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가 지는 것은 지킬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수가 지는 것은 자신을 먼저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을 모르면서 응용하려 하거나, 기본을 모르면서 멋을 부리려 하기 때문이다. 바둑의 기본은 ‘지키는’ 것이다. ‘수비’가 기본이다. 상수의 진영에 뛰어 들어가거나, 상수의 돌을 공격하는 것은 나의 약점을 충분히 돌본 후에 생각한다.”

〈서봉수의 천하 넉 점〉중에서
한 중소기업 대표가 병원을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 분은 ‘위기는 기회다’는 신조를 가지고 어려운 시기일수록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해서 업계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그 회사에게만 유독 늘 기회일수는 없었습니다. 회사는 결국 무리한 투자의 결과로 인해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습니다. 주위에서는 하나같이 사업규모를 축소하여 일단 살고보자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는 계속 미뤘습니다.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야말로 사업 실패나 다름없었고, 그것은 곧 인생실패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바둑 격언 중에 ‘재미를 원하면 공격을 하고, 이기고 싶다면 수비를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바둑에서 수비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실제 저처럼 바둑을 잘 두지 못하는 사람들은 바둑을 두면 어떻게 상대의 돌을 잡을 수 있을지 궁리하다가 그만 대마가 죽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수비가 중요하다는 것은 비단 바둑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거의 모든 스포츠가 그렇습니다. 우승을 할 정도의 강팀이나 강자가 되려면 치명적인 약점을 보완하고, 상대의 공격을 잘 방어할 수 있는 탄탄한 수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야구를 예로 들면, 타자는 세 번 에 한 번만 안타를 치면 훌륭하지만 수비는 세 번에 한 번만 실책을 해도 경기가 뒤집히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공격은 슬럼프가 있지만 수비에는 슬펌프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공격을 잘 할 때가 아니라 수비를 잘 할 때 안정감이 주어집니다. 인생도 그렇습니다. 공격과 수비가 모두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수비가 밑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이 무엇이고 이를 보완할 수 있어야 하며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소신을 유지할 수가 있고,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약없이 안정적 기반을 만드느라 도전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렇다 할 기반도 없이 무모한 모험에 나서는 것입니다.
수비는 소극적인 게 아닙니다.좋은 수비는 오직 많은 연습과 시행착오의 경험을 거쳐서 만들어지며 수비력의 바탕위에 공격이 덧붙여질 때 가공할 만한 공격력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인생의 수비상태는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