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남 의원

김제남 의원(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 대표의원)은 20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영국 코름(방사성폐기물위원회,CoRWM)사례를 통해 본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해법 찾기’라는 주제로 초청강연회를 열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주최한 이번 강연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아직 출발점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구성방안과 관련해 한국형 모델과 대안을 모색했다. 초청 강연에는 고든 맥커런 전 CoRWM 위원장과 앤드류 블로워스 전 CoRWM 위원이 강연자로 나섰다.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고든 맥커런 전 CoRWM 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영구적인 고준위 폐기물 관리 해결책은 아직 부재한 상황”이라고 말하면서 “사용후 핵연료로부터 비롯된 폐기물을 재처리 할 지의 여부가 가장 중요한

고든 맥커런 전 CoRWM 위원장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론적으로 회수처리비용이 영구처분에 비해 훨씬 고가이며, 영국의 경우 2018년까지 모든 핵연료 재처리과정을 공식폐쇄하기로 했다”며 “경제학적으로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라늄의 희소성 또한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므로 재처리는 상업적으로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고든 위원장은 영국 방사성폐기물위원회의 위상과 역할 등 위원회 활동 전반에 대해 소개했다. 2003년에 설립된 CoRWM은 2006년까지 약 3년간의 활동을 통해 정부에 사용후핵연료 관리 권고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구성원으로는 원전 전문가 및 과학자부터 그린피스 설립자, 사회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자들로 이뤄졌으며 위원회는 국민의 신뢰 확보를 가장 큰 임무로 보고 투명성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위원회는 정부로부터 분리되어 독립성을 지니고 있었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모인 가운데 공개적으로 논의를 진행했다”고 말한 고든 위원장은 “모든 과정이 ‘업스트림’(아래에서 위로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공론화 과정의 핵심은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성격이 잘 유지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든 위원장은 “3년간의 활동 결과로 제시한 CoRWM의 권고사항은 먼저 최종방안으로 심지층처리가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며, 임시저장의 적극적인 활용 또한 수반되어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점은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동의를 구하는 점으로 결론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앤드류 블로워스 전 CoRWM 위원

두 번째 강연자인 앤드류 블로워스 전 CoRWM 위원은 “1990년대 체르노빌 사고로 반핵 운동이 확산되면서 대중 참여가 활발한 사회적 분위기가 CoRWM 형성에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개방적인 핵 관리 정책을 요구하는 사회적 맥락을 바탕으로 공론화가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고든 위원장이 강조했던 것처럼 앤드류 위원 또한 CoRWM의 활동목적에 대해 “대중의 신뢰를 고취시킬 수 있는 확실한 권고안을 마련하기 위해 개방적이면서 투명하고 통합적인 방법으로 업무를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3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공론화를 진행하여 정부에 의견을 제시하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앤드류 의원은 CoRWM의 공론화 방식에 대해 설명하면서 “평등하고 개방적인 가운데 기탄없이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의사결정을 언제까지 해낼 것이며, 어느 정도 수준의 대표성을 지닐지에 대한 한계성도 분명히 존재했다”고 말했다.

또한 “공론화 과정에서의 윤리적인 형평성을 도모하는데 있어 절차적 형평성, 세대 내 형평성, 세대 간 형평성 등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고 추진하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앤드류 의원은 권고안에 전제된 3P요소와 관련, “부지선정은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Participation)로 이뤄져야하며 지역과 정부 간의 파트너십(Partnership)을 통해 신뢰를 쌓아나가야 하며 권위 있는 기관의 의사결정을 통해 가치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권고안은 지역사회에 경제적 자원 및 지원 등 패키지(Package)형태로 전달되는데 지역주민들의 삶이 시설유치 전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도록 보장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강연회에 앞서 김제남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민주적으로 개방되고 투명한 단계를 통해 이뤄져야한다. 정부는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그치지 않고 공론화 구성과 위상 설정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며 절차적 민주성과 투명성 모두 얻을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범 부처를 아우르는 독립적 기구의 성격을 띨 수 있도록 공론화의 첫 단추를 잘 꿸 수 있어야한다. 세계적으로 공론화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는 CoRWM을 통해 국내 사정에 어울리는 좋은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회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의 무게를 반영하듯 국회 산업통상자원부의 소속 여야 의원들이 참석,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축사를 통해 영국의 공론화 사례를 참고한다면 공론화를 모색하는데 도움 될 것임을 기대했다.

