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병령 한국원자력기술 대표

지난달 자유선진당 주최로 일본의 대지진 및 국내 원전 관련 부처의 상황보고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윤철호 한국원자력기술원 원장은 “후쿠시마에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거기에 수소 결합기가 있을 것인데 전원이 나가니까 작동을 안 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신고리 1호기는 전원이 필요가 없는 피동형이고 자동촉매로 작용하는 수소결합기가 있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수소 폭발로 인해 원자력발전소에 설치된 ‘수소결합기’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비상시 전원을 상실해도 가동이 가능한 외부전원 및 동력이 필요 없는 ‘피동형 수소결합기’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형 PAR?=현재 고리 1호기(AECL)와 신고리원전 1호기(아레바) 등 두 곳의 원자력발전소에 설치된 무전원 수소결합기는 모두 외국산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기술로 개발을 완료한 피동형수소재결합기(PAR:Passive Auto-Cat. Recomb)가 외국산을 체지고 국내 발전소 공급을 앞두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PAR은 원자력 발전소의 격납용기 내의 비정상적인 상황, 즉 설계 및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 발생된 수소의 농도를 낮추는데 사용하는 장비다. 원자력 격납용기 안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증가하게 되는 수소를 걸러내게 되며, 이 장비를 통해 수소가 제거된 공기를 다시 원자로 내부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런 가운데 한수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 대책의 하나로 모든 원자력발전소에 전원이 필요 없는 수소결합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강신헌 한수원 안전기술처장은 한 신문이 주최한 전문가 좌담에서 현재 검토중인 안전 개선 방안에 대한 질문에 “전기가 없어도 수소를 흡수해 폭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모든 원전에 공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강 처장은 “현재 그런 장치는 고리1호기와 신고리1호기에만 있고, 나머지는 전기를 필요로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수원이 이 같은 계획을 밝힘에 따라 한국원자력기술과 한수원이 공동 개발한 'PAR'이 향후 국내 원전에 공급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외국산을 대체하기 위해 국산화함은 물론 한수원의 개발선정품으로 선정돼 2012년 7월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지난 2006년 12월 한국원자력기술(주)(대표 고병령)과 중소기업 협력연구개발 과제 협약을 맺고 ‘피동형 수소재결합기’ 개발을 추진, 지난 2008년 11월 국산화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바 있다. 이 제품은 오는 2012년 7월까지 한수원의 개발선정품으로 지정돼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한국원자력기술은 지난해 7월 한수원과 계약을 체결하고 신고리원전 3,4호기에 자사의 PAR을 공급하게 됐다. 이 회사는 올 6월까지 1차로 관련 제품을 납품할 예정이다.

이 장비는 특히 백금촉매제를 이용해 수소만을 걸러내며 외국 제품보다 성능면에서 1.5배 이상 높고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구조에다 유지 보수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한수원은 외부구조가 복잡하고 유지보수비가 비싼 기존 장비를 대체할 경우, 연간 5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원자력기술은 어떤 회사?=1998년 9월 설립된 한국원자력기술(주)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근무하던 연구원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원자력 전문 기업이다. 최근 주력제품은 핵연료검사장비, 피동형수소재결합기, 제염장비 등이다. 핵연료검사장비는 울진 5,6호기는 물론 신고리1,2 원전에 납품된 바 있고 신고리 3,4(계약)와는 지난해 7월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제염장비는 지난해 7월 신고리3,4에 납품을 완료했다.

이 회사는 특히 설립 후 1년 만에 민간 업체로는 최초로 ‘방사선계측기 국가교정기관’으로 지정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국가 기관에서 수행하던 방사선 계측기의 검교정 업무를 보다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