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창 아주대 교수

전력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2003년의 전 세계의 전력소비량은 14조 4,673kWh이었는데 이는 1980년 소비량의 2배에 달한다. 전  세계의 발전량은 2007년부터 2035년까지 매년 2.3%씩 늘어날 전망이다.(USEIA, IEO2010 Reference case). 그러나 놀랍게도 세계적으로 15억 명이 아직도 전기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세계화가 계속 진행되어 많은 개발도상국가가 현대적인 생활수준을 향유하게 된다면, 전력사용량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전 세계의 최종에너지 사용 점유율을 살펴보면, 수송용 에너지를 뺀 연료유, 천연가스, 석탄 등 1차 에너지 가운데 전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1990년부터 2007년 까지 전력 소비량은 전체에너지의 소비 증가율을 앞질렀으며(각각 1.9%, 1.3%), 전력수요 성장세는 앞으로도 전체에너지수요 성장률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수요의 성장은 주로 산업용 전력 부분에서 두드러진다. 경제성장이 둔화되어도 가정용 및 일반용 수요의 증가는 산업용수요에 비하여 덜 민감하다. 소비자들은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난방, 조명, 냉장고의 사용, 취사, 온수사용, 냉방 등에 있어서 전력사용을 크게 줄이지 않기 때문이다.

▲ 그림1=세계 에너지 및 발전량 전망(1990년 기준): International Energy Outlook 2010(Report DOE/EIA-0383(2010) 2010년 5월 자료)

OECD 회원국의 전력사용량은 비-OECD 국가에 비하여 전력사용량 증가율이 낮다. 그림2를 보면 2002년 이후, 아시아 태평양 국가의 전력사용량 증가율이 북미와 유럽을 앞지르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 주도의 전화사업(電化事業)으로 송전망에 대한 접속이 증가하면 개발도상국의 전력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수요의 증가에 대비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전력사용량의 증가와 더불어 현재 전력을 생산하는 대부분의 발전기가 화석연료를 써서 대기오염을 일으키고 온실가스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자연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새롭고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1) 전기의 간략한 역사
전기(electricity)라는 단어는 ‘호박(amber)을 마찰하여 생긴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엘렉트리쿠스(electricus)에서 유래되었다. 이미 기원전 600년 경 그리스 사람들은 호박을 문지르면 전기가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 전기라는 현상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소아시아 밀레투스의 탈레스(Thales)로 알려졌다. 그는 두 개의 호박을 서로 문지르면 고양이 털 같은 가벼운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음을 발견했다.

인류는 전기라는 현상에 대하여 오랫동안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연구되고 마침내 사용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1660년 영국 과학자 윌리엄 길버트(William Gilbert)는 많은 종류의 물질들이 마찰하면 전하(charge)를 띠는 성질이 있음을 설명하고, 이를 전기라고 명명하였다. 1660년 경 과학자들은 유황으로 만든 공을 문지르거나 돌려서 정전기를 발생시키는 기계를 발명하였다.

1700년대에 들어서, 과학자들은 전기를 이용하려는 연구를 시작하였다. 1729년 전기의 전도현상이 발견된 데 이어 전기를 흘릴 수 있는 물질을 찾아냈다. 1745년 라이덴 병(Leyden jar)이 발명되었다. 이것은 유리병 내부에 물과 도체 역할을 하는 철사가 들어있는 구조로 되어 있고, 전하가 충전되었다가 순간적으로 방전이 되는데, 이 방전은 나중에 전류의 개념으로 발달되었다.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번개도 일종의 전기라는 관점에서 피뢰침을 발견한 것도 이 시기였다. 

1799년 소금물에 적신 마분지의 한쪽 면에는 구리판을, 반대 면에는 아연판을 붙여 연속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전기의 공급원을 만들었는데 이는 오늘날 배터리의 전신이다. 과학자들은 전기를 연속적으로 공급하는 방법을 창안함으로써 전기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1800년대 중반 전기의 기본적 움직임을 설명하는 옴의 법칙과 키르히호프의 법칙이 발표되었고, 전기를 사용하는 많은 기술(전자석, 전동기, 발전기, 전기아크 등)이 등장하였다. 전기를 최초로 실용화한 사례로 꼽히는 전신기가 1840년경 모르스(Samuel Morse)에 의해 발명되었다.

