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성권 의원이 1일 열린 산자부 국감에서 정세균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 여파로 일정자체가 이틀 연기됐던 2006년도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국정감사가 11월 1일 북한의 6자 회담 복귀 소식을 접하면서 끝이 났다.

핵실험 후폭풍은 그대로 국정감사장으로 이어 졌다. 한나라당 등 야당의원들은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의 임금이 핵실험 비용으로 이어졌을 개연성을 제기하면서 개성공단 사업 자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문제는 경제적인 논리로 접근해야 하며 개성공단 사업 중단은 오히려 남북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악수라며 중단할 수 없다며 야당의 주장에 맞불을 놓았다.

개성공단 여파는 그대로 전력그룹사 국감으로 이어졌다. 한전 국감에서 일부 야당의원들은 개성공단의 전력공급과 관련해 한전이 매년 적지 않은 금액의 적자를 보고 있다며 전기요금 적자 규모가 1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은 개성공단에 공급하는 전력을 사용하는 주체는 북한의 기업이 아닌 바로 우리의 기업이라며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개성공단 전기요금은 북한에 대한 사실상의 지원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배전설비 정기 검사제도 도입 여부도 이슈로 부각됐다. 한전 등 전기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면서 잘못된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검사제도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전기안전공사 국감이 열린 23일 여야 의원들은 배전설비 정기검사제도 도입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지만 그 검사 주체로 전기안전공사가 수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감에서 한 여당 의원은 송인회 전기안전공사 사장이 배전설비 정기검사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사고의 예로 든 것은 모두 송전선로 사고라며 이는 허위로 보고한 것으로 의원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성토했다.

야당의 한 의원도 현재 배전설비에 관한 검사는 ‘전기사업법’에 의거해 한국전력공사가 정기 및 수시 검사 체계로 실시하고 있다”며 배전설비 정기검사의 경우 배전설비 특성상 매순간 점검과 관찰이 필요한 만큼 전기안전공사의 정기검사 요구는 실효성이 없으며 전기안전공사의 과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약방의 감초격으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재검토 주장은 이번 국감에서도 의원들의 질문에서 빠지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은 발전분사에 따른 발전사의 경영효율 문제를 언급하면서 전력그룹사의 ‘낙하산’ 감사들의 파격적인 연봉 상승은 공기업으로서의 도덕적 해이라며 질타했다.

또 에너지를 다루는 공기업의 해외매각은 에너지 국유화 및 공기업 회귀라는 세계적 조류에도 맞지 않다며 구조개편의 전면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리 1호기 계속운전과 관련해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관련 한수원의 대응이 늦어 6개월간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를 불러왔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지역 주민과의 수용성 문제도 언급됐다.

일부 의원들은 원전 계속운전 문제는 안전성이 핵심이어서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라며 반드시 지역 주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수원 국감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의원들의 문제 제기는 원전 풀랜트의 중국 수출이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은 원전 플랜트의 해외 수출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웨스팅하우스의 양해가 필수적임에 따라 중국 원전시장에서 경쟁자인 한수원에 원천기술이라는 ‘무기’를 안겨주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다며 정부와 한수원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중국 원전시장 공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해외수출 전략이 수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력그룹사 안팎의 국감 성적표는 간신히 ‘F’ 학점을 면한 듯하다. 핵실험 후폭풍을 맞은 의원들의 질의는 날카로움을 잃었고 지난해와 달리 유난히 국감 도중에 삼매경에 빠진 ‘배석 인원’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