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수 (사)전자ㆍ정보인협회 부회장

‘의식의 흐름’은 stream of consciousness의 역어로,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문학에 채용되었던 문학적 기교이다. 개인의 일생 중의 어느 특별한 기간을 취급함에 있어서 거기에서 행하여지는 행동, 사건과 체험 그리고 주위환경 등을 외형적(外形的)으로가 아니라,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 존재를 사실 그대로 적나라하게 노출하려는 것이 이 수법의 목적이다.

이 경우에는 중심이 되는 인물이 통일적 요소가 된다. 조이스(J. Joyce)의 ‘율리시스’에 있어서는 다만 4시간의 사건이 대장편 속에 녹아 묘사되어 내적 독백(內的獨白)에 의한 일종의 자서전을 이루고 있다.

울프(V. Woolf)는 이 방법을 작가라는 예리한 감각 속에서 포착하여 인생을 투명한 상태에 두고 파동적(波動的)으로 표현함에 성공하였다.

의식의 흐름은 미국의 철학자이며 심리학자인 제임즈(W. James: 1842-1910)가 처음으로 사용한 말이다. 의식이 단편적 요소의 오합(烏合)이 아니라 하나의 통일된 기능적 흐름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사용했다고 한다. 까마귀 떼처럼 아무 규율도 통일도 없이 의식이 몰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식의 흐름은 문예 용어로서 20세기 소설의 한 수법을 가리킨다. 갖가지 사고(思考)나 기억과 감정 등이 차례차례 떠올랐다가 사라져 가는 의식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묘사함으로써, 새로운 현실의 재현에 도달하고자 하는 방법이다. 그 때문에 사건은 직접적으로 그려지지 않고 작중 인물의 의식을 통해서 그려진다.

또 작품의 줄거리와 인물의 성격부여와 같은 종래의 기법을 일체 배제하고 내면의 독백과 같은 특수한 수법을 사용하며, 아직 언어가 되지 않은 혼돈한 의식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한다. 미국출생 영국의 작가 제임즈(H. James: 1843-1916) 등을 선구로 하여 시작되어 리처드슨(D. Richardson), 조이스(J. Joyce)와 울프(V. Woolf)에 의해 확립되었다.

‘율리시스(Ulysses)’는 조이스의 장편소설로 1922년에 간행되었다. 20세기 소설의 금자탑적인 작품이다. 한정된 시간과 제한된 공간 속에 인간세계의 전체상을 담으려고 시도한 대작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그 구조나 문체에는 반(反)소설적인 면도 엿보인다.

이미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율리시스’는 영국의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장편소설로, 1918-1920년 뉴욕의 문예잡지 ‘리틀 레뷰’에 일부 연재되었으나 외잡성(猥雜性)의 이유로 발행금지가 되었다가 그 후 1922년에 가서야 파리에서 출판되었다.

전편(全編) 호메로스(Homeros)의 ‘오디세이(Odyssey)’를 배경으로 하여 크고 작은 18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져, 가히 그 현대적인 패러디(parody)라 일컬어진다. 영어의 제명(題名) 율리시즈는 ‘오디세이아’의 주인공 오디세우스(Odysseus)의 라틴명 율리세스(Ulysses)에 의했다.

‘오디세이아’는 트로이(Troy)전쟁 후 오디세우스가 고국 이타카(Ithaca)에 돌아갈 때까지의 오랜 세월에 걸친 유랑과 그 아들 텔레마코스(Telemachos)가 아버지를 찾기까지 갖가지의 모험을 기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소설은 1904년 6월 16일의 더불린시(Dublin市)를 배경으로 하여 신문광고 취급인인 중년의 속물적(俗物的)인 유태인 레오폴드 블룸(Leopold Bloom)과 시인풍(詩人風)인 국민학교 교사 스티븐 디다라스라는 청년이 시내를 방랑하는 고작 하룻밤을 다룬 것이다.

더욱이 중요 등장인물로 페넬로페(Penelope)에 상당하는 블룸부인 마리온이 이에 관련된다. 작품은 3부로 대별된다.

