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재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이사장은 지난 달 29일 열린 원자력계 조찬회에 연사로 나서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에 관한한 전혀 진전이 없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원자력산업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려면 조속한 시일 내에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사용후핵연료 공론화가 기존의 원자력계 의견수렴 흐름과 달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원자력에 대한 사회 각층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아는 계기로 삼아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원자력산업회의(회장 조환익 한전사장)와 한국원자력학회(학회장 정연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가 공동 개최한 원자력계 조찬회에는 최태현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 김균섭 한수원 사장, 변준현 한국전력 부사장, 전용갑 한수원 부사장, 윤순철 한국전력기술 원자력 본부장, 김기학 한전원자력연료 사장, 태성은 한전KPS 사장, 정연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박군철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 총장, 김동선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정책실장 등 국내 원자력산업계 인사 160여명이 참석했다.
송 이사장은 이날 국내 사용후핵연료 관리 개념부터 관리 현황 등을 짚어보고 공론화 추진 경과와 추진 체계, 향후 추진계획을 상세히 소개해 원자력인의 이해를 도왔다.
송 이사장의 강의 내용 가운데 관리 현황과 공론화 추진 부분을 정리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현황
‘사용후핵연료’는 한번 장전하면 원자로 내에서 약 3년간 연소되며 사용전과 사용후의 외형상 변형이 없다. 원자로 내에 장전되기 전의 핵연료는 사람의 접근이 가능하나 ‘사용후핵연료’는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하므로 사람이 접근하지 못한다.
높은 방사선과 고열을 지닌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관리하는냐 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숙제다. 우리나라도 일찍이 이 문제를 들여다 봤다. 88년 7월에 제220차 원자력위원회에서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 때 세운 정책이 사용후핵연료는 국가정책 결정시까지 중간저장 관리하며 중간시설은 97년 12월말까지 원전부지 이외의 장소에 집중식으로 건설키로 했다.
중저준위 처분장과 맞물려가다가 나중에 중저준위 처분장과 중간저장 시설이 분리가 되었다. 2004년 12월 열린 제253차 원자력위원회 때 일단 원전내 저장시설을 확충해 2016년 까지 각 원전 부지내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관리하도록 의결했다. 또 중간저장시설 건설등을 포함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국가 방침은 중저준위 문제를 통해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정책 방향, 국내외 기술개발 추세 등을 감안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감대하에서 추진하도록 했다. 그같은 정책 기조는 지금까지 견지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상태를 살펴보면 현재 가동중인 22기 원전에서 약 800톤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고 있고 원전내 저장시설에 안전하게 저장 관리되고 있다. 발전이 계속되면 저장수조가 점차 차게 될 것이다. 고리원전이 2016년, 영광원전이 2021년, 울진원전이 2018년, 월성원전이 2017년에 가득 찰 예정이다. 조금 개조하거나 부지내에 여러원전에 추가 저장하는 등 운영상의 묘를 발휘하면 추가로 현재 시설 용량보다 저장이 더 가능하다. 이런 것까지 고려하면 고리는 2028년, 영광은 2024년, 울진이 2028년, 월성이 2026년으로 저장포화년도가 길어진다. 이 가운데 영광원전이 가장 먼저 2024년에 완전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영광원전은 신규 원전계획도 없어 추가저장이 불가능해 심각한 상태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제5차 전력수급계획에 확정된 원전을 바탕으로 2083년까지 사용후핵연료 누적발생량을 예측하면  PWR 약 4만톤, CANDU 약 2만톤 등 총 6만톤에 달할 것이다. 
