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제품과 전자 기기 본래의 기능과 무관하게 전기가 낭비되는 이른바 대기전력(standby power)은 서양에서는 전기를 빨아먹는 전기흡혈귀(power vampire)로 일컬어진다.

TV나 오디오, 컴퓨터와 같은 전기제품은 전원을 꺼도(switch off) 전기가 계속 소모되기 때문에 에너지를 절약하려면 플러그(plug)를 완전히 콘센트에서 빼놓아 전원을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번거롭고 불편하여 일반 가정에서 혹은 사무실에서 뜻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가구당 연간 306kWh(35,000원)를 소비하여 우리나라 가정 전력소비량의 11%정도가 대기전력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는 국가 전체로는 1,500만 가구가 매년 5,000억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계산이 된다. 여기서 이에 관련된 소비자절감 운동의 중요성이 있다. 대기전력 1W 소비의 사회적 비용이 5유로(7,000원 상당) 정도인 것으로 IEA에서는 집계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전기·전자 기기가 3억대가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때 평균 대기전력이 3.66W가 된다. 이것은 우리나라 중산층을 기준으로 하여 1가구당 57W가 소비되어 연간 306kWh가 소비되는 것으로 집계된다.

특히 근래의 네트워크화의 추세로 앞으로는 더욱 많은 대기전력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셋톱박스 등 네트워크로 상시로 연결된 디지털기기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새로운 대기전력(active standby)을 발생시켜 동작시 21W, off시 17W를 소모시킨다고 분석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 확산되고 있는 가정의 홈네트워크화로 인한 대기전력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20년간 매년 1.3%전력 증가요인을 유발하고 있으며, 스위스 정부 IEA발표 자료에 의하면 이대로 가면 2020년경이면 가정에서 소비하는 전력 중에서 1/4은 대기전력이 점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대기전력의 종류도 다양하다. 직류전원장치나 휴대전화충전기의 플러그만 전원에 연결되어 있는 상태(no load)에서 또는 TV, 비디오, 오디오, DVD 플레이어, 전자레인지, PC, 모니터, 프린터, 스캐너, 복사기가 전원이 put-off 상태에서 전원버튼을 이용해 전원을 꺼도 전력이 소비되는데 통상적으로 3W까지 소비된다.

 또 TV, 비디오, 오디오, DVD 플레이어, 휴대전화충전기가 역시 put-off 상태에서, 리모컨을 이용해 전원을 꺼도 (passive standby) 소비되는 전력이 있는데 국내기준으로 3W수준이다.

상기의 세 가지 유형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선진국에서도 1W 대기전력절감 프로그램의 주된 타겟이 되고 있다.
디지털 TV, 셋톱박스, 홈네트워크가 put-off 상태에서도 전원을 꺼도 실제로는 안 꺼진 상태(active standby)로 20-30W에 이르는 많은 대기전력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소비자는 당연히 꺼진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향후 대기전력의 큰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리고 PC, 모니터, 프린터, 팩시밀리, 복사기, 스캐너, 복합기가 전원이 put-on 상태에서 동작하는 중에 사용하지 않는 상태(standby)에서도 무의미하게 소비되는 전력이 있다. 이러한 이른바 휴지상태(sleep) 중에 예를들면 17” CRT 모니터의 절전모드를 사용하면 85W에서 4W로 대폭 줄일 수 있다.

국내 전기·전자제품은 연간 4천만대 이상이 신규로 출시되어 판매되고 있는데, 특히 디지털 TV, 셋톱박스, 홈네트워크 등 네트워크로 상시 연결된 디지털 기기의 출현에 따라 대기전력 소비량이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조업체의 입장에서도 대기전력 절감은 에너지절약 실천이 가장 빠르고 용이한 분야로 지목되고 있다. 왜냐하면 1대당 1～2달러로 상대적 제조원가의 상승부담이 적고,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신기술적용으로 75-90% 가량의 절감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전기·전자 제조업체의 기술력은 세계 정상급 수준에 도달해 있다. 따라서 대기전력을 절감할 수 있는 잠재량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우리나라의 대기전력 관련제도는 어디까지나 제조업체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초로 한 에너지절약 마크제도를 1999년 4월 1일부터 시행해 왔다.

현재 이 제도의 대상제품은 PC, 모니터, 프린터, 팩시밀리, 복사기, 스캐너, 복합기, 절전제어장치, 직류전원장치, TV, 비디오, 오디오, DVD 플레이어, 전자레인지, 휴대폰 전화 충전기, 셋톱박스, 도어폰 등 17개 품목에 달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 마크제를 1999년에 시행하기 시작해서 2003년 지금까지 5년 동안 총 5천 9백만 대의 절전제품을 보급해 왔다. 2003년 한해만 하더라도 1,811만대를 보급해서 56%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했다.

이는 전체적으로 3,891GWh 에너지절약효과를 달성하였는데 금액으로는 물경 4,300억원에 달한다. 이것은 1백 50만 kW의 전력소비를 절감했고, 결과적으로 CO2 51만톤(tC)을 감축한 것이다. TV와 비디오의 경우 대기전력소비가 1999년 이전의 7-10W에서 2003년의 2-3W 수준으로 괄목할만하게 감소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기전력 1W 프로그램”운동을 설정하고 범국민적 운동으로 확산시켜 2010년까지 전기·전자제품의 대기전력을 1W이하로 달성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목표 달성시 현행 대기전력의 무려 70%까지 절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대기전력 1W 프로그램은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선언적인 의미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대기전력 절감로드맵(Standby Korea 2010)을 수립하여 대기전력의 정의와 중요성을 일반대중에게 인식시키고, 저감 잠재량, 기기별 그리고 연도별 달성수준, 정부조달체계 개선, 이와 관련된 제조업체의 기술개발을 촉진하며, 동시에 범국민적 소비자운동도 지원하게 된다.

또한 현재의 sleep mode만 규정되어 있는 컴퓨터, 프린터 등 사무기기의 에너지 절약마크 표시기준에 off mode의 추가를 의무화하고 동시에 1W 운동에 적용시킨다.

또한 전국적으로 22개 기관이 대거 참여하는 대기전력 1W 프로그램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범국민적으로 확산시킨다. 한편 IEA와 APEC 등 국제기구와 대기전력에 관한 국제협력이 강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