제 1부는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침의 8시에서부터 11시까지를 포함한다. 더블린만(Dublin灣)에 면한 고탑(古塔)에 2명의 친구와 살고 있는 스티븐이 아침 수업 후, 혼자 해안을 거닐면서 자기의 과거 불행한 생활에 대한 회상에 잠기는 모습을 그린다.

제2부는 주로 블룸의 이야기이며, 12조각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다. 그의 아름다운 아내의 정사(情事)에 그는 고민하여, 죽은 자식의 추억에서 신뢰와 희망을 둘 수 있는 마음의 자식을 찾고 있다.

외출, 일, 친구의 장례식에 참여하고, 회식, 술집에서의 논쟁, 산책 등 늘상있는 일을 치룬 뒤 드디어 밤늦게 술에 몹시 취하여 곤드레 만드레가 된 스티븐과 만난다. 그리고 부성애적(父性愛的) 감정에 몰리어 매춘부가 있는 창녀촌으로 찾아가는 청년의 뒤를 따라 간다.

제3부는 3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지며, 주제는 오디세우스의 귀환이다. 깊은 밤 1시, 블룸은 청년을 부축하며 간호하면서 저택으로 데리고 돌아간다. 그러나 술에서 깨어난 청년은 얼마 후 그와 갈라져 그의 갈 길로 돌아가 버린다.

이리하여 ‘자식’을 구하는 블룸과 1916년에 간행된 앞서의 저작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명백한 것과 같이 이미 오욕(汚辱)된 가정과 카톨릭의 인습적 신앙을 버린다. 그러면서도 아직 용기와 인류에의 사랑을 부어주는 ‘아버지’를 찾고 있는 스티븐과는 드디어 합치하는 일 없이, 하오사 서로 고독한 채로 이별해 버린다.

하지만 이 현대의 운명을 상징하는 것과 같은 비극도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최후 에피소드에서 블룸부인의 반(半) 수면상태하에서의 의식을 더듬는 소위 ‘내면의 독백’을 통해 그 여자의 대지의 여신(女神)과 같은 적나라(赤裸裸)한 성애(性愛)와 열정에 대한 확신에 의해 해소되어 버리고 만다.

여기서 조이스가 사용한 ‘내면의 독백’또는 ‘의식의 흐름’이라고 하는 독특한 수법으로 이제 19세기적 사실주의(事實主義:realism)의 방법으로서는 도저히 포착하기 어려운 인간의 리얼리티(reality)를 밑바닥도 알 수 없는 의식의 저 심연의 깊은 늪 속에서 붙잡으려고 시도한 것이다.

프루스트(proust)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토마스 만(T. Mann)의 ‘마(魔)의 산’ 등과 함께 기라성 같은 버지니아 울프(V. Woolf), 도스 파소스(Dos Passos)와 포크너(W. Faulkner) 등, 20세기 문학에 준 영향은 지대하다. 한국에서도 ‘현대문학’등의 잡지에 일찌감치 번역 소개되었고, 문학전집 등에 수록되어 있다.

아일랜드의 작가 조이스(James Joyce; 1882 - 1941)는 20세기 최대 문학가의 한 사람이며, 소설작법의 혁명적 혁신으로 후세에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 그는 경건한 가톨릭 신자의 집안에서 태어나 예수회 계통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으나 ‘가정과 조국과 교회’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20세 이후에는 고향 더블린을 홀연히 떠나, 영원한 망명자로 외로운 외지에서 살았다.

조이스는 1904년 도라 바나크르를 만나 결혼했다. 이날은 후에 유명해진 ‘율리시즈’의 무대인 ‘블룸의 날’이 되었다. 일생동안을 심한 근시(近視)로 고생하였으나, 작가로서는 완벽주의자로 ‘율리시즈’에 7년(1914 - 1921), 그리고 ‘피네건 철야제’에 장장 17년(1922 - 1939)이 걸렸다.

또 초기의 자전소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젊은 예술가의 초상’(1916)은 ‘스티븐 히로’(1904)를 개작, 손질한 것이다. ‘더블린 시민’(1916)이후의 주제는 항상 그가 도피한 도시와 관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