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연방의회는 지난 6월 30일 원전폐기 및 에너지 전환 프로그램을 승인하였다. 가동 중인 원전 17기를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기하기로 결정하였는데 1차로 현재 가동 중지 중인 노후원전 8기(8.5GW)를 재가동 없이 즉시 폐기하고, 가동 중인 원전 9기(12GW)는 2015년부터 2022년 사이에 폐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독일정부는 6월 6일 이미 에너지 전환 프로그램과 관련된 8개 법안을 발표하였다. 이 법안들은 다음과 같다.

원자력법 개정으로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가동기간을 제한하고, 네트워크개선촉진법을 개정하여 연방정부에 송전선 건설을 허가하는 통합 관리기관을 설립하며, 재생에너지법을 개정하여 재생에너지 구매의무가격을 확정하고, 에너지절약법에서는 건물에 대한 에너지 효율을 규정하였으며, 열병합기술지원법을 에너지경제법의 일부분으로 신규 제정하였으며, 건설계획법을 개정하여 신재생에너지 건설부지 확보가 용이하도록 개선하였으며, 에너지경제법을 개정하여 지능형 전력량계 도입과 관련된 사항을 추가하였고, 에너지기후펀드법을 개정하여 원전기업의 펀드 참여 의무를 면하였다.

원전 폐기에 따른 영향으로 전력회사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데, RWE가 운영중인 원전을 가동하지 못하여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고, E·on은 천연가스 가격의 급변으로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한편 원전을 대신하여 발전연료로 사용되는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하여 천연가스의 가격이 올 한해 50%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여 최대 천연가스 공급사인 가즈프롬이 독일의 천연가스 시장에 진출하려 하고 있다.

독일은 이번 원전 폐기 결정 이전에도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지난 5년간 전기요금이 26% 상승하였으며, 2012년 전력 선물가격이 현재 10% 상승되어 있다. 독일에너지공사는 원전 폐기에 따라 향후 전기요금이 매년 20%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산업부문에서는 지멘스가 원전사업을 포기하고 가스터빈 및 풍력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전력 다소비 산업의 경쟁력은 저하되겠지만 친환경 산업구조로 체질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정부는 원전폐기에 따른 전력부문의 문제발생에 다음과 같이 대응할 계획이다. 첫째 전력 부족 전망에 따라 투기적 전력거래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투기세력 감시를 위한 카르텔청의 감시를 강화하고, 전원확보를 위하여 2020년까지 가스 및 화석연료 발전소 10GW를 증설하고, 현재 17%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0년 35%, 2030년 50%, 2040년 65%, 2050년 80%까지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또한 전력저장장치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 강화 및 선택적 시장 프리미엄 제도 도입, 프랑스 등 주변국으로부터의 전력수입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전력절감 부문에서는 2020년까지 전력소비 10% 절감을 위하여 노후 건물의 단열 리모델링 지원금 및 세금공제를 위하여 연간 30억 유로를 확보하기로 하였다.

녹색성장을 추구하는 면에서는 독일과 우리나라의 목표가 일치한다고 볼 수 있으나 우리나라가 쉽게 원전폐기 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데에는 독일과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독일은 오래전부터 원자력 포기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하여 합의를 이루었고 전기요금 상승에 대한 수용과 전기 절약이 체화되어 왔다. 또한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잠재량이 풍부하고 유사시 계통연계된 인접국으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수 있으므로 전력수급 여건이 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이 정책적으로 결정됨으로써 수급에 따른 전력사용량 조절이 어렵고, 타 에너지대비 요금이 낮고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로 전력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의 잠재량이 적고 고립된 계통으로써 전력부족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독일, 스위스 등 원전폐기 선언은 일본의 대지진에 따른 원전사태가 촉발하기는 하였으나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원전을 폐기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으며, 원전폐기에 따른 대안 에너지 확보와 에너지 절약 정책을 함께 추진함으로써 친환경 산업구조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며 주변국과 계통연계도 곤란한 상태에서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로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을 포기하면 전기요금의 급등이 불가피하고 국가 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원전포기를 위해서는 산업구조 개편과 대안에너지 확보 및 에너지절약에 대한 장기적인 사회적 합의 도출 과정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