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국정감사에서도 구역전기사업자 문제가 지적됐다. 이화수 의원은 지경부 국감에서 구역전기사업자들이 전력 재판매가 가능한 제도적 결함을 이용해 올해 상반기에만 45억 8,6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면서 사업자의 부당이득 수취를 막을 수 있는 보완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진은 올 국정감사 장면으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지경부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구역전기사업 제도 폐지를 둘러싸고 2차 대전이 시작됐다. 한전은 최근 구역전기 사업자의 전기요금 체납으로 전기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놓인 사당동 우성아파트 4개 단지의 전기공급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한전은 이 아파트의 구역전기사업자인 (주)케너텍이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받은 전기요금 두달치를 한전에 납부하지 않아 전기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전은 최근 이 아파트의 전기사용계약 당사자인 케너텍에 대해 전기공급을 중단하면, 아파트 입주민이 케너텍과 전기사용계약이 체결돼 전기사업법상 한전이 사당동 우성아파트 등 4개 단지에 직접 전력을 공급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전은 최근 지경부장관의 공급명령이 있을 경우에는 정지없이 계속 공급할 계획이라며 중단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지경부는 이번 파동과 관련, 케너텍의 구역전기사업허가 취소와 함께 한전의 전력공급을 허가했다. 이런 연유로 구역전기사업자 제도 폐지의 논란이 다시금 촉발되고 있다.

케너텍은 2005년 6월 ‘사당지구 4개 단지의 구역형 집단에너지 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으며, 같은 해 당시 산자부로부터 사업자번호 제2004-07호를 획득해 구역전기사업자 민간 1호로 불려왔다.

구역전기사업자 제도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해 온 당사자 중 하나는 바로 전력노동자다. 전국전력노동조합(위원장 김주영)은 “구역전기사업자가 단순 전력재판매를 통한 부당이익을 챙기는 잘못된 제도이며 민간구역전기사업자가 파산할 경우 결국 한전이 사업자체를 인수하게 되는 제도적 모순은 설비중복투자와 제도실패의 책임을 전체 국민이 떠안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며 폐지를 주장해 왔다.

전력노조는 ‘케너텍 사태’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이번 전력공급 중단 사태의 책임은 이렇게 부실화된 구역전기사업제도를 계속 유지시켜준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력노조는 “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안고 태어난 구역전기사업제도는 연료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2008년부터 급격히 사업자들의 경영실적이 악화돼,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서 모두 15개 구역전기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하는 상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이미 2009년 9월에 법원으로부터 사업청산 결정을 받은 케너텍은 고객에게서 받은 전기요금을 한전에게 납부할 여력을 상실한 상태에서도 계속 사업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전력노조는 “사태가 이렇게 악화되자 정부가 내놓은 처방은 지난 해 8월, 구역전기사업자에게 4월에서 10월까지의 하절기 동안 열 생산이 필요 없다는 이유로 자체설비 가동을 전혀 하지 않고 한전의 전기를 사서 고객들에게 단순재판매만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 밖에 없다”며 “이는 평균 1kWh 당 82원에 전기를 사서 120원으로 주택용 고객들에게 되팔면서 부도덕한 잉여수익을 올리는 길을 완전히 열어준 것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전력노조는 그러면서 “이런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케너텍은 고객에게서 받은 전기요금을 한전에 납부하지도 못함에 따라 결국 한전은 단전조치를 고객들에게 통보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력노조는 “사태가 이렇게 심각해지자 결국 지식경제부는 케너텍의 구역전기사업자 자격취소와 채권인수를 한전에 약속하며 한전이 해당 고객들에게 계속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며 “하지만 이 과정에서 케너텍이 고객에게서 받아 한전에 납부하지 못한 전기요금 미납분의 일정 금액은 한전으로서도 그 누구에게서도 다시 받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전력노조는 “이번 케너텍 사태는 전력산업의 민영화가 어떤 결과를 보여 줄 것인가를 미리 알려주는 좋은 사례”라며 “공공성을 망각한 영리추구는 결국 최종적인 전기소비자들과 전체 국민들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위험한 도박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