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호 한수원 초대 안전기술본부장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지 4개월이 넘었다. 혹자는 “원전의 역사가 후쿠시마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구분돼,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평하기도 한다. 원전에서의 수소폭발이라는 100만분의 1의 확률이 1로써 현실이 된 순간, 원전 전문가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일순간 세계적으로 큰 붐이 일던 ‘원자력 르네상스’는 빙하시대로 돌변해 버렸다. 그리고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한수원안에서도 분명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 시발점이 바로 ‘안전기술본부’의 출범이다. 한수원안의 이 새로운 조직은 원전에 대한 안전기능 강화 및 기술개발 전담조직으로 정부와 한수원이 ‘야심차게’ 마련해 출범시킨 조직이다.

새롭게 신설된 이 조직의 첫 수장을 맡게 된 이태호 한국수력원자력 안전기술본부장의 어깨가 무겁다. 후쿠시마로 대변되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초대 안전기술본부장을 역임하기 이전에 원자력정책처장, 정비기획처장(현 설비기획처), 안전기술처장, 발전처장 등 전략마련에서 안전, 정비, 발전 등 실행부서까지 말하는 ‘요직’을 두루 섭렵했다.

이태호 안전기술본부장은 “기획정책 부서에서 부터 현장실무까지, 굉장히 중요한 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중요한 경험을 쌓았다”면서 “후쿠시마 이후 안전 제고, 기술개발 등 다방면의 고려가 필요한 상황인데,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반영해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 본부장은 그러면서 “후쿠시마 이후 많은 변화오고 있지만, (최근 방한한 IAEA IRRS 점검단을 언급하면서) 외국의 전문가들은 한수원 직원들이 자만심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안전문화를 확립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나라는 원전 운영실적에서 세계적으로도 가장 우수한 실적을 유지해 왔다. 또 고장정지 유발건수는 물론, 과거 1~2기에 달하던 OCTF(한주기 무고장운전)도 절반이상 호기에서 달성해 왔다. 이런 부분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초대 안전기술본부장으로서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원전 운영, 안전이 담보된 가운데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안전을 기초로 원전의 해외수출에 일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전성 제고 측면과 관련해 이 본부장은 “최근 발전소에서 발생한 일련의 크고 작은 일 가운데 고장원인 자세히 분석해 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들이 한수원이 아닌 설계단계, 그 설계에 따라 물건을 만드는 제조회사, 설계도 잘하고 제작도 잘했지만 시공상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설계-제조-시공의 전반적인 것들이 잘 어우러져야 원전 안전이 담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그러면서 “협력사 직원에 대한 안전관리 품질관리 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안전의식 제고, 품질관리를 강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특히 “당분간, 세계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특별한 다른 대안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경제성과 기술적 측면서 대용량의 전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제가 볼 때는 원자력 밖에 없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안전성 담보된 측면에서 발전소 운영을 잘 해야 하는데, 전념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자립 기술의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말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시스템화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힘을 줬다.

다음은 이태호 한수원 안전기술본부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초대 안전기술본부장으로서 각오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이후 국내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함께, 원전 안전성 자체에 대한 대내외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난 5월 31일 발족한 안전기술본부는 원전에 대한 안전기능 강화 및 기술개발에 집중할 전담조직이다.

이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관련 후속대책으로서, 안전기능 강화를 통한 위기관리능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전사 컨트롤타워를 구축함과 동시에, 정부의 원자력 연구개발 수행체계 일원화 지침에 의거 한전 전력연구원의 원자력발전 연구개발 기능 및 인력을 한수원으로 일원화함으로서 조직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안전기술본부장으로서 어떤 운영방침을 갖고 있나?
-인간ㆍ환경ㆍ기술을 중시하는 글로벌 그린에너지 리더가 되고자 하는 회사의 비전달성을 위해, 안전기술본부는 ‘세계 최고수준의 안전과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핵심가치 창출’을 본부 운영목표로 설정했다.

