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창 아주대 교수

연재를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가 사용하는 전력사업과 관련된 몇 가지 용어를 짚어 보려고 한다.  용어에 대한 인식과 생각이 제각각 다르다면 필자와  독자 간의 의미 전달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때문에 본격적인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현재 쓰여지는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짚고 넘어감으로써 일반 독자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전력사업 관련 용어는 미국에서 통용되는 용어를 준용하고 있다는 편이다. 필자는 이를 기준으로 삼아 용어를 선택하고 사용하지만 아직 용어가 통일되어 있지 않은 경우는 연재를 통해 설명하고 규정하려고 한다는 점을 독자에게 밝힌다.

전력사업이란 단순하게 말하면 전기를 생산, 수송, 판매하는 비즈니스(사업)다. 전력회사(electric utility)란 전력사업을 운영하는 회사를 뜻한다. 전기와 전력은 같은 의미라 혼용되지만 어떤 경우에는 구분해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전기시장이라고 말하지 않고 전력시장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전력이라는 용어도 전력요금, 전력회사 등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의미와 전력(electrical power, kW, MW 등), 전력량(electrical energy, kWh) 등에서는 약간의 의미상에 차이가 있다. 수용가, 고객, 소비자, 최종사용자 등도 같은 뜻으로 혼용되고 있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전력회사를 퍼블릭 유틸리티(public utility)로 표기한다. 일본 서적에는 퍼블릭 유틸리티를 ’공익사업‘으로 번역되어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퍼블릭 유틸리티라는 용어는 명확하게 규정된 정의라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사용되어지는 용어다. 이 용어는 사회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나 투자, 요금과 서비스에 대해 규제를 받는 기업에 사용된다. 퍼블릭 유틸리티란 사업 형태를 의미하며 사업운영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엄밀하게 법적 구속력을 갖는 용어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퍼블릭 유틸리티는 경쟁적이어야 하지만 규제(regulation)를 통하여 다른 경쟁사업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다른 사업과 비교해 보면 투자의 형태가 다르며 요금도 다른 사업과 달리 결정된다. 퍼블릭 유틸리티는 사회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모든 사용자에게 공급한다. 퍼블릭 유틸리티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계속적이며 반복된 서비스를 가정용, 상업용, 산업용 수용가에게 공급하는 것이며 이를 위하여 수용가와 생산자 사이의 중간에서 거의 영구적이고 물리적인 시설물이 이용된다. 이것의 예로는 천연가스, 전등 및 전력, 수도사업, 하수도 사업, 열의 공급, 통신사업 등을 들 수 있다. 둘째는 일반대중의 교통운송을 담당하는 사업으로서 버스 사업, 운송사업, 도로, 지하철, 선박 등이 있다. 소유 형태를 보면 퍼블릭 유틸리티는 개인, 정부 또는 전기사용자 자신이 소유할 수도 있다. 퍼블릭 유틸리티는 미국 경제시스템 내에서 시작된 독특한 사업 형태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도 최근 들어 미국이 규제완화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이번 연재물에서는 퍼블릭 유틸리티를 전력회사라는 용어로 사용된다는 점을 독자에게 알려드린다.

오늘날의 전력시장=에너지 전달자(energy carrier)인 전기는 화석연료, 원자력, 신재생에너지원 등을 이용하여 생산된다. 전기를 발견한 이래 편리한 전기에 대한 욕구는 계속 커지고 있다. 기술의 진보에 따라 전기가 할 수 있는 역할과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이 급속히 발달되고 있으며, 소비자(customer)는 언제든지 마음 먹으면 사용이 가능하면서도 신뢰도가 높은 전기라는 상품과 서비스를 원한다.  어떤 지역에서는 규제를 받는 독점 전력회사가 전력시장을 지배한다.  이 지역에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공급자는 독점 전력회사가 유일하고, 소비자는 전력공급자를 선택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공급자가 많은 지역의 경우 소비자가 전력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고, 전력공급자와 판매업자는 치열하게 경쟁한다.  과거 전력사업을 안정?유지하는 근간이었던 정부 규제는 이제 전력시장 발달에 보조를 맟춰 소비자의 다양하고 서로 상충되는 요구를 충족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전력수요는 25년마다 대략 2배씩 증가하고 있다. 이것이 전력시장의 현 주소다.

