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발 방사선 물질로 추정된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 등이 국내에서 검출되면서 온라인 공간은 물론, 현실에서도 ‘방사선 공포’에 대한 불안감들이 쏟아지고 있다. 만약이라는 가정에서 본다면, 지극히 당연한 걱정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상황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아니, 우려할만한 수준을 넘은 것처럼 보인다. 주변에서는 편서풍을 떠나 ‘장마’와 ‘태풍’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표현까지 나온다.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도쿄전력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후쿠시마 원전을 폐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최근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보도를 인용해 후쿠시마 제1원전 방수구 부근에서 30일 오후 1시 55분에 채취한 해수에서 기준치에 비해 무려 4,385배를 초과한 요오드가 검출된 됐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31일 후쿠시마 원전 1~3호기 모두에서 원자로의 ‘압력용기’가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본의 원전 사고 규모가 드러난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본발 원전 사고 여파에 대해 ‘르네상스’를 예고했던 전 세계 원자력 산업은 한순간에 ‘빙하시대’로 급변했다. 원전 수출을 위해 출범키로 한 협회는 물론, 정부의 다각적인 대응책도 묘연하다. 더구나 한전의 원전수출본부 설립을 위한 ‘본부장’ 공모건도 민간부문의 전문가 영입이라는 ‘무게감’ 또한 상실돼 버린 느낌이다. 국내에서 원자력발전소를 운영중인 한국수력원자력도 어느 순간 ‘르네상스’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 시작했다. 원자력 ‘유틸리티’를 운영하는 사업자로서의 ‘부담’이 짐작 가고도 남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1~4호기에서 연달아 발생한 수소 폭발에 대해 국내 한 원전산업계 관계자는 “TV를 통해서 수소 폭발 장면을 생생하게 봤다”면서 같은 일을 하면서 밥을 먹는 입장에서 볼 때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99.999%가 안전하더라도 0.001%라도 문제가 된다면, 일본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공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의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세상의 어느 플랜트보다 원자력발전의 경우 안전에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의 재생과 확대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것이다.

“충격적 이었다”고 말했지만 일본과 같은 수소 폭발은 없다고 그는 단호하게 답변했다. 후쿠시마에서의 수소 폭발 이후 국내에는 생소한 ‘BWR(Boiling Water Reactor)’ 노형에 대해 밤늦게까지 들여다보며 머리를 싸맸지만 후쿠시마의 비등수형(沸騰水型) 경수로와 달리 국내 원전의 경우 수소 발생량이 현저히 적고, (수소저감장치 말고도)더구나 격납고 또한 후쿠시마보다 몇배는 커 검토결과 절대로 일본처럼 폭발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정부는 최근 국내에서 가동중인 21개 원자력 발전소 현장에 대해 대대적인 점검을 통해 문제가 있다면, 특히 오래된 9개 발전소의 가동을 멈출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자력안전위원회를 격상하는 방안은 물론, 여러 다양한 조치를 병행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수원도 무전원의 수소결합기 등은 물론 안전과 관련된 필요한 조치를 위해 비용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변함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를 시작으로 원전 확대 정책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와는 다른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하지만 원자력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대응보다도 근본적인 문제를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가 수주 경쟁을 부추기는 원전 건설관련 입찰 제도를 손질해야 품질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은 최근 원전 입찰제도 개선 관련 용역을 수행중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현재 운영중인 발전소에서의 여러 엔지니어링 용역사업에 대해서도 비용 절감 위주의 입찰제도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도 설계는 물론 건설에서부터 운영 등 원전의 전반에 대해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이번 기회에 안전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성에 무게 중심이 실렸다면, 후쿠시마 이전과는 분명하게 달라진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