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연구원 국내외협력팀장/국제협력전문가

나는 책 욕심이 많다. 지난 6월 결혼한 큰 딸도 나를 닮아서인지 책 욕심이 많다. 내가 서재로 쓰고 있던 방은 온통 책과 다양한 자료로 널려 있어 창고가 되다시피 했다. 그래서 잘 들어가지 않는다. 서재랍시고 만든 방에 잘 들어가지 않으니까 아내가 작은 방 2개를 방 하나로 쓸 수 있게 되어 있는 곳에 책상을 옮겨 놓곤 거기서 공부와 컴퓨터를 하라고 해 그렇게 하고 있다.

큰 딸 역시 신혼 집에 책이 절반을 차지한다. 자기가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있어 공부를 하다 보니 책이 그렇게 많은 듯하다. 나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데 큰 딸은 전문서적 중심으로 책을 보고 있다는 점이 나와 다르다.

나는 간헐적으로 대형서점에 들러 눈에 띄이는 대로 책을 사가지고 오는데, 큰 딸은 어디서 어떤 소문을 듣고 사는지 감탄할 만한 책을 살 때가 많다. 그런 책들은 여지없이 내 차지가 된다. 최근에 읽은 ‘미국의 거짓말’ 같은 책은 그런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직장에서 국영문 연설문을 작성하고 국내외 협력 업무를 수행하면서 그에 필요한 잡다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컴퓨터와 머리 속에 저장을 하곤 한다. 물론 영문 자료와 일어 자료를 통해 전문적인 지식을 확장해 나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인 상식과 전문 지식에 대한 감각만은 현상유지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난 주에도 창원의 대형서점에 들러 고교영어 교과서 9권을 사가지고 왔다. 시간이 나는 대로 읽어보기 위해서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고교 영어교과서만큼 영어공부 하기에 좋은 교재가 없는 것 같다. 물론 중학교 영어교과서도 훌륭한 교재지만, 나에게는 다소 쉽다는 생각 때문에 교교 및 대학교과서를 선호한다. 영어대화 수준은 중학 1-2학년 교과서 수준에 불과하지만, 읽고 해석하면서 이해를 한다는 차원에서는 다소 쉽다는 생각이다.

가끔 나는 주위에서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고교교과서 1권만 통째로 암기해 보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영어는 자연스레 정복될 거라는 말을 해 주곤 한다. 30여년 전 부평에서 서울까지 전철로 출퇴근 하던 시절, 그 당시 유명하던 회화책을 천번도 넘게 읽었던 기억이 뇌리에 각인되어 있어서다. 덕분에 비즈니스회화는 물론 팩스나 이메일 문안 작성 시 지금까지 긴요하게 활용하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나는 책을 살 때면 항상 희열을 느낀다. 큰 딸도 그렇다고 한다. 책을 통해서 깊고 심오한 지식을 담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번에 산 책 가운데 맘에 드는 것 1권을 골라, 백번 정도 읽어 볼 참이다. 새로운 도전은 나의 삶에 활력을 주리라는 확신을 갖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