100여 년 전 미국의 토마스 에디슨이 에디슨 전기회사(Edison Electric Light Company)를 설립할 당시에는 전등과 전동기 등이 발명되지 않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현대사회는 전기라고 불리어지는 전자의 자유로운 이동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가 정보화 시대로 깊숙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사실상 우리의 모든 활동은 전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기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는 것과 더불어 전력시장도 변하고 있다. 거의 100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온 전력시장 체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많은 지역의 수직통합전력회사(발전, 송전, 배전, 판매의 서비스를 통채로 제공하던 전력회사)들이 발전, 송전, 배전, 판매 부분을 별도 회사로 분할하도록 압력을 받고 있다. 발전과 판매 부문은 이미 경쟁 요소를 도입, 개방되고 있다. 과거 전기 공급자의 선택을 상상할 수 없었던 소비자들이 장거리전화 회사를 선택하는 것처럼 일부 지역에서는 판매업자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같은 전력사업 경쟁도입의 여파로 인해 일부 전력회사는 갑자기 미래의 전망이 불투명해지는 상황에 처해졌다.

전력기술 역시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1990년대 가스터빈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경쟁력이 있는 발전사업자들이 수직통합전력회사보다 싼 가격에 전기를 생산,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 풍력발전 기술이 실용화되면서 유럽 몇 몇 국가는 전체 발전량의 상당부분을 풍력이 담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력회사는 발전기 구성을 다양화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 혁신은 전력사업의 계속적인 진화를 가능케 했다. 미래에는 청정 석탄이나 원자력 발전기술에 바탕을 둔 중앙집중식 발전기에서부터 소비자 근처 또는 수용가 구내에 위치하고 소규모인 분산형 발전기(decentralized generator)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와 방식으로 전력이 생산되어 공급될 지도 모른다. 초전도기술은 송전선로를 추가로 건설하지 않고도 기존 송전망의 용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켜 줄지도 모른다. (초저온 물질의 사용에 따른 위험 때문에 이 분야가 앞으로 다시 각광을 받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전력선을 이용한 통신기술(power line carrier technology)은 가정과 사무실에 고속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도록 하여 배전망 사업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미래의 가능성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연재물은 앞으로 빠르게 발달하는 전력사업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현재까지의 전력사업 역사를 뒤돌아 보고, 전력은 무엇이고 전력이 어떻게 소비자에게 전달되는지, 전력사용자는 누구며, 그들이 전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짚을 것이다. 그리고 전력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3가지 물리적인 분야 즉 발전, 송전 및 배전에 대해 깊이 있게 고찰하고, 이 분야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전력시장의 구조와 전력시장 참여자들이 무슨 일을 하고 이들이 어떻게 구성되어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 볼 것이다. 그리고 전력사업의 규제(regulation)와 규제완화(deregulation, 또는 자유화) 및 전력시장이 현재까지 진화한 과정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이어 전력시장의 시간에 따른 변화와 시장참여자들이 어떻게 수익을 올리고 위험을 관리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는 자주 미국의 전력시장을 예로 들것이다. 이는 미국의 경우, 전력회사가 약 3 천 개 이상 존재하고 사업형태가 다양하여 전력사업의 운영 및 용어를 알아보는데 도움이 되고 특히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진출을 계획할 때 외국의 다양한 전력사업 형태에 대하여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독자 여러분이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전력사업에는 약어와 특수 용어들이 많다. 따라서 연재를 시작하면서 필요한 용어는 그때 그때 해설할 것이며 이를 정리하여 별도의 용어집을 실어 독자의 이해를 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