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홍 (주)피엠그로우 대표

‘파란색 전기차가 하얀색 배터리 충전소 앞에 선다. 배터리 충전소 천장에서 나온 자동화 집게 기계가 전기차의 배터리를 들어 올린다. 그리고 새로운 배터리로 갈아 끼운다. 전기차는 충전을 완료하고 다시 앞으로 나간다’
박재홍 (주)피엠그로우 대표이사는 자신의 아이폰으로 1분가량의 동영상을 틀어보였다.

1/14으로 축소한 전기차 충전소로부터 충전을 마치고 나오는 전기차 모형 동영상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 박재홍 대표이사의 ‘메타포’로 여겨졌다.

박재홍 대표이사는 전기차 사업에 진출하기 전인 지난해 임직원 120여명, 연 매출액 최대 200억 규모 IT회사인 유라클의 대표이사를 맡았었다.

“IT회사에서 한 10년 일하다보니, IT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없던 소비 창출 분야들을 탐색하기 시작했고, 전력 쪽이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스마트그리드, 전기차 분야에 진출해 보자 했습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는 안전성, 충전시간 및 구입비용 등에서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들이 많겠다 싶었습니다. 아직 전기차는 초기시장이 형성되기 전인만큼 많은 기회들을 창출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박재홍 대표이사는 여기서 ‘소비자는 전기차만 사고, 배터리는 임대료를 내고 쓰는’ 배터리 임대사업의 가능성을 봤다.

“배터리 임대사업으로 소비자들의 전기차 가격저항감이 조금 줄어들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가격저항감을 낮추면 초기시장을 여는 데는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겁니다. 그러나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바로 전기차 배터리 사이즈가 모델별로 규격화 됐기 때문입니다.”

박재홍 대표이사는 현재의 전기차 배터리를 한마디로 ‘전기차 디자인이 완료되고 남은 공간에 넣는 것’이라 지칭했다. 그러다 보니 개인 전기차 소비자를 위한 ‘배터리 교환’ 사업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그는 ‘대중교통’인 ‘버스’에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전기 버스는 사업자들의 운영 아래서, 배터리 자체가 하나의 규격으로 통일돼 있을뿐더러 이익성에도 민감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임대사업의 시장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박재홍 대표이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운행되는 버스는 약 2만대 수준. 최대 4,000만원 상당의 배터리 3만개를(여유분 150%) 생산해 낸다고 가정하면, 그로부터 창출되는 국내 시장 규모는 약 1조원 수준이다.

박재홍 대표이사는 “운영이나 유지보수까지 보면, 조 단위의 시장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1조원 시장은) 초기에 납품하는 부분만을 나타낸 거고, 또 배터리 수명이 있으니까 이 부분도 고려돼야 한다. 향후 배터리 AS시장까지 보면, 상당히 큰 시장이 창출될 것이다. 피엠그로우는 초기시장을 선점을 해서, 그 중에 상당한 포션을 가져갈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중교통형 배터리 임대 사업은 그가 처음 사업을 구상할 당시의, 스마트그리드 전기차 사업과는 다소 동떨어져 보였다.

박재홍 대표이사는 “실시간 전기사용량을 분석하는 스마트그리드의 큰 얼개 안에서 전기차 충전은 산업의 모니터링 부분에 있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차 배터리 임대사업이)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성공적으로 실증되면, 향후 일반 전기차에서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전국 규모 단위의 충전소 설립으로 배터리 임대 시장의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전기차용 배터리 표준이 명확하지 않아,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올 12월 스마트그리드 국가 표준이 제정될 예정인 만큼, 이를 염두에 두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피엠그로우를 인수합병용 회사로 키울 생각도 갖고 있다. 그는 포항공대 학ㆍ석ㆍ박사 출신으로, 공대출신 벤처사업가들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그는 피엠그로우를 통해 공대출신 사업가들에게 하나의 롤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성공 방식을 실현해내려는 것이다.

“공대를 졸업하고, 사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친구들이 하나 같이 이야기 하는 어려움이 바로 ‘초기 투자 조달’의 어려움입니다. 하지만 획기적인 아이템과, 기획력 등으로 사업의 초기 포지셔닝을 잘하고, 특허 등을 많이 창출해 내면 회사 자체의 경쟁력으로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인정받고, 회사 자체가 인수합병 모델이 돼, 개발된 기술이 생명력을 갖고 점차 확대돼 나갈 수 있습니다. 이를 피엠그로우를 통해 실현해 보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