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4년 우리나라 총발전량의 48.5%를 원자력 발전이 차지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추가로 14기의 원전이 건설된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보급율도 2030년까지 당초 11%에서 12%로 상향조정 된다.

7일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한빛홀에서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공청회가 열렸다.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거래소ㆍ가스공사 주관한 이날 공청회에서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비롯,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등 에너지 관련 국가 기본 정책안이 공동으로 발표돼 눈길을 모았다.

이날 주목을 받았던 ‘계획’은 바로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다. 전력거래소가 발표한 수급기본 계획에 따르면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전력부문에서 적극 구현하기 위해 전원구성의 기본 베이스를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 ‘기후변화 대응형 전원’으로 대폭 확대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원자력 발전 비중은 31.5%에서 2024년에는 48.5%로 17% 증가될 전망이며, 신재생에너지 또한 8.9%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석탄, LNG, 석유 등 ‘고탄소 배출전원’의 발전량 비중은 점진적으로 축소된다.

한편, 지경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반영해, 전력정책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올 연말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ㆍ공고할 계획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김정관 에너지자원실장은 “에너지 분야에서 대외적으로 여건 변화가 많아 5년마다 세우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이번에 2년 만에 새로 수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재생ㆍ원전↑…석탄 등 고탄소 배출전원↓

강윤영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에너지 수요 전망’을 통해 국내총생산이 연평균 3.4% 성장하고 국제 유가가 2020년 배럴당 111.5달러, 2030년에 127.2달러에 이를 경우,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에너지원단위는 연평균 1.4%의 개선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강 박사는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분야에서 높은 증가세가 예상되며 화석에너지 수요 증가세는 둔화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석유 의존도가 7.4%p 감소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부경진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육성방안의 중장기 기본방향을 소개하면서 2030년 1차에너지 비중의 12%까지 보급을 늘려, 선진국 수준에 이르게 할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태양광ㆍ풍력 등 5대 분야의 10대 핵심원천기술을 집중 개발해 2030년 세계 3대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이럴 경우, 신재생분야에서 163조원의 매출과, 1,786억달러에 이르는 수출, 60만명에 달하는 고용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도영 전력거래소 처장은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16년까지 국내 전력수요는 다소 높은 연평균 3.7%씩 증가할 전망이지만 2017년~2024년에는 연평균 1.1% 이하로 떨어져 ‘전력 저소비형 사회구조’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름철 최대전력은 전력수요 증가와 함께 연평균 2.2%씩 증가해 2024년에는 9,504만kW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09년 대비 4,010만kW가 늘어난 1억1,229만kW의 발전능력을 2024년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원자력 설비 비중은 현재 24.8%에서 2024년에는 31.9%로 늘어날 전망이지만, 석탄 및 LNG 설비 비중은 점진적으로 감소될 전망이다.

14기의 신규원전외에도 유연탄과 LNG 발전소도 13기와 19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발전설비 건설에 모두 44조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편, 정 처장은 이날 장기적인 전력수급 전망에서 “설비예비율이 2013년까지 6.6~8.6%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단기수급 측면에서 적극적인 수요관리에 나서지 않으면 예비율이 3.7%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책위, ‘졸속 형식적 공청회’ 반대

공청회가 열린 이날 각계 시민사회 단체 등으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는 공청회 장소인 한전 한빛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 전체를 결정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중 가장 중요한 ‘에너지 수요 전망 및 목표안’에 대한 공청회와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및 제10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의 공청회’를 한꺼번에 몰아 단 3시간 만에 진행하는 사상 유래가 없는 공청회라며 분노를 금할수 없다”며 강력히 규탄 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공청회는 단지 진행만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정부의 에너지수요 전망이 불과 2년만에 무려 13.4%나 늘어났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수요전망이 국가 전체의 에너지 수요를 예측함으로서 향후 발전소 건설 및 에너지 공급의 기초자료가 되는 중요한 데이터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밝혔다.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 당시에도 시민사회단체는 2030년 1차 에너지 수요전망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높은 GDP 증가율과 낮은 유가전망, 그에 따른 과도하게 높은 에너지수요 전망을 내 놓았다며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대책위는 “2년이 지난 지금 시민사회·환경단체들의 지적대로 GDP 증가율은 예상보다 낮아지고, 국제 유가는 더욱 높아졌다”며 “그런데 오늘 발표하는 내용은 그런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에너지수요전망을 388.9 백만 TOE로 무려 13.4%나 높게 잡았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그러면서 “이 예측에 따르면 2008년 현재 4.95TOE 수준인 1인당 에너지소비가 2030년에는 8.0TOE로 무려 61.6%나 증가하게 된다”며 “변수값은 줄었는데, 결과값은 오히려 늘어난 꼴”이라고 반박했다.

대책위는 “지식경제부와 녹색성장위원회는 2020년 에너지수요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30% 감축은 2005년 에너지소비량 대비 4% 감축과 같다고 주장하더니 작년 말 국무회의에서는 2005년 기준 감축 목표를 슬그머니 빼버렸다”며 “그리고 올해, 2020년 BAU를 당초보다 10% 더 높게 잡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오늘 에너지수요 전망안이 확정된다면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숫자놀음으로 이미 10% 가량의 온실가스를 감축한 셈”이라며 “2005년을 기준으로 보면 4% 감축이 아니라 오히려 5%가 더 늘어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책위가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이자 이를 제지하려는 한전의 청경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