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유기체들은 그것이 아메바라 할지라도 자신이 처한 형편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멈춘 적이 단 1초도 없다.”
- 철학자 칼 포퍼 (1902~1994) -

남아프리카 나미비아 사막은 강수량이 적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곳에 사는 ‘스테노카라’라는 딱정벌레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건조한 기후에도 끄떡없습니다. 극한 환경에 적응해 온 질긴 생명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 없이 어떻게 사냐고요? 이 딱정벌레의 등에는 1mm 간격으로 촘촘히 늘어서 있는 수많은 돌기가 있습니다. 이 돌기의 끝부분은 물과 친하고 바닥은 물과 친하지 않습니다. 사막의 아침에 안개가 끼면 스테노카라는 바람 부는 방향을 등지고 물구나무를 섭니다. 오직 물 한 방울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안개 중의 수증기가 수분을 좋아하는 돌기 끝에 붙게 되고 점점 커진 물방울이 자기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입으로 굴러 들어올 때까지 딱정벌레의 물구나무는 이어집니다.
북극 가까운 곳에 ‘툰드라’라는 빙하지대가 있습니다. 연강수량이 150mm도 채 안되고 여름에도 얼음이 남아있을 정도로 춥고 일조량이 부족한 이곳에도 풀과 나무들이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자라나는 식물들은 하나같이 키가 작고 뿌리가 약합니다. 바람이 거세고 토양이 얼어있어 뿌리를 깊이 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 식물들은 비록 얕은 뿌리이지만 주변 식물의 뿌리와 튼튼하게 엉켜있어 꿋꿋하게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섭씨 300도가 넘는 화산의 분기공에 서식하는 폼페이 지렁이도 있고, 영하 30도에도 부동액을 만들며 살아가는 북극의 미세조류들이 있습니다. 이렇듯 열악한 조건에서도 생명체들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자기 몫의 생명을 꽃 피웁니다.
환경과 조건을 탓하느라 성장을 게을리 하는 생명은 없습니다. 모든 생명은 주어진 환경을 인정하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능동적으로 살아갑니다. ‘수용과 최선’ 그것이야말로 생명의 본질인 것입니다. 비록 인간만이 환경과 조건을 탓하면서 제 몫의 생명을 다하지 못할 때가 있지만 그 순간에도 있는 힘껏 살아가려는 생명력은 우리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아 무기력해질 때, 나는 물 한 방울을 얻기 위해 나마비아 사막의 아침에 물구나무하며 서 있는 딱정벌레를 떠올려 보며 내 안의 생명력을 느껴봅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