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에서는 사회적 책임의 수행 또는 지속경영을 위한 이미지 마케팅으로 사회봉사활동을 한참 전개 중이다.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어려운 이웃을 만나게 되고 그러한 어려움에 처해 있지 않은 자신의 현실을 고맙게 생각할 수 있고 잠시나마 행복해 하는 이웃을 보며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한전에서는 사회봉사단을 창단하고 2년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 지점을 두고 있어 그 봉사의 손길은 전국으로 뻗치고 이른바 행복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봉사의 내용도 다양해 전기설비 보수, 지체장애자 목욕, 독거노인 식사 배달 등 많은 실적을 이루었다.

1단1촌 자매 결연을 맺어 농촌마을과 교류하며 일손 돕기에도 나서고 있고 전기요금을 내지 못하는 가정을 위해 직원들의 주머니에서 빛 한줄기 모금을 전개, 단전을 스스로 유예해 전기의 고마움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들이 한전에게는 좋은 기업 이미지로 존경받고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유익한 점이 있다.

그러나 반드시 반사이익을 바라거나 목적을 가지고 봉사를 한다면 결코 존경받거나 봉사의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선도자의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어떤 마음으로 사회봉사를 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스페인의 기타 거장 타레가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타레가는 현대 클레식 기타의 아버지로 불린다. 클레식 기타의 현대적 주법을 창안했고 스페인의 궁중악사로 1800년대 후반을 풍미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그의 작품이며 바하와 베토벤의 고전을 기타곡으로 편곡했다. 하루는 집에서 기타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그의 아들이 외출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다가 대문 밖에서 거지를 만나게 된다. 그의 아들은 집으로 다시 들어가 타레가에게 거지가 밖에 서있다고 해 동전을 몇 개 얻어 거지에게 적선을 했다. 다시 길을 가려던 그의 아들은 아직 얼음처럼 굳어 있는 거지의 모습을 보고 이상히 여겨 집으로 다시 들어가 그 사실을 타레가에게 이야기 한다. 타레가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타레가는 그 거지를 거실로 데려와 의자를 권하라고 한다. 아들의 안내로 거실의 의자에 앉은 거지 앞에서 타레가는 말 없이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거지는 타레가의 음악에 도취된 듯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물은 음악에 대한 감동의 눈물이었고 타레가의 배려에 대한 감격의 눈물이었다. 그 때 즉흥적으로 작곡한 곡이 유명한 La Grima(눈물)이다.

타레가는 특권을 가진 자만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거지에게 들려주었다. 그것도 혼자만을 위한 특별한 연주회 형식으로 말이다. 타레가는 궁중악사의 품위를 지키지 못했다고 비난 받을 수도 있었다. 심지어는 궁중악사의 자리를 박탈당할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그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음악을 내준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사회봉사와 연결해 보자.
첫째 타레가가 거지의 행동에서 봉사를 필요로 하는 상대의 욕구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타레가는 자신에게 돌아올지 모르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거지를 초대했다. 봉사는 반사이익을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셋째 봉사는 계획되거나 화려한 스테이지를 멀리하고 언제 어디서나 필요하면 행할 수 있어야 한다.

알함브라 궁을 방문한 타레가는 히네랄리페 분수의 물소리를 듣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작곡했다고 한다. 타레가의 음악이 100년 이상 아름답게 울리는 이유는 그의 마음이 아름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