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연구원 국내외협력팀장/국제협력전문가

경남 창원에서 장유로, 장유에서 창원으로 가는 골목에 창원터널이 있다. 장유는 면이라고는 하지만, 인구가 거의 10만명에 육박하는 웬만한 시와 맞먹는 지방도시이다. 그런데 시가 아니라 면이라서 주민들이 각종 혜택을 보고 있는 곳이 바로 장유이기도 하다. 장유는 창원보다 물가도 저렴하고 공기도 맑아 살기가 좋은데, 단 하나 골치 아픈 게 있다. 바로 창원터널이다.

창원 터널이 개통되기 전에 장유는 상당히 낙후 되어 있었다. 창원이나 마산에서 김해시내로 가거나 김해공항으로 가려면 남해고속도로나 우회도로로 가야만 했다.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었던 그런 교통 상황 때문이었다.

10여년 전 창원터널이 개통되면서 창원에서 마산에서 김해와 부산에서 창원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창원 지역 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는 화물차들이 하나 둘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다. 그러다 보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저녁으로 심각한 교통상황이 유발된다. 터널 내에서 사고라도 나는 날이면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도 2~3 킬로미터가 주차장이 되고 만다. 터널이 뚫리기 전에 겪었던 시간적 경제적 손해는 잊혀진지 오래고, 고통스런 현재만 생각하게 하는 그런 교통 상황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창원터널로 오르내리는 도로에서, 터널 입구에서 크고 작은 접촉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앞으로도 발생할 것이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다. 양보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서다. 2~3 킬로를 기다시피 톨게이트를 지나 겨우 터널 입구에 도달했는데. 염치없이 새치기 하는 사람이 있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을 게다. 하지만 접촉사고는 과실의 유무가 누구에게 귀책이 되든 10초 빨리 아니 1초 빨리 가려다가 1시간, 10시간 늦게 가게 된다. 내가 잘했느니 네가 잘못했다느니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정말 부질없는 일이다. 보험처리를 하든 쌍방이 즉석에서 금전적으로 합의를 보든 집으로 직장으로 가는 시간은 지체되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 창원터널만 지나면 금방 집과 직장이다. 정상적으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상황이라면 5~6분이면 족하다. 그런데 차량이 증가하고, 접촉사고가 나고 터널 안에서 전복사고가 있는 날에는 30분 1시간 서너시간은 예사다. 왕짜증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끼어들기 하는 차에 강제로라도 박치기기라도 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단지 이성적으로 억제만 하고 있을 뿐이다.

정체 시간에 줄 담배를 피워대는 운전자들을 보노라면 이해는 가지만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나야 담배는 아예 입에 대지 않으니까, 스트레스를 담배로 풀지 않지만, 다른 방법이 있을 텐데 하는 마음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면 걸리는 대로 영어나 일어 테이프를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찌는 듯이 더운 날에는 테이프에 손상이 갈까봐 라디오를 듣는다. 교육방송 FM은 다양한 형태의 영어와 일어 공부를 시켜 준다.
물론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데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넉두리 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밀리는 시간, 짜증나게 하는 시간, 이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본인이 찾아야지 누가 찾아주겠는가. 마음의 여유를 잃게 하는 오늘의 세상사지만, 한 발 두 발 뒤로 물러서서, 때로는 심각하게 때로는 가볍게 생각하면, 여유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단편적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