선제적 안전성 증진 및 재난대비 전방위 위기관리 대응체계구축과 함께 미래 지향적 정책기능을 선도하고, 기술개발체제를 혁신해 미래 신성장동력을 창출함으로서 해외 원전수주에서도 우위를 선점해 나갈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으로 어떤 점에 중점을 둘 계획인가
-첫째로, 안전분야의 최우선 현안은 후쿠시마 후속조치다. 일본 후쿠시마원전에서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대형해일 발생을 계기로 국내원전에서도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대형해일에 대비한다는 관점에서 구조물 안전성 등 국내원전점검결과 도출된 6개 분야 50개 장단기 개선사항에 대해 전사 포스트-후쿠시마 테스크포스팀을 구성 운영중이며, 분야별 항목별 장단기 조치계획을 수립하는 등 원전 안전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보완할 계획이다.

둘째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우호적 환경의 변화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 요구 등 원전확대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국가 에너지 안보와 고유가 및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등 우리나라가 처한 제반 상황을 고려해 정책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며,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국가 에너지 믹스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정부-산학연과 상시 원자력정책 협의체를 운영하는 등 원전의 적정비중 유지 필요성 등에 대한 정책기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세계 원전환경변화에 따른 해외 원전수주에서도 우위를 선점해 나갈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미자립 핵심기술인 원전설계핵심코드, 원자로냉각재펌프(RCP), 계측제어시템(MMIS)의 국산화를 2012년까지 달성하고, 아울러 향후 해외수출시 경제성과 안전성이 대폭 향상된 수출전략 노형인 신형경수로(APR+)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정부가 추진한 원전 안전 점검 결과에 대한 보강 계획은?
-교육과학기술부는 지진ㆍ해일, 전력ㆍ냉각계통, 중대사고 등 6개 분야에 50개의 장단기 개선사항을 도출(기타기관 조치사항 4건 포함)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을 거쳐 한수원으로 하여금 2015년까지 조치하도록한 바 있다.

한수원은 규제기관인 학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긴밀한 협조 하에 개선조치 이행계획을 수립\해 지난 7월 6일에 교과부에 제출했다. 주요 개선조치사항으로는 고리원전 해안방벽 증축, 이동형 비상발전차량 확보, 전원이 상실되어도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설비 등이다. 이러한 정부의 개선조치사항 이외에도 우리회사는 자발적으로 46개 개선조치사항 중 건설중인 원전 5기에 적용해야할 Action Item 5개 분야 33개를 도출했다.

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일본정부 등의 후쿠시마원전 사고 분석보고서를 검토해 한수원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반영할 부분을 추가적으로 발굴하여 계속적으로 보완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앞으로 국내에서 가동중에 있는 원전 21기와 건설중인 원전 5기에 대한 개선조치사항을 위해 2015년까지 5년간 약 1조 1,226억원의 예산을 투입 할 예정이다.

▲우리 원전 얼마나 안전한가요?
-2010년 4분기 세계 원자력발전소 성능지표 분석결과 10기 이상 원전보유국 중 우리나라가 1위로서, 국내원전의 발전운영능력은 세계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우수한 운영실적결과는 안전분야의 인적 기술적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달성할 수 없다고 본다.

한수원은 원전안전 최우선 경영을 회사 경영방침으로 정하고, 지속적으로 원전의 안전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가동중인 원전은 운영허가일을 기준으로 기기의 경년 열화현상과 안전성 분석, 각종 절차서의 제ㆍ개정 등 11개 항목을 10년 주기로 평가(PSR)하여 미흡한 사항은 적극 시정 또는 개선하고 있다.

원전건설 및 운영관련 모든 업무를 수행할 때 안전문화가 조직 분위기 및 직원들의 태도에 체화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다각적인 캠페인도 전개하고 있다.

또한 IAEA, WANO 등과 같은 공신력이 있는 국제기구의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발전소 안전성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 받는 등 지속적인 원전 안전성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은 월등하지만, 일본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욱 안전한 원전이 되도록 할 것이다.

▲안전기술본부장으로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첫째로, 통합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로서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위기대응체계를 일상화 해 어떠한 긴박한 상황하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한 준비와 훈련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위기에 강한 조직으로 조속히 정착하는 것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다.

조직 구성원 개인 개인이 회사전체의 넓은 시야와 입장에서 업무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탁월한 재능보다는 성실한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아웃라이어>란 책에서 1만 시간의 법칙처럼 말이다.