오영식 의원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직접적 연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

오영식 의원

회적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며 “무리한 정책 드라이브로 인해 공론화가 졸속으로 흘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가 이제 첫걸음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본다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위원회의 구성과 이를 위한 추천 위원회의 구성, 공론화 범위 및 방식의 선정 등 처음부터 쉽지 않은 문제들을 함께 풀어야 한다”고 말한 오 의원은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의 선택들이 앞으로 진행될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의 방향성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런 측면에서 바람직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사례로 평가되고 있는 영국 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CoRWM)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의 추진과정을 살펴보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임을 강조했다.

특히 오 의원은 CoRWM이 다양한 참여형 의사결정기법을 활용한 점에 주목했다.

영국의 CoRWM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위한 준비에만 3년의 시간을 투자했고, 30개월의 공론화 과정에서 독립적인 위원회를 운영하며 국가 이해관계자, 원전지역이해관계자, 시민패널, 학교, 환경단체, 노인회, 종교단체 등이 참여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공동체 구성원 누구나 공론화에 참여할 수 있었고 모든 정보와 진행과정이 공개됐기 때문에 폭넓은 대중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오 의원은 “이처럼 CoRWM이 바람직한 공론화 과정을 거칠 수 있었던 것은 위원회가 독립성을 갖고 민주성, 윤리성, 상호의존성, 실행가능성, 참여와 통합, 전문지식의 활용 등을 핵심적인 가치로 중시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성공적인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위해 공론화위원회의 독립성을 담보해 정해진 답에 맞춰가기 위한 공론화가 아니라 정답을 찾아가는 공론화로 모든 가능성을 열고 공론화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강후 의원

이강후 의원은 “현재 국내의 23개 원전에 설치된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13,000여톤으로 임시 저장시설 용량의 70%를 넘어섰고 지금도 연간 700톤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되고 있다”며 “임시저장시설들은 2016년 고리원전부터 2018년 월성원전, 2019년 영광원전, 2021년 울진원전 등 차례로 포화가 예상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제는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보관과 관리를 위해 중간저장시설 건설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제한 이 의원은 “부지 확보에만 19년이란 기간이 소요된 경주방페장의 경험을 고려해 볼 때 더 이상 중간저장시설 건설 논의를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수성 의원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원전은 피할 수 없는 에너지의 보고(寶庫)

정수성 의원

였으며 우리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원전 가동의 부산물인 방사성폐기물 처리문제는 국가 차원의 난제를 남겼고 이미 십수년에 걸쳐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현재 원전 별로 임시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오는 2024년부터 포화 시점이 도래하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11년 동안 계획대로 차질 없이 중간저장시설 건설을 완료해야 한다”면서 “원전 찬성파도 반대파도 기왕에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키 위한 고된 작업에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의락 의원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

홍의락 의원

정이 더욱 중요하며 과정이 투명치 못하고 신뢰받지 못한다면 공론화 결과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고 그런 공론화는 하지 않은 것만 못 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 의원은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정부의 정책추진방식 또한 폐쇄성과 무사안일, 효율제일주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질타했다.

홍 의원은 “시간이 없지만 그렇다고 시간에 쫓겨 급급하게 진행되는 공론화는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키울 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조금은 더딜지라도 모든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과 소통하며 이해당사자로부터 독립적으로 추진되는 공론화 과정이야 말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김준동 에너지자원실장 대독)은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국민 안전과

김준동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관계된 매우 중요한 사안이지만 과거 안면도, 부안과 같은 수차례의 갈등을 겪고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2016년으로 예상되는 임시저장시설의 포화에 대한 대책에서부터 최종 관리를 위한 장기정책 방향의 수립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이슈들”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정부가 기술개발이나 정책연구 결과에만 의존해 해결방안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반드시 국민적 공감대 아래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공론화는 정부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해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다. 영국 코름(CoRWM)의 사례처럼 정부도 올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관한 공론화를 실시할 계획"이라면서 “공론화는 위원회가 자율적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정부는 재정적·행정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공론화위원회 출범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국회, 시민사회단체, 지역 등 각계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김제남 의원은 토론을 마무리하는 발언에서 “영국과 우리나라의 사정이 달라 모든 원칙과 내용을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공론화 과정에 있어 사용후핵연료의 기술적인 접근보다는 사회적, 통합적, 윤리적인 접근을 우선시했던 CoRWM의 운영원칙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더불어 우리가 가져야할 철학과 원칙도 얻을 수 있었던 자리였다. 국내 환경을 잘 고려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과 해법을 설정키 위해 국회차원의 노력을 계속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