하면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높은 점수가 특정업체에 몰렸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청문회를 열 것을 주장했다.
기업 신용도 지표인 회사채의 등급이 낮은 업체가 재무능력에서 오히려 높은 점수를 받고 민간발전의 대표적 기업은 운영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 장관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 의원은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3∼2027) 민간발전 석탄설비 건설의향 평가표’를 공개한 결과 민간발전업계가 평가배경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민간발전업체는 그동안 정부가 주장했던 전문가 평가가 100점 만점에 75점을 사전에 배정했던 사실이 드러나자 선정과정의 철저한 재조사를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민간발전업계  총점에서 0.5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치열한 경합 속에 업체들은 공정평가를 요구했지만 재무능력에서 회사채 등급이 낮은 업체가 높은 점수를 받자 객관적 지표와 동떨어진 심사결과라며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심사기간과 인접한 지난해 말 기준 회사채 BBB- 등급인 동양파워(동양시멘트 기준)는 재무능력 평가에서 만점 2명을 포함 평균 2.16점을 받았다.
반면 BBB등급의 동부하슬라파워는 평균 2.12점을, BBB+등급의 한양은 2.08점으로 높은 등급임에도 점수는

조 석 한수원 사장이 질의사항에 대한 메모를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AA+등급의 포스코에너지(2.56점)와 SK-E&S(2.36), AA-등급의 삼성물산(2.94점)과 대림산업(2.44점), A+등급의 대우건설(2.44점)과 SK건설(2.67점), A등급의 STX에너지(2.36점) 등도 들쭉날쭉 했다.
운영능력 역시 의문이 제기되기는 마찬가지라고 질타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심사평균 2.5점 이상의 고득점 상위업체는 동부하슬라(2.78점), 동양파워(2.67점), 삼성물산(2.78점), 한양(2.61점), SK건설(2.67점) 등이다.
운영능력 하위권 업체는 대림산업(2.39점), 대우건설(2.30점), 포스코에너지(2.28점), SK-E&S(2.13점), STX에너지(2.47점) 등이다.
이에 대해 민간발전업계에서는 의외의 결과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발전사의 대표적 업체인 포스코에너지와 SK-E&S의 운영능력 하위권이고 동부하슬라와 동양파워 등 상대적으로 신생업체의 고득점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민간발전 관계자들은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에서 대놓고 얘기하기 어렵지만 이번 선정결과는 쉽게 받아드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특혜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배점의 근거를 검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 의원은“대부분의 점수를 정부가 미리 정해놓거나 배점의 원칙에 대한 공정성이 없으면 특혜시비는 피할 수 없다”며 “정부는 불거진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청문회를 수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영민 의원

노영민 민주당 의원은 전기인 출신답게 전력계의 핵심을 짚었다는 게 중론이다.
노 의원은 산업부 국감에서 ‘전력산업 구조개편’ 연구용역'의 중단을 촉구했다.
연구용역이 의도성을 갖고 시행되고 있으며 객관성을 상실했다는 게 노 의원의 주장이다.
오랫동안 공기업 민영화를 연구해 온 민영화 전도사로 알려진 인물이 기관장인 연구원을 수
의계약으로 주관기관으로 선정한 것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의도성이 있다는 지적이
다. 
노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도 심층적인 토론을 하고 각계 의견을 보완해 추진할 것을 촉구했
다.
전력설비 검사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는 의견도 내놨다.
노 의원은 “지난 2009년 국회에서 부결될 당시와 그 이후 특별히 변동된 내용이 없는데도 정부가 제도를 바꾸려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제도를 바꾸려는 의도가 전기안전공사에게 일거리를 만들어주려는 의도가 옅보인다”고 압
박하고 “조직의 안정화와 장기 방안을 연구해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잘 운영
되고 있는 것을 엮어주는 것은 잘못”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노 의원은 “사용전점검 안전공사 일원화는 검사와 행정처리가 중복되고 이해 관계자(한전, 공사협회, 제작사 등)에게 불필요한 업무량이 늘어 국가적인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제도”라며 “현행 제도의 유지

10월 31일 열린 대한석탄공사 등 4개기관 감사에 앞서 권혁수 대한석탄공사 사장이 대표로 나서 증서선서를 하고 있다. 권 사장 뒷 편으로 최홍집 강원랜드 사장, 고정식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권혁인 한국광해공단 이사장이 도열해 있다.