사용후핵연료의 최종 목표는 영구처분이다. 사실 처분장이 있으면 간단한 문제다. 발전소에 저장했다가 열과 방사선을 어느 정도 감소한 후에 바로 처분장으로 보내면 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운영하는 국가는 없다. 처분장으로 가기 전까지가 문제다.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문제가 복잡해진다. 현재 발전소에서 생기는 사용후핵연료를 발전소내에 임시 저장했다 처분장 전망이 안보일 경우 발전소 저장 용량시설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별도로 이를 모아 관리할 수 있는 중간시설에 만들어 처분하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다. 단지 처분할 때 사용후핵연료를 그대로 처분하거나 부피를 줄여 처분하는 방법이 있다.부피를 줄이는 것은 재처리와 관련이 있어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기술개발을 통해 반감기를 줄여주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용후핵연료는 높은 열과 방사능 때문에 관리기관도 10만년 이상의 장기간 관리가 필요하다. 생활권에서 격리하는 방법으로 지하 500~1,000m 깊이의 암반층에 격리 보관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전 세계적으로 처분장을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처분장 부지 확보가 어렵고 부지 선정과 시설 인허가 건설에 몇 10년 걸리는 적어도 30∼40년의 오랜기간 소요되는 사업이다. 세계적으로 진도가 가장 많이 나간 나라가 핀란드로 2023년~2025년, 스웨덴과 프랑스가 2030년 이전 처분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작년 말 2048년까지 처분장 2곳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2050년 이전에는 고준위처장장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반드시 중간단계를 거친다 중간저장시설 확보시기는 2024년이 될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추진
공론화 추진 경과를 살펴보면 2007년 4월 갈등관리 전문위 산하에 공론화TF를 구성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위한 권고보고서를 만들어 정부에 제출했다.(2008년 4월) 이어 2009년 12월 방폐법 제6조 2에 공론화 추진근거를 신설했고 2009년부터 1년 남짓 원자력계 중심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기술적 대안을 마련해 제시됐다. 이 대안을 바탕으로 2011년에 사용후핵연료 정책포럼을 운영해 원전지역 대표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후 14개 사항의 결론을 도출해 정부에 제안했다. 이 제안을 바탕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 추진계획(안)이 원자력진흥위원회를 통과, 금년부터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해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정책포럼이 권고한 내용 가운데 핵심은 2024년 이전까지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건설을 완료하고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결정의 시급성을 고려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공론화에 착수하는 것이다. 또 Macstor 설치, 중간저장 방식, 부지선정 절차 마련 등은 공론화위원회에서 논의하며 중간저장시설 건설·운영에 필요한 규제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론화 추진 일정을 살펴보면, 다음 달부터 공론화위원회를 결성해 공론화를 한 후 내년 년말쯤 공론화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걸 바탕으로 원자력진흥위원회가 기본 계획을 수립한다. 이후 가장 중요한 부지 선정 작업에 들어간다.
정부에서 생각하는 공론화 추진체계는 산업부가 주관하고 실제적인 공론화 업무는 공론화위원회가 맡는다. 중요한 것은 공론화를 추진하는 과정이나 내용에 대해 정부나 정부를 보조하는 방폐공단에서는 일체 관여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론화위원회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 공론화 절차를 거쳐 결론을 도출한다는 것이다. 공론화위원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가 기본계획을 세워 원자력진흥회에 상정, 의결한다.
그동안 원자력계를 보면 공론화나 여론수렴과정에 대체적인 흐름이 있었다. 이번에는 그러한 흐름을 정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논의 주제를 한정하지 않고 모든 문제에 대해서 오픈 마인드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도출한 결과는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공론화를 주관할 공론화위원회는 15명을 선정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위원들은 인문사회, NGO 등 여러 분야에서 골고루 위촉된다.  제3자가 보더라도 공정하고 편파적이고 않고 투명한 위원회를 구성함으로써 나중에 도출한 결론을 국민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공론화위원회는 밑에 실무운영위원회를 둔다. 중단기관리분과회, 장기관리분과위, 지역지원분과위 등 3개 분과위에서 구체적인 업무를 추진할 예정이다. 공론화가 원활하게 지원되도록 설치되는 공론화지원단은 자기 의견을 가지지 않는 완전한 심부름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방페공단 및 원자력 유관기관 합동으로 30여명이 활동한다. 이미 일부 실무진이 구성됐지만 좀 더 인원을 보강해 곧 발족할 예정이다. 지원단은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을 지원하고 설명회 토론회를 준비해주고 관련 자료를 작성하거나 교육을 지원하는 수준에서 역할이 그친다.
공론화는 향후 준비단계, 공론화단계, 마무리단계로 추진된다. 금년도 상반기 까지는 준비단계로 4월중에 정식으로 공론화위원회를 발족해 유관기관 설명회를 갖는다. 상반기부터 내년까지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돼 실질적인 활동에 들어가고 내년 년말에 마무리단계에 들어가 위원회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