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우웅….”
터빈과 발전기의 소음이 뒤엉킨 탓이었을까? 건설현장 안내를 맡은 한국남부발전 남제주화력발전소 건설실 양준환 공사관리 부장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30일 상업운전을 앞두고 있는 발전용량 10만㎾의 남제주화력 3호기는 현재 최고 출력으로 240시간 동안의 신뢰도 운전으로 여념이 없었다.

신뢰도 운전이란 발전소가 상업운전을 앞두고 일정기간 동안 운전의 신뢰성 확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최종단계를 말한다. 운전기간은 통상 240시간에서 480시간 동안 진행되며 연속, 정격, 자동으로 운전된다.

마지막 체력테스트를 받고 있는 남제주화력 3호기는 시운전 과정에서 곧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제주지역의 여름철 전력피크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시운전 과정으로는 국내 발전사상 최초의 경우다.

김영환 한국전력거래소 제주지사 과장은 “올 여름 제주지역은 네 번씩이나 최대전력 수요가 경신됐다”며 “남제주화력 3호기의 가동으로 제주지역 전력수급에 숨통이 트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올 들어 4번째 최대 전력수요 경신을 이어갔던 지난달 9일 오후 9시. 제주지역 최대전력은 51만4,600㎾를 기록했다. 순간 최대전력은 51만9,100㎾에 달했다.

육지서 들어오는 해저케이블의 연계선을 포함해 공급능력은 55만3,000㎾에 불과했다. 이에 따른 공급 예비율은 7.46% 정도.

이날 예비율은 연일 50만㎾대의 최대전력 사용량을 보이고 있던 제주지역 전력수급 여건속에서 10만㎾ 용량의 남제주화력 3호기의 실전투입이 안정적 전력공급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단적으로 웅변해 주고 있다.

설비용량 20만㎾의 남제주화력 3,4호기는 제주국제자유도시 건설에 필요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건설되고 있다. 드럼형의 자연순환 방식에 중유를 연료로 사용해 발전하는 방식이다.

상업운전을 앞두고 있는 3호기와 같은 날 4호기도 보일러 최초 점화를 시작으로 내년 3월 31일 상업운전을 향한 막바지 건설작업이 한창이다.

총 공사비 3,379억원 규모이며 현대엔지니어링(주)이 설계기술용역을 담당했고 두산중공업이 주기기를 공급했다.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이 컨소시엄으로 시공을 담당하고 있다.

화력발전의 표준공기는 보통 34개월 정도. 그러나 남제주화력 3호기는 이보다 6개월을 줄인 28개월로 계획됐다. 이는 올 여름철 제주지역의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한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건설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가뜩이나 부족한 건설공기인데 여기에 문화재 발굴과 지역주민의 보상민원, 기상여건 악화 등의 돌발악재가 쌓였다. 이로 인해 수·폐수처리설비와 취·배수로해상공사, 용수탱크설비 등 관련 공사의 착공이 당초 계획보다 8개월이나 지연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것은 전쟁이었다”는 김의두 남제주화력발전 소장의 말 한마디가 지연된 공기를 만회해야 했던 남제주화력 건설 일꾼들의 어제를 웅변하고 있다.

정재봉 건설실장은 “콘크리트로 기초를 다지면 건물의 뼈대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각종 설비를 설치하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며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밤과 낮이 따로 없었다” 고 말했다.

복합공정을 추진하기 위해 공법을 개선하고 연장 작업은 물론 외지의 기능 인력도 추가됐다. 건설예정부지에 선사시대로 추정되는 취락 유적지가 발견돼 착공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조사 구간을 3개 지역으로 분할, 건설공정의 우선순위에 따라 단계적으로 발굴 작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하계 피크 이전인 6월 30일 주공정을 완료할 수 있었다. 당초 계획된 28개월의 공기를 지켜낸 것이다.

남제주화력 3, 4호기의 취수와 배수설비는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발전소 최초로 터널공법이 적용됐다. 냉각수 취수를 발전소 남쪽 약 420m 전방 수중에서 취수하고 발전과정에 발생한 온배수도 발전소 남서쪽 약 395m 해상으로 수중 배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냉각수 취수구는 강재 케이슨을 육상에서 제작해 해상에 거치, 수중에서 콘크리트로 고정하는 공법을 채택했다. 제주의 청정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바다 밑으로 온배수를 배수해 확산 범위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이 방식이 적용된 것이다.

바다 밑으로 터널을 뚫기 위해 Semi-Shield(이수가압식) 공법이 적용됐다. 이 공법은 원통형의 굴진기를 이용해 터널을 굴착함과 동시에 추진잭을 사용해 추진관을 밀어 넣는 공법으로 굴착된 토사는 배니관을 이용해 지상으로 반출하는 방식이다.

마침내 5월 28일 길이 420m의 취수구와 395m의 배수구 공사를 완료하고 첫 통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편 남제주화력발전소는 372억원을 들여 한경 제주시 한경면 일대에 추가로 3,000㎾ 용량의 풍력발전 5기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며 504억원을 투자해 성산에 2단계로 2,000㎾급 10기를 건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