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전국적으로 봄비가 내렸다. 이번 비는 일본으로부터 유입 된 요오드,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소량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7일 정오, 아기를 안은 여성이 강남구 삼성동 한전본사 주변 도로를 걷고 있다. 아이가 비를 맞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이 입은 점퍼로 감싸고 있는 모습.<사진=손민지 기자>

원전 안전의 최후 보루인 방사선 ‘피폭’이 일본에서 다시 현실화되면서, 이러다가 잘못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더구나 일본과 가장 가까운 인접국인 우리나라에 지난 7일 전국적으로 봄비가 내리고, 일본발 방사성물질이 빗물을 타고 대거 우리나라로 유입될 것이라면서 국민적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7일 전국적으로 봄비가 예고된 가운데 일본발 방사성물질의 ‘선량률’을 두고 정부와 시민단체의 위해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이런 가운데 외국 기상청이 분석한 자료를 근거로 누리꾼들은 일본발 방사성물질이 우리나라를 덮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시민사회단체…정부의 비상대응조치 필요
환경운동연합, 민주당 등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일본대지진ㆍ핵사고 피해지원 및 핵발전 정책 전환 공동행동은 지난 4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한반도 전역에 방사능 오염 위험이 예고되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비상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독일기상청과 노르웨이 대기연구소 등이 분석한 자료를 근거로 한반도가 일본 후쿠시마에서 누출되고 있는 방사성물질의 직접적인 오염 영향권에 들 것이라며 정부와 관계 당국의 안일한 태도와 말 바꾸기는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손을 놓고 있어 방사성 물질의 위협은 매우 구체적인 현실이 되고 있다며 지금은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처방법을 알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6일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도 성명을 내고 7일 방사능 낙진이 예보되어 있다면서 정부는 비를 맞지 말 것과 불가피하지 않은 야외활동 자제 권고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교육당국은 초등학교 휴교령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는 5일 제2차 대국민 권고문을 통해 국민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검출된 양은 극미한 수준이며 현재로선 건강상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전문단체 및 전문가의 발표가 잇따르고 있으나, 국민의 우려가 큰 만큼 잘못된 정보도 온ㆍ오프라인 상에서 전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협회의 주장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6일 논평을 내고 핵공학자들의 대변인으로 전락한 대한의사협회라며 방사선의 위해 여부는 의학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원장 윤철호)은 7일 전국 12개 지방측정소에서 대기부유진 방사능을 측정한 결과 전 지역에서 방사성요오드(I-131) 및 방사성세슘(Cs-137 Cs-134)이 검출됐고 일부 물질의 경우 농도가 높아지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아직 안전하지만, 위험도 대비해야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장을 역임한 김종순 인제의대 교수는 6일 대한방사선방어학회가 주최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국내 방사선 영향’이라는 긴급토론회에서 일본의 상황에 따라 정부가 방사선 유입양의 수치 여부를 판별하고 발표하는데 주력하는 대응위주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는 극미량이어서 안전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준비하고 보다 큰 위험을 가정해 대비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미숙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종양학 과장은 “암환자의 경우 1달에 6만mSv 정도를 사용하는데 일반인의 경우 피폭한도가 1년에 1mSv 정도여서 거의 60만배 효과에 달한다”며 “인체 영향을 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이는 “연간 허용량이 1mSv는 굉장히 보수적인 수치라고 본다”며 “조금이라도 받으면 물론 기분은 나쁘지만, 가장 예민한 사람은 태아, 즉 임신부가 100mSv를 전신으로 일순간에 맞아야 (기형아 가능성에 따른)유산을 고려한다”고 부연했다.

이재기 한양대 교수는 방사선과 안전 기준이라는 기조발제를 통해 안전과 위험의 경계선은 아니며 예방적 관리를 위한 수단으로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권고한 개인 선량한도가 연간 1mSv라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ICRP가 용인한 준위가)평시와 비상시에 따라 현저한 차이가 있다며 음식물의 방사능 기준을 예로 들면서 비상시 기준과 평시기준의 구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문희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만일의 경우 중국의 원전에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다 한다면 국내피해가 예상되므로 이에 대비한 장단기적인 준비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한 책임연구원은 “사고 초기 주민 보호를 위한 적절한 대응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사고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사고시 신속한 정보 공유를 위한 정부간 상호 협정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자연방사선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
장병욱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일본의 방사성물질 해양 투기와 관련해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종경 한양대 교수의 질문을 받고 “해류 이동 속도도 상당히 느리고 파도도 치고 있어 유출된다 하더라도 대기와 비교해 (확산 속도가)상당히 느리다”며 “(해류 이동말고도 물고기 섭취 등으로)언젠가는 저희쪽으로 오겠지만 희석될 것으로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 책임연구원은 “공기중에서 평상시 검출이 되지 않는 핵종으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자연 방사선 등의)정보를 정확히 몰라서 일어나는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자연 상태의 현장을 확인해보면 공간에 따라 수치의 변화가 크다며 (일본발)방사성 물질을 의식해 환기를 시키지 않고 실내에만 있다면 오히려 (자연 상태의)라돈 수치가 높아져 이것이 더 위험할 수 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 원전사태와 관련해 현재 환경중에서 검출되고 있는 수준의 인공방사성핵종의 농도는 이미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 천연방사성핵종의 농도나 자연방사선 준위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막연한 공포심을 갖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성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前 방사선안전본부장은 “원전 안전의 목표는 시설, 인류, 생물, 환경이 안전하냐는 것으로 구분이 되는데 결국 원전 안전 목표는 피폭”이라며 “현재 안전하다는 것은 피폭적 차원에서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서두를 꺼냈다.

그이는 유엔방사선영향평가위원회(UNSCER)가 지난 60년간의 세계 자료를 모아 평가해서 정리한 안전의 개념에 따르면 20년간 2.4mSv라는 단어로 (안전의 여부를)평가해 내놓았는데 그 가운데 일부지역은 5mSv로 높게 나타나는 지역도 있다면서 “비교하면 높고 낮음에 따른 (암발생률의)변화를 발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기 한양대 교수는 이날 기조발언을 통해 체르노빌 사고의 원거리 영향을 분석해 보면 1,000~1,500㎞ 거리의 국가인 스웨덴과 당시 서독에서의 자료를 언급하면서 사고 후 1년간 국민 평균 선량은 약 0.2mSv였다면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이 직접 우리나라를 향하더라도 0.1mSv 이하일 것으로 예상했다.

#원전 종사자는 그럼?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종사자’의 개인 선량한도를 연간 최대 50mSV로 권고한 가운데 나성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前 방사선안전부장이 이날 밝힌 최근 5년간 업종별 종사자수 및 피폭선량 현황(2009년말)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현재 비파괴검사 분야에서 종사하는 5,726명 종사자의 평균선량이 2.25mSv로 1만4,118명에 달하는 원자력발전소 종사자의 1.15mSv 보다 약 2배 정도 높았다.

특히 원전 종사자의 피폭추이를 보면 2008년 33.60mSv가 연간 최고 피폭자 선량이었으며 2010년에는 27.50mSv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발 방사성물질로 인해 국민적 공포가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묵묵히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원전 종사자 및 관련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관심 있게 봐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한국수력원자력 한 관계자는 일본 후쿠시마 사고로 정부는 물론 사회 전체가 마치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들쑤시고 있는데, 참담할 지경이라며 “원전 안전은 현장 작업자의 사기와도 좌우된다”며 “무분별한 비판과 비난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