▲ 그림1=세계 에너지 및 발전량 전망(1990년 기준): International Energy Outlook 2010(Report DOE/EIA-0383(2010) 2010년 5월 자료)

세계가 산업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과학자와 기술자는 전기의 실용적인 이용 방법을 찾는 데 몰두하였다. 자기여자식(Self-excited) 발전기의 발명으로 인해 소형 발전기 제작이 가능해졌다. 1870대 중반 파리, 런던, 그리고 뉴욕에서는 아크등이 거리를 밝혔다. 빛이 너무 강한 아크등은 실내 적용이 어려워 제한적으로 사용되었으나, 1879년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한 이후 전기를 널리 사용하게 되었다. 에디슨은 백열전구 발명에 이어 전기의 배전계통에 대해 설계 특허를 받았다. 에디슨이 설립한 에디슨 전기조명회사는 1882년 9월 4일 뉴욕 맨하탄의 펄 스트리트에 최초로 발전소를 지어, 실질적으로 전기를 광범위하게 이용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곧 이어 많은 배전계통이 만들어졌고, 1888년에 당선된 해리슨 대통령은 최초로 백악관에서 전기를 사용한 대통령이 되었다.(해리슨 대통령과 부인은 전기 스위치에 감전될까 두려워 전등을 가스등으로 바꿨다는 설도 떠돌았다.)  전차가 일반화되어, 1889년 미국에는 154대의 전차가 운행되었다.

초기 전력계통은 직류를 사용했기 때문에 전기사용이 광역화로 진화하지 못했다. 배전선로의 저항에 의한 손실 때문에 가정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낮은 전압으로 전기를 보낼 수 있는 거리는 반 마일 이내에 불과했었다. 직류는 교류와 달리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기 어려웠다. 손실을 줄이기 위해 송전할 때는 전압을 높이고, 가정에서 사용하기 위하여 다시 안전한 전압으로 낮추는 방법은 그 당시로서는 적용할 수가 없었다. 현대적인 전력망으로 진화할 수 있는 돌파구가 만들어 진 것은 1886년 Steinmetz가 변압기를 발명하고 1888년 테슬러(Nikola Tesla)가 교류 발전기, 교류 전동기를 발명함으로써 가능해졌다. 직류와 달리 교류는 전압을 높이기에 용이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손실이 발생하지 않아 전기를 더 먼 거리를 송전할 수 있다. 이것은 전력사업의 서비스 지역의 확대를 뜻하며 자연독점의 특성을 가진 전력사업의 지역적 확대를 가져왔다. 에디슨은 직류의 사용을 고집하여 교류전기를 이용한 배전이 인체에 위험하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웨스팅하우스(George Westinghouse)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테슬러의 특허를 사용한 발전소를 건설하는 계약을 수주하였다. 1895년부터 운전을 시작한 이 발전소는 3.7MW 발전기 2대로 전기를 생산하였다. 이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초기에는 알루미늄과 카보런덤의 제조공장에 사용되었다. 1896년 뉴욕 주 버팔로까지 20 마일에 달하는 송전선로가 건설되어 버팔로 시내의 전등을 밝히고 전차를 운행하는 데에도 쓰여졌다. 지금까지는 주로 교류전력이 높은 전압의 전기를 먼 곳까지 보내는 데에 이용되었다. 1950년 이후 스웨덴과 소련에서 직류를 사용한 고압송전도 사용하기 시작하였으며  반도체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1970년 이후에는 장거리 전력수송, 주파수가 다른 지역 간의 연계(interconnection), 해저 케이블을 이용한 전력 수송 등에 이용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긴 직류송전선은 중국의 Xiangjiaba댐에서 Shanghai를 연결하는 2,071 km(6400 MW의 송전 용량)의 선로이다.
 
곧이어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사와 GE(General Electric) 사가 전기 기술을 주도하였다. 1900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는 개량된 전구를 비롯 냉장고, 세탁기, 진공청소기, 전열기 등 가전제품이 출현하여 전력수요가 증가하였다. 그 당시에는 발전(전기의 생산), 송전과 배전(전기의 수송), 판매(소비자에게 소매로 파는 사업) 등 일련의 사업을 한 회사가 소유, 운영하는 수직통합전력회사의 개념이 지배적이었다. 독점전력회사는 정부의 규제가 불가피하였다. 그리고 (주로 경제적인 이유로 수직통합회사가 전력 공급을 기피하는)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전력회사의 기능을 수행하였다. 한편, 미국 대공황 시기에는 뉴 딜 정책의 일환으로 연방정부가 수력발전소를 집중적으로 건설하였다.

