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정신과전문의

“모든 것을 막으려는 자는 어느 것도 막을 수 없다.” <He who defends everything defends nothing 프리드리히 2세>

동물세계를 보면 잡아먹히는 동물들은 떼를 지어 다닙니다. 흔히 공격을 당할 때 힘을 합쳐 대항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정작 포식자로부터 공격을 당하면 서로 도망치기에 급급합니다. 그럼, 왜 떼를 지어 다닐까요? 포식동물들이 사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직 하나의 대상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사자에게 사냥감은 소떼 전체가 아니라 소 한 마리인 것입니다.

그런데 비슷하게 생긴 피식자들이 떼를 지어 있으면 포식자는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게 어려워져 명확하고 효과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이렇듯 생명의 세계에서 특정대상에 집중할 수 있는 ‘선택적 관심selective attention’ 능력은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옆 좌석에서 조금만 부스럭거려도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시장처럼 시끄러운 곳에서도 집중해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라면 일일이 신경 쓰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남들이 뭐라 하든 묵묵히 자신에게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는 자극이나 정보는 걸러낼 수 있는 ‘선택적 무관심selective inattention’의 능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자극과 정보는 받아들이고, 어떤 자극과 정보는 걸러낼 수 있으려면 우리의 정신에 ‘필터’가 제 기능을 다 해야 합니다. 이러한 필터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욕구, 관심사, 내적 목표 등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최고의 필터는 ‘사랑’입니다. 이 필터들이 잘 작동하면 우리는 불필요한 자극에 대해 무시할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우리의 뇌에는 원래 이러한 ‘필터’ 기능이 잘 발달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내적 욕구와 관심이 억압되고, 실패와 상처를 입게되면 이러한 필터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불필요한 자극에 대해서도 필요이상 반응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집중하려면 무시할 수 있어야 하고 관심을 가지려면 무언가에 무관심하게 됩니다. 무시할 수 있는 것도 힘이고, 무관심할 수 있는 것도 능력입니다.

만일 무시와 무관심이 잘 안된다면 자신의 필터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