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수 (사)전자ㆍ정보인협회 부회장

우리나라에서 제조물책임(PL)법이 시행 된지도 벌써 10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그리고 PL상담센터간에 상호 정보교환, PL관련 문제점 토의, PL사고 원인규명, PL상담사례 교환, 국내외 PL사고사례 연구검토 등은 물론 친목도모를 목표로 “한국PL상담센터협의회”를 설립하여 운용하여 온지도 10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원래는 PL법관련 담당부서는 기획재정부(현재는 공정거래위원회), PL교육은 중소기업청, PL상담관련은 지식경제부와 보건복지부와 같이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대정부 창구일원화가 필요하게 되었다. 우리의 요구와 의견, 제언을 강력히 제출하고 반영할 단체의 출현이 절실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전기, 전자, 자동차 등14개 품목별 PL상담센터상호간의 횡적으로 연결하여 화합하여 토의하는 월례회를 정례화(定例化)하고 있다.

현재는 중전기, 화장품, 의약품을 포함해서 14개의 품목별 PL상담센터가 가동 중인데 외부에서 지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자체 예산으로 운영 중이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각 상담센터별로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그 중에서 반수 정도의 상담센터가 그런 대로 활동 중이며 나머지 6~7개 상담센터는 1~2사람이 배치되어 최소한도로 운영하고 있는 현실이다.

품목군을 다양화하고 안전성과 전문성을 고려해서 새로 독립된 상담센터를 신설할 것을 현재 관계기관과 협의 중에 있다. 즉, 인체에 직접 접촉하여 사용하고 있어 현재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거나 장차 사고의 위험성이 다분히 있는 품목군들이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안전성이 계속 요청되며 크고 작은 사고가 잦은 전동공구, 완구, 조명기기, 펌프와 승강기는 따로 떼어 독립해서 PL상담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시의에 맞고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PL에 관련된 전문기관인 한국PL협회, 한국PL학회와 연계하여 PL과 관련된 용역사업을 추진하고, 심포지움, 세미나나 토론회를 개최하여 기업은 물론 일반 대중과 같은 불특정다수 소비자 중심의 홍보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예정이다. 특히 관심 있는 업체와의 PL관련 질의응답 포럼도 개최하여 우리나라에서의 PL인식도도 제고해 나가야 할 것이다.

PL법 시행의 목적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안전한 제품에 대한 기업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사전적 예방차원에서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또 제품의 사용 중에 발생한 사고를 신속하고 효율성 있게 보상 처리하여 피해소비자의 사회적 복귀를 합당하게 처리하여,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종극에는 건전한 국민경제에 기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PL법은 제품의 안전성과 내구성이라는 측면과 피해자의 합당한 보상이라는 측면을 잘 유기적으로 보전(補塡), 보완하여 실행해 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서 국민적인 전체 조화를 이루는 국가적 통치측면이 또한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근년에 불량만두소 파동, 페닐프로판올아민(PPA) 감기약 유통 파문, 새집증후군(Sick House Syndrome) 논란, 연쇄적 전기압력밥솥 폭발사고, 과열로 인한 선풍기화재사건, 조류독감발생으로 인한 닭고기 소비급감, 미니컵젤리 유통과 판매 잠정금지, 이동전화번호 이동성제도 실시, 할인점과 카드사간 수수료 분쟁, 아파트 분양가 공개논란 그리고 휴대폰 배터리 폭발사고 등이 그것이다.

또 지난해에는 특히 사회적으로 주요하게 이슈화되었던 문제가 많았던 다사다난한 해였다. 외국인 근로자 노말헥산 중독, 천연가스버스 CNG용기 파열사고, 김치파동, 조류독감, 민물고기 소동, 황우석 쇼크가 발생하였다. 그래서 지금 소비자단체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고 앞으로 필연적으로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PL법 개정에 대비하여 다음과 같은 의견을 이 지면을 통하여 감히 제출하는 바이다.

