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수 (사)전자ㆍ정보인협회 부회장

요즘 IT업계는 온통 ‘녹색바람’이다. 녹색바람은 녹색성장을 지향하는 세계경제의 조류와 함께 현정부의 경제성장정책과도 맞물려있다.

최근 녹색바람에 힘입어 녹색기술, 녹색사업, 녹색전문기업들이 줄줄이 탄생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지난 3일 ‘녹색인증제’ 시행 200일 만에 164건의 녹색인증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녹색기술 140건, 녹색사업 7건, 녹색전문기업 17건 등이다. 대부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 그동안 에너지자원으로 활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 및 활용 등 모두가 새로운 녹색경제시대를 이끌어갈 중요한 기술 및 사업들이다.

그런데 이중 눈에 띄는 녹색기술이 하나 있다. “가상화 기반의 메타 데이터를 이용한 동영상 제작기술”(인증 제 GT-10-00069호)이 그것. 우선 영상기술도 녹색기술로 인증받을 수 있다는 게 의외였다. 과연 영상에도 녹색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까?

사실 영상은 ‘미디어의 꽃’으로 비유할 만큼 디지털시대의 효과 높은 전달수단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영상제작은 전문가영역이고 그 결과물은 상대적으로 큰 데이터 용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영상은 네트워크 기반하의 IT산업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에 해당한다.

막대한 시스템자원을 소비하고 과도한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등 국내외 UCC 및 영상전문업체들 대부분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녹색 옷’을 입은 새로운 영상기술은 이런 영상의 골칫거리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고 있다. (주)마이꿈(대표 정상국)이 개발한 ‘가상화영상’ 기술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우선 이 기술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네트워크 기반 하에서 엔코딩 과정 없이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아무리 많은 영상을 제작하여도 파일이 생성되지 않는다는 게 이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이다.

영상제작시 파일이 생성되지 않는다는 건 혁명적인 일이다. 그동안 영상업체들이 고민해온 막대한 시스템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상화 기반의 메타데이터를 이용해 영상을 서비스하기 때문에 기존 영상보다 트래픽 발생을 현저하게 줄여줄 수 있다.  가상화영상 기술이 ‘녹색 옷’을 입게 된 건 그런 연유다.

하지만 이 기술이 지닌 더 큰 녹색성은 따로 있다. 하나의 원본영상을 무한다수가 공유해서 자신의 영상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물리적인 서버 1대를 수백명의 사용자들이 자신의 서버처럼 사용하는 가상서버와 같이 가상화영상 기술로 영상을 제작하면 하나의 원본영상에서 무한 수의 가상영상이 분배된다는 것.

따라서 가상화영상 기술에선 사용자들이 마음에 드는 영상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를 가상영상으로 분배받아 자신만의 개별영상으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영상에선 제작자의 용도로만 영상이 제작되고 그 용도가 사라지면 영상이 폐기되지만 가상화영상에선 무한사용자에게 무한재활용이 가능해 영상의 활용도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이는 영상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올 수 있다. 지금까지 영상제작은 주문제작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기성영상의 재활용이 가능한 시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굳이 양복점을 찾아가 맞춤양복을 주문제작할 필요 없이 백화점에 진열된 수많은 기성복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옷을 골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울러 가상화영상은 영상제작시 영상의 구성요소들을 객체화시켜 그 정보들을 DB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따라서 영상제작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고 저장된 정보를 수정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영상의 내용을 손쉽게 수정할 수 있는 점도 기존영상과 차별되는 녹색성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접목되면 이렇듯 영상도 ‘녹색 옷’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