가 타당하기 때문에 그대로 존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한전 KDN과 관련해 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강구할 것도 주문했다.
한전 KDN이 올해부터 ‘대기업의 공공소프트웨어사업 참여 제한’이 포함된 SW산업진흥법이 발효되면서 수주 참여가 제한됨에 따라 경영부실이 심각해 회사의 존망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 KDN의 SW개발 관련 매출이 2011년 592억원, 2012년 83억원에 이르렀으나 올 들어 현재까지 전무한 상태”라며 정부 차원에서 대책 강구를 촉구했다.
 “특수한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을 관련 사업에서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한 노 의원은 “한전 KDN이 사업참여 제한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하기 위한 SW진흥법 개정안이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전개해야 할 것임을 역설했다.

원전 안전성에 대한 의원들의 날선 공방이 이번에도 재현됐다.
특히 여야 의원끼리 ‘지역구에 원전을 설치하라’는 설전이 벌어져 주목을 끌였다.

김동완 의원

김동완 새누리당 의원이 “선진국이 원전으로 유턴하는 양상”이라는 입장을 보인 반면, 조경태 민주당 의원이 “원전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는 견해가 국감 마지막 날 충돌한 것이다.
이날 김 의원은 “선진 유럽 국가들이 다시 원전으로 유턴하는데 우리만 탈원전을 주장하고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도 원전 비중을 축소하려는 움직이 보인다”면서  산업부의 성찰을 당부했다.
김 의원은 “최근 캐머런 영국 총리는 원자력발전소 하나를 건설하면 풍력발전기 6000개를 대체할 수 있으며 잘만 관리하면 원전은 안전할 뿐더러 장기적인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 데 이어 20년 만에 원전을 건설키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비단 영국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사태 이후 탈 원전을 선언했던 프랑스 스웨덴 미국 독일 등은 물론 심지어 후쿠시마 사태의 당사자인 일본조차 안전하다고 확인되는 원전은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원전 유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아울러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들은 모두 설계 내 고장으로 관리만 잘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바, 산업부는 이점을 깊이 성찰해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경태 민주당 의원은 이어진 발언에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원전에

조경태 의원

찬성하는 의원이 있다면 지역구에 짓도록 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두 의원간 설전으로 이어지는 단초를 제공했다.
조 의원은 윤상직 산업부 장관에게도 “원전이 안전하다고 생각되면 전기를 많이 쓰는 수도권에 지어 보라”며 “송전탑 건설로 인해 주민들은 재산이 10분의 1로 축소되고 건강권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등 많은 피해를 보고 있으므로 전기를 지역별로 공급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원전에 대해 의견을 달리할 수 있는 것은 민주주의에 부합되는 것”이라고 전제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지역구에 지으라는 등 동료 의원을 노골적으로 비난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조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조 의원은 “정부가 현재 계획도 확정되지 않은 신고리 4, 5, 6, 7, 8호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부산 시민들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김동완 의원이)부산과 다른 지역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

10월 28일 열린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국감장에 출석한 증인과 참고인들이 답변자료를 살피고 있다.

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두 의원이 고성을 오가며 설전이 이어지자 강창일 위원장이 “회의를 더 이상 방해하지 말고 두 분이 따로 만나 오해를 풀라”고 당부했지만 의사진행 발언을 달라며 응수하면서 좀처럼 소란이 잦아들지 않았다.
이 후 국감장 밖에서 두 의견 간 대화가 오간 후 조 의원이 먼저 “원전에 대한 불안정성에 대해 얘길 하다보니 김 의원의 지역구인 당진을 말한 부분이 있었다.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진을 언급한 발언은 속기록에서 삭제해달라”고 말했다.
김 의원도 “이해해주셔서 감사하다. 회의 진행과 관련해 위원장에게 후배의원으로서 고성한 것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두 의원간의 설전은 한 때의 해프닝으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