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최근 한전 자회사 및 협력업체 운영 및 계약관리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총천연색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남부발전은 지난해 7월 7일 발생한 신인천9호기 증기터빈 및 발전기축 손상 복구 과정에서 이사회의 승인도 없이 제작사로부터 터빈과 발전기를 무상으로 공급받고, 제작사와 사고조사를 하기로 합의하는 한편, 역시 이사회 승인도 없이 경제성 여부가 확인도 되지 않은 신인천 9~16호기 성능개선 사업을 조기 시행키로 하는 등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삼척그린파워 1,2호기 대비공사 계약제결과 관련해 총 계약금의 30% 이내로 선금을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선금지급이 부적정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하동화력과 관련해 보일러 주급수펌프 커버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특정업체만 참여할 수 있도록 구매규격서를 부당으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한수원과 관련해서는 2003년 7월 고리원자력본부가 계약을 체결한 열교환기의 구매계약 해지가 부적정하다고 지적했고, 신울진 1,2호기 복수기와 관련해 특정업체의 복수기 튜브 구매가 부적정하다고 밝혔다. 또 복수기 구매계약의 기술평가 역시 부적정하다고 지적했다.

화력쪽에서는 또 미분기 화재감시시스템에 대한 지적과 함께 다양한 지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석탄성상 자동분석시스템의 구매과정에서는 성능보증조건을 마련하지 않아 부적합제품을 성능시험없이 인수하기도 했고, 부적합제품인지 알면서도 또 다시 구매했다고 지적했다. 석탄회와 관련된 사업도 무더기 지적을 받았고, 원자력연료와 관련해서도 보유 우라늄의 활용계획이 마련되지 않는 등 다양한 지적이 나왔다.

발전정비시장 및 협력업체 분야에서도 감사원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감사원은 발전정비산업 연구용역 결과 후속대책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계획을 보완함과 아울러 이행실태를 철저히 관리하고 전체 설비의 발전용량을 각 설비별로 어떻게 안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해 발전정비시장 경쟁도입 여건의 목표치 해석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한전KPS와 관련해서는 협력업체의 등록과 자격 관리, 지명경쟁제도, 형식적 적겸심사로 협력업체 간 담합방조 및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 제공 등을 지적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아울러 발전정비 협력업체 운영과 관련해서도 발전사 승인 없이 정비공사의 하도급을 시행하는 등의 지적을 받았다.

연구개발 분야도 혼쭐이 났다. 연구개발위원회의 의견을 무시한 연구개발 과제선정에서부터 다른 발전사와 동일하거나 이미 개발한 연구과제 추진, 자격 미달업체를 연구수행기관으로 선정하거나 계약절차를 무시한 연구수행기관 선정 등도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허위서류를 제출한 업체를 연구수행기관으로 선정하고, 허위 영수증으로 연구개발비를 정산한 사례도 적발돼 충격을 안겨줬다.

연구과제를 활용하는 과정에서도 미흡한 연구결과물을 부당하게 확대 적용하다 지적을 받았고, 한전KDN의 경우 결함축전기를 공급한 것으로 혼쭐이 났다. 더구나 전기연구원의 경우, 이에 대한 형식시험과정에서 허위로 형식시험 완료 공문을 발행해 관계자가 문책을 받게 됐다.
한전KDN이 주축이 된 전력IT 사업도 여러건의 지적을 받았다. IT관련 자재의 계약관리 부정적을 비롯해 사전업체 선정, 일용직 채용 및 관리 태만도 지적을 받았다.

특정업체와의 수의계약건도 무더기로 지적됐다. 동서발전의 경우, 퇴직자가 설립한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다 지적을 받았고, 중부발전의 경우 사업장 생활폐기물 처리용역을 수의계약 해오다 지적을 받았다. 또 한수원은 적외선카메라와 적외선 투광기, 임펠러, 우라늄 운송용역 등을 수의계약을 진행했다며 이에 대한 개선을 통보 받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부터 7월까지 20일 동안 한전KPS 등 자회사 4개사와 8월부터 10월까지 25일 동안 한수원 등 10개사를 대상으로 실지감사를 실시한 바 있다. 감사원은 한수원, 발전5사 등 한전 자회사 10곳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며 한전의 자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상호 밀어주기 관행의 고착으로 민간영역의 약화를 초래해 전체 전력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감사배경을 밝혔다. 또 지속 가능한 녹색성장정책이 전력시장의 화두로 등장한 현시점에 발전정비 분야의 계약관행을 개선하고, 공정한 경쟁체제 도입과 발전시설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전력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논란에 선 신인천 9호기 증기터빈
감사원은 남부발전의 신인천 9호기 복구 과정을 언급하면서 기자재를 납품한 A회사와 잘못된 합의로 인해 사고조사에도 참여할 수 없게 됐을 뿐만 아니라, 사고조사 결과 A사의 과실로 밝혀지더라도 설비 설치비 210억여 원 및 영업상의 손해(매출손실 1,910억여 원+영업손실 86억여 원)를 전혀 보상받지 못하게 됐고, 신인천 및 부산복합에 설치된 동일기종의 증기터빈에서 결함 및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정당한 손해배상 청구가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신인천 9호기 증기터빈 사고 이후 같은 기종인 신인천 10호기 증기터빈을 정밀진단한 결과 블레이드에 76개의 크랙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우리나라 발전설비 사고에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며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8대의 GT 연소기 부품(555억여 원) 구매와 경제성 분석도 하지 않은 신인천 9~16호기 가스터빈 성능개선사업(1,966억여 원)을 이사회의 심의, 의결도 없이 합의함에 따라 재정부담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그러면서 이 성능개선 공사를 추진하지 못하도록 했다.

