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서울 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하려던 사용후 핵연료 관리방안에 관한 연구용역 전문가 공청회가 경주시의회와 국책사업촉구위원회의 항의방문으로 열리지 못했다. 이날 공청회 현장을 찾은 경주시의회 의원들은 관련 자료를 통해 국가적인 중요 사항인데 최소한 원전 5개 시군에는 연락을 했어야 한다며 임시저장시설 확충연장 용역결과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사진=경주시의회>

정부가 올해안으로 사용후 핵연료 관리방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처리방안에 관한 연구용역결과를 놓고 경주 지역이 반발하고 있다. 경주시의회와 국책사업촉구위원회는 지난달 29일 2차 전문가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던 교육과학기술회관 공청회 장소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이에 따라 2차 사용후 핵연료 관리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에 대한 전문가 공청회는 열리지 못했다.

이날 공청회장을 항의 방문한 경주시의회 의원들은 “19년간 표류한 방폐장을 목숨을 담보로 유치했는데, 고준위 핵폐기물 용역결과가 이런 것이냐”며 “중ㆍ저준위 방폐장 유치 당시 방폐장을 유치한 지역에는 고준위핵폐기물을 둘 수 없고 다 가져간다고 했는데 이율배반”이라며 강력 항의했다.

중ㆍ저준위 방폐장 특별법 제18조 및 원자력법 제2조에 따르면 중ㆍ저준위 방폐장 유치지역에는 고준위 시설을 건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주시의회 의원들은 “임시저장시설 확충연장 용역결과는 원천무효”라며 “중ㆍ저준위 방폐장을 선정하는데 19년 소요 되었는데 고준위 핵폐기물이 포화상태가 임박한 것을 알면서도 조속히 추진해 국민 공감대를 얻어야함에도 지금까지 수 십 년간 방치해 있다가 임시저장시설 확충연장이란 용역결과가 있을 수 있느냐, 관계기관의 직무유기”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 경주시의회와 국책사업추진범시민촉구위원회는 1일 용역발주기관인 방폐공단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공단이 공청회 계획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주시의회에 알리지 않음 점을 강력히 항의했다.

#저장시설확대→중간저장시설 운용…재처리 및 최종 처분은 장기적으로 검토
이런 가운데 지식경제부는 2일 원자력학회 컨소시엄(원자력학회, 방폐학회, (사)그린코리아21포럼)이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안 및 로드맵’에 관한 연구용역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며 “향후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수립시 과학ㆍ기술적 근거에 관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자력컨소시엄은 이날 연구용역 최종안을 통해 단기와 중기,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관리방안을 내놓았다. 우선 단기 대안으로 포화년도 검증결과 임시저장 포화시점을 2016년에서 2024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1990년부터 시행 중인 부지내 이송, 조밀랙, 건식임시저장시설 등 임시 저장시설의 용량확대 조치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기 대안으로 임시저장시설 포화 후 최종처분장 마련시까지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 확보를 위한 별도의 ‘중간 저장시설’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간저장시설의 설치대안으로는 집중식(별도의 특정부지 선정, 1~2개 중간저장시설 설치)과 분산식(現 원전부지내 중간저장시설을 포화시점에 따라 순차적 건설)을 제안했다. 원자력컨소시엄에 따르면 세계 원전가동 30개국 중 22개국(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 중간저장시설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제시된 장기 대안은 재처리ㆍ최종처분 정책은 국제 동향, 재처리기술 연구완료 시점(~2028년)을 감안, 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지역, NGO, 언론, 소비자단체, 학계, 법조계 등)와 일반 국민으로부터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계획이라면서 의견수렴 과정에는 설명회, 토론회, 간담회 등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다양한 소통 방식들이 포함되며 특히 이해관계자들의 대표가 참여하는 ‘사용후핵연료 정책포럼’을 구성,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정책포럼 등을 통해 수렴된 의견은 향후 원자력위원회(위원장:국무총리)에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라면서 원자력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 차원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기본원칙’으로 확정되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1일 환경운동연합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신고리 5,6호기 신규 건설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와 한수원은 지역 지원금을 미끼로 한 신고리 5,6호기 건설 계획을 중단하고 원전으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30km 반경 내 주민들과 함께 국민적인 여론을 수렴하여야 한다. 나아가 설계수명이 다했음에도 가동 중인 고리1호기를 안전하게 폐쇄하여야 한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원자력발전소의 신규 증설이 아니라, 원전을 줄여나가고 탈피해나갈 수 있는 대안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