첫째 제한적으로 징벌적 배상제도(punitive damages)를 도입하여 두 번 다시 새집증후군, 불량만두소나 전기압력밥솥의 폭발사고가 발생할 수 없는 사회환경과 기업정신을 바로잡아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제조자의 부주의나 무관심, 도덕적 의식과 관련된 사고의 경우는 재산상, 또는 신체상의 안전성의 확보 또는 손해의 확대방지에 대해 제조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있을 경우가 될것이다. 이에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의해 제조자에 대해 손해배상 외에 제한된 범위 내에서 부가금의 지불을 명하도록 조치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미국식 디스커버리(discovery)를 도입하여 증거개시제도를 실시하여야 한다. PL법에 근거한 소송에서 제조물의 안전성에 관한 설계 및 제도 등의 정보를 독점하다시피 소유하고 있는 제조업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증거자료를 개시(開示)하여야 할 것으로 규정하여야 한다. 그래서 피해소비자의 입증책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 배경이 이루여 져야 바람직하다고 사료된다.

셋째 제조물의 범위를 소프트웨어(SW)를 포함하는 정보산업(IT)까지 적용하여 광의의 일반 및 특수 정보를 포괄하여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제조물에 부동산을 포함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과 관련된 문제와 소비자피해사례가 많았다는 증좌일 것이다. 그리고 최근 새집증후군에 대한 배상판결이 나오고 있듯이 결함주택에 관련된 PL법의 적용을 요구하고는 있으나 이것은 전반적인 사회 여건상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넷째 결함에 인과관계의 추정규정의 도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7월 1일부터 PL법 시행 후 여러 유형의 클레임과정에서 확인된바 피해자가 입증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실제로 피해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로서는 입증이 불충분한 것이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래서 그동안 피해구제가 불충분한 많은 사례를 감안한다면 입증 부담의 불공평함이 그대로 존치되어 있다고 판단되므로 공평을 기할 목적으로 이 추정규정을 새롭게 도입하는 것이 형평성의 원리측면에서도 타당할 것이다.

다섯째 모든 피해나 재해로부터 사회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자신뿐만 아니라 소비자 단체에도 PL소송의 소권을 피해자와 공동 또는 대신하여 당사자로서 제소할 수 있게 기회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하여 품목별PL상담센터 혹은 소비자 고발단체에 소권의 부여를 신설하여 미국식 집단 소송(class action)혹은 독일식 단체소송을 부여해 줄 것이 요구되고 있다.

여섯째 내부고발자(turncoats)보호제도의 확립이다. 유교적인 동양 사회에서도 꺼려하는 이른바 이탈자 또는 배반자 취급을 받고 있는 양심 있는 자의 선언을 법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흑백을 명명백백히 가려 결함 있는 쪽에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고 또 당연하다.

일곱째 제품의 개발과 제조가 완벽하게 이루어져서 실제로 제품의 결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경우가 흔히 있다. 표시문구나 경고문구가 완벽하고 결함이 없는데도 사용자의 오용(misuse)이나 남용(abuse)으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그 사용자도 그 만큼 잘못이 있으므로 그 잘못 만큼 책임을 지워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행 보상부분을 언급한 PL법 제8조를 명확히 하여 과실상계가 정당하고 공평하게 이루어 질수 있도록 자세한 부분까지도 명시하여 이 문제로 야기될 쌍방간 시간소비적인 쟁론의 지연을 사전에 없애야 한다.

여덟째 사용자의 부주의나 불찰에 의한 사고에 대하여서는 물론 대부분을 사용자가 책임져야 할 것이지만, 기업가도 이윤창출이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제품의 결함이 발견되었을 때는 지체 없이 양심적으로 자발적 리콜을 행하여야 한다. 그래서 사회의 기업윤리(entrepreneurial ethics) 진작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도 이에 호응하여 리콜에 대한 선진화된 자세로 따뜻한 눈길로 수용하는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금년도에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동향과 아울러 강화된 소비자 보호 쪽으로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결함 있는 위험한 제품, 불량 식품에 대한 소비자 단체의 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도 현재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추세 속에서 성숙된 소비자의 자세는 물론이고 기업의 PL대응은 좀 더 자발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방향으로 전진하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여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