#천연우라늄 불량 팰렛이 늘고 있다?
감사원은 한전원자력연료에 대한 감사결과 2007년 이후 불량 팰렛이 급격하게 증가해 팰렛 부스러기 발생량이 2007년 7월 3,869㎏ 대비 2010년 6월 현재 1만6,253㎏으로 300% 이상 급격히 증가하는 등 생산관련 특이사항을 지적하고 나섰다. 감사원은 그럼에도 한전원자력연료가 이를 한수원에 보고하지 않았고, 발생원인 등을 분석해 발생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팰렛 부스러기를 원재료에 최대 20% 가량을 섞어서 사용이 가능하다며 팰렛 부스러기를 원재료에 섞어서 재사용하고 있음에도 지난해 6월말 현재 1만6,253㎏(26억원 상당)의 팰렛 부스러기가 과다하게 발생해 사용하지 못한 채 재고로 쌓아두고 있을 뿐만아니라 앞으로보 팰렛 부스러기 재고가 더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 2003년 원자력연료가 우라늄 부스러기 재생설비 설치공사를 시행하면서 정제설비를 설치하지 않아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오염부스러기 6,574㎏을 재생했지만 불순물로 인해 이를 사용하지 못한채 설치 공사비만 낭비했다고 덧붙였다.

#육성업체도 아닌데 수의계약?
한전과 화력발전5사는 2002년 9월 한전KPS와 합의를 통해 6개 민간정비업체를 선정해 수의계약으로 정비물량을 할당하는 등 민간 정비업체의 정비역량 강화를 추진해 왔다. 감사원은 하지만 한전이 지난 2005년 11월과 2009년 5월 2차례에 걸쳐 연료ㆍ환경설비 운전 및 정비업무를 정부 발전정비산업 정책과 연계 등의 사유를 들어 육성 정비업체도 아닌 B사에 수의계약으로 발주하도록 5개 화력발전사에 요청한바 있다며 그 결과 발전5사가 한전의 요청을 수용, 최근 5년간 4,529억원에 이르는 정비공사를 수의계약을 발주했고, 2012년말까지도 이런 특혜를 계속 줄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특히 연료ㆍ환경설비 운전의 경우 B사에서 2003년 3월 민영화 이후에도 수의계약을 통해 계약금액 기준으로 전체 물량의 90% 이상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는데도 화력발전사가 민간경쟁업체를 선정ㆍ육성하는 등 경쟁도입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그러면서 앞으로 수의계약으로 발주하지 못하도록 했다.

#경상정비 하도급 공사 입찰담합 의혹
감사원은 한전KPS가 발주한 경상정비 하도급 공사와 관련해 입찰담합 의혹을 지적하고, 3년 이상 같은 하도급 공사에서 계속 공사를 수주한 협력업체에 대해 입찰가격 담합실태를 조사해 부정당한 행위를 한 업체에 대해 입찰참가자격 제한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한전KPS가 발주하는 경상정비공사는 공사수행능력 평가에도 불구하고 협력업체가 가격평가를 위해 얼마의 가격으로 투찰하였는지에 따라 낙찰자가 결정되고 있으며, 특정 협력업체가 공개되는 기초금액으로 예정가격과 타 업체의 투찰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전KPS는 특정업체들이 지역을 나누어 해당 지역 공사를 계속 수주하는 경우에는 업체간의 가격담합 등 그 원인을 조사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허위서류, 허위 영수증
감사원은 남부발전 하동화력본부가 지난 2009년 6월 C사와 ‘발전소 해수냉각수용 친환경 거품제거제 개발’ 연구개발 협약을 맺고 지난해 7월 10일까지 연구과제를 수행한 바 있다며 하동화력본부는 2008년 12월 ‘발전소 해수냉각수용 친환경 거품제거제 개발’ 연구수행 적격기관으로 선정된 C사가 적격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2008년 9월 1일 한전 연구원을 C사에 취업한 것으로 허위서류를 작성해 제출한 사실을 2009년 2월 통보받고도 2009년 3월 적절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자격취소 통보만 하고, 부정당업자 통보로 입찰참가자격 제한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결과 2009년 4월 이번 연구과제에 대한 재공고 입찰에 C사가 참여, 적격기관으로 다시 선정된 후 연구과제를 수행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허위 영수증으로 연구개발비 정산도 도마위에 올랐다. H사는 지난 2007년 2곳의 화력발전사로부터 4건의 연구개발을 수행하면서 총 20건의에 달하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제출, 총 4억 6,300여만원에 이르는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감사원은 지적했다. 해당 H업체에 대해 감사원은 부정당업체로 조치하는 한편, 연구개발 참여의 제한은 물론 기 정산된 연구개발비의 환수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H사는 이와 관련해 당시 여러 건의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며 담당자가 연구개발과정의 구매 업무를 잘 몰라 한꺼번에 필요한 물품을 일괄적으로 구매하면서 발생한 실수라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