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과실책임(無過失責任: strict liability)이란 자기의 고의 혹은 과실이 없이 남에게 손해를 미치게 한 사실에 관하여 법률상 부담해야 될 책임을 말한다. 즉 손해발생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그 배상책임을 지게 하는 것으로, 고의나 과실로 인하여 생긴 손해에 대하여 지는 배상책임인 과실책임에 대(對)한다. 계약책임에도 인정되는 경우가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불법행위책임에 관련하여 논의되고 있다.

불법 또는 고의로 남에게 손해를 주는 행위, 즉,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무과실책임은 가해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을 침해한 점에 책임귀속의 근거를 두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법익침해라고 하는 결과의 발생에 원인을 주었다는 점에 그 근거를 둔다는 의미에서 원인책임주의라고도 하며 법의 비난이 과실에 향하지 않고 결과에 향하여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결과책임주의라고도 한다.

과실이란 어떤 결과의 발생을 부주의로 예견(豫見)하지 못한 일로, 고의(故意)와는 대칭된다. ‘과실이 없으면 책임이 없다’고 하는 과실책임주의는 자본주의적 자유주의를 그 이념으로 하는 근대시민법의 대원칙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날의 대기업은 한쪽에 있어서는 거액의 이익을 얻음과 동시에 다른 한 쪽에 있어서는 기업내의 근로자 및 일반인에 대하여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아울러 현대사회생활의 복잡화와 더불어 종래의 과실책임주의로서는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불공평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꾀하기 위하여 무과실책임의 이론이 근래에 와서 부쩍 진전을 보게 된 것이다. 

무과실책임을 인정하는 근거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첫째, 위험한 시설의 소유자는 그것에 의하여 생기는 손해에 대하여서 절대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는 위험책임론이 있다.

둘째, 큰 이익이 돌아가는 데에는 동시에 손실까지도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하는 보상책임론을 들 수 있다.

섯째, 손해의 원인을 준 자에게 근본적으로 그 배상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하는 원인책임주의가 있다.

넷째, 불법행위에 의한 배상책임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주장하는 사상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하는 구체적 공평주의 등이 있다.

현행법제에 있어서는 민법 제758조(공작물소유자의 책임)의 규정은 무과실책임을 인정한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책임무능력자를 감독하는 자의 책임(민법 제755조), 사용자의 책임(제756조), 공작물의 점유자의 책임(동법 제758조), 동물의 점유자의 책임(제759조)은 상대적무과실책임이라고 하지만 이런 것들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무과실책임이라고는 할 수 없다.

상법에서도 선박소유자의 책임(상법 746조 제8항), 공중접객업자의 책임(동법 제152조) 등을 무과실책임으로 하고 있으나, 이것도 역시 예외적인 규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특별법은 근대적 대기업의 위험성이나 보상성을 고려하여 근로자 재해보상제도·광해(鑛害)배상책임제도와 국가배상법상의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영조물의 설치와 관리의 하자에 대한 배상책임 등 무과실책임을 인정하는 예가 많아져 가고 있다. 영조물(營造物)은 건조물(建造物)을 말하는데, 특히 국가나 공공단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만든, 도로·철도·학교·공원·도서관·상하수도 따위의 시설이다.

결국 무과실책임은 고의나 과실의 유무를 가릴 필요 없이 민사상의 배상을 책임지는 일인데, 과실책임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는데 있어서는 적어도 과실을 필요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요즘 대기업의 발달로 인한 공해 등의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고의나 과실의 유무에 불구하고 그 책임을 인정케 하려는 사조가 나타나 입법에서도 무과실책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7월1일 부터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었다. 피해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생활의 안정을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국가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제조물책임법은 기본적으로 무과실책임에 기초한 엄격책임을 지향으로 하고 있다. 즉,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소비자 또는 제3자의 생명이나 신체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입을 경우에 그 제조물의 제조업자나 운송·유통·판매업자 등에 배상의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을 말한다.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제조업자 등의 고의 또는 과실과 그에 따른 제품결함의 존재라는 2단계의 입증책임을 피해소비자가 부담해야 했다. 그래야만 피해소비자는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었으므로 제품의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일반 소비자에게는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제조물책임법을 도입하여 시행함으로써 피해소비자는 제품결함에 대한 입증책임만을 부담하게 되어 쉽게 그리고 신속하게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기업의 대외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도 기업의 제품의 안전성과 내구성확보와 품질향상을 위한 기업들의 자주적인 노력을 유도하게끔 되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시장에서 기업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게 되었다. 모름지기 기업은 결함 없는 제품을 생산하여 불특정다수의 소비자를 위험에서 안전하게 보호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