1945년부터 20년간 미국의 전력사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였고, 전력회사에 투자한 사람들은 꾸준히 투자 수익을 누렸다. 석탄, 석유 및 천연가스를 사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 발달에 힘입어 발전기의 효율이 높아지고 생산단가가 낮아졌다. 기술혁신이 송배전망의 신뢰도를 향상시키고 동시에 전기요금이 낮아짐에 따라 소비자는 이에 만족하였다.

그러나 1965년 새로운 시대의 효시를 알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1965년 11월 미국 뉴욕 시를 포함하는 북동부 지역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였다. 3천만 소비자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이 사건은 그동안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전력계통의 취약성을 인식하는 첫 계기로 작용하였다. 1970년대에 들어오면서 전력회사들이 원자력 발전의 가능성에 매료되어, 대용량 원자력 발전기가 대규모로 지어졌다. 곧이어 중동의 석유위기(1973-1974), 드리마일 섬(Three Mile Island) 원자력 발전소 사고(1979년 3월)와 같은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였고, 그 결과 발전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1980년대 미국의 (수직통합)전력회사는 높은 부채비율과 이자율, 발전소 건설의 중단, 전력수요 증가의 둔화,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 필요성, 환경오염 방지에 대한 요구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전력회사들은 갑자기 자신들이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도 이러한 소용돌이는 계속되었다. 천연가스, 항공, 운송 산업과 해외의 일부 전력사업이 규제완화(deregulation)된 것에 고무된 자유경쟁시장 옹호론자들은 전력사업에도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고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많은 수직통합전력회사가 기능 별로 분할되었다. 엔론과 다이너지 같은 회사는 급격한 부침(rise & fall)을 겪었다. 재무적 관점에선 전력회사들이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난제에 봉착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도입에 따른 변화상은 오늘날 전력시장의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단위(unit)에 대한 지식
전력수요(Demand)와 설비용량(Capacity)의 단위=전력수요는 전등을 켜거나 모터를 움직이는 것처럼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순간적인 일의 양을 말한다. 비슷한 개념으로 설비용량은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순간적인 능력(발전용량이나 송배전 용량)을 의미한다. 수요와 설비용량은 Watt(W), Kilowatt(kW), Megawatt(MW) 또는 Gigawatt(GW)의 단위로서 측정한다. 1 kW = 1000 W, 1 MW = 1000 kW, 1 GW = 1000 MW.
예를 들어 거실에 있는 60W의 전등을 생각해보자. 그 전등을 켜는 순간, 그 전등은 60W의 수요를 만들어 내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이 전등에 전기가 공급되기 위해서는 발전소에서는 60W의 발전이 이루어져야 하고 설비용량은 60W의 전력공급이 가능하도록 60W 이상의 순간적인 공급능력을 가져야 한다. 발전소에서 전구까지 전력수송이 가능하도록 송배전선로의 수송용량이 60W 보다 커야 한다.

에너지/사용량(Usage)의 단위=에너지(또는 사용량)는 수요(또는 설비용량)와 이 수요(또는 설비용량)가 사용된 시간의 곱을 말한다. 에너지 및 사용량의 단위는 Watthour(Wh), Kilowatthour(kWh), Megawatthour(MWh), 또는 Gigawatthour(GWh)로 측정된다. 1 kWh = 1000 Wh, 1 MWh = 1000 kWh, 1 GWh = 1000 MWh.

위의 예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60W 전구를 1시간 동안 켜두었다면 그 전구는 60Wh의 에너지를 사용한 셈이고, 24시간 동안 켜두었다면 1440 Wh 또는 1.44 kWh의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물론 앞의 예는 전등 하나에 대한 것이다. 에어컨 1대를 소유하고 있는 일반적인 가정은 최대수요가 약 3kW 정도이고, 평균 수요는 약 1kW일 것이다. 최대수요는 전기의 사용량이 가장 클 때의 수요를 말한다. 이 가정의 월평균 사용량은 약 720kWh(1kW×30일×24시간)가 될 것이다.
 
전력수요의 표현=전기의 수요에 관한 통계자료는 한 시간 동안에 사용된 전력량(kWh)을 가지고 KW 또는 MW로 표시한다. 매 순간 마다의 운전 중인 모든 발전기의 발전출력 합은 전력수요가 변동함에 따라서 변화한다. 그러므로 1 시간 즉 3600 초에 대하여 매초 마다의 수요를 기록하기에는 자료가 너무 방대하고 초 단위의 전력수요를 기록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한 시간 동안에 사용된 전력량을 MW로 발표하고 기록을 보관하며 발전계통의 예비율을 결정하거나 수요의 변동을 관찰할 때 기초자료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