▲협력사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의 원전 안전운영 기술은 이제 세계 최고수준이다. 고리1호기 이후 30여 년간의 노력으로 최근 들어서는 종사자에 의한 실수나 고장정지는 거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지속적인 원전건설과 UAE 원전 수출 등 경영여건 변화에 따라 새로이 원전 사업에 참여하는 회사 수가 늘고 있다.

이런 연유로 최근 협력회사 관련 부분에 일부 개선 필요사항들이 발견되고 있다. 한수원은 협력회사의 원자력안전문화를 한수원 수준으로 높이려고 한다. 협력회사에서 수행하는 조그마한 일 하나하나가 원전 안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를 협력회사 임직원들께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편으로 금년부터 협력회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원자력안전문화와 품질확보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협력회사의 품질보증 시스템과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소기업의 경우 품질관리를 위한 인프라가 빈약하기도 하고 품질관리 전문가가 부족하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협력회사 품질보증 시스템 및 관리 현황을 일제 점검할 계획이며 ‘품질평가 및 상시 셀프 모니터링시스템’ 구축과 ‘품질실명제 확대 시행’ 등 품질관리, 제도개선 및 교육 강화 측면에서 다각도의 대책을  시행중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듯이 원전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면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크다. 협력회사 임직원 여러분께서 원자력산업계의 동반 성장을 위해서 좀 더 높은 수준의 목표와 기준을 가지고 원자력 안전 및 품질을 확보를 해 주십사 하는 것이 저의 바람이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원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원전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그린피스의 ‘핵 없는 한국’ 캠페인 및 여타 환경단체의 활동 등 원전에 대한 非우호적 환경의 변화로 원자력사업 입지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한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의 원자력 안전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국가 에너지 안보와 고유가 및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등 우리나라가 처한 제반 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국가에너지 정책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환경단체 등의 안전에 대한 다양한 요구에 대해서는 환경과 지속가능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의 대안 측면을 감안해 적극적인 갈등관리를 해 나가겠다. 향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원전운영의 안전성을 증진시켜나가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으로 본다.

한수원은 내부와 외부의 정밀진단을 통해, 지진ㆍ해일 등 최악의 자연재해를 고려한 원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비개선 뿐만 아니라 중대사고 비상대응 및 진료체계를 구축해 주민보호에 전임직원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와 아울러 2015년까지 가동원전 개선사항 46개와 건설원전 개선사항 33개 항목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이와 별도로 국내외 전문기관들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여 지속적으로 개선사항을 도출함으로써 원전 안전성 확보에 사명을 다할 것이다.

▲임기중에 완수하고 싶은 목표는
-정부와 한수원은 2008년 8월 확정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원전수출 장애요인 제거와 고유 수출주력 노형을 확보하고자 미자립 원천 핵심기술인 원전설계핵심코드, 원자로냉각재펌프(RCP) 및 계측제어시스템(MMIS)의 국산화 개발과 한국 고유노형인 APR+ 기술개발을 당초보다 3년 앞당겨 2012년까지 마무리 짓도록 하는 원전기술발전방안(Nu-Tech 2012)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이 2012년까지 성공적으로 추진해 원전수출국으로서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우리나라 원전산업 발전의 도약의 발판이 되도록 하는 것도 재임기간 중에 꼭 이루어야 할 목표중 하나다.

■한수원 안전기술본부는
지난 5월 30일 출범한 한수원 안전기술본부는 기존 본사조직 중에 안전기술처와 원자력정책처를 재편해 안전처, 위기관리실, 기술기획처로 조직을 재구성했다. 본부는 원자력 정책 및 안전성 평가, 위기관리 및 기술기획, 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특히 안전처 내에 후쿠시마후속대책팀을 신설, 일본 원전사고의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원전안전에 관한 연구개발로 안전기능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한수원 중앙연구원을 예하 사업소로 편성해 조직을 새롭게 정비하고, 아울러 정부의 원자력 연구개발수행체계 일원화 지침에 따라 6월 8일부터는 한전 전력연구원의 원자력발전 연구개발기능과 연구인력 122명(정규직원 108명+과제수행 위촉연구원 14명)을 인수해 원자력 연구개발 종합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기술회사로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태호 안전기술본부장은 “신설조직인 안전기술본부장으로서 중책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지만, 그동안 현장 및 본사 실무부서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원전 안전정책 및 미래지향적인 원자력산업전략 수립과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