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연구원국내외협력팀장/국제협력전문가

“결혼식장에서 1천여회 비디오 촬영을 했지만, 신부아버님께서 축가를 부르는 것은 처음 보는데요, 감동 그 자체입니다.” 지난 6월 27일 큰 딸 결혼식장에서 내가 하객들 앞에서 ‘오 솔레미오’를 불렀었는데, 그 때 비디오카메라 촬영기사가 나한테 한 말이다. 물론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일 게다.

 나는 고교 때부터 가곡에 관심이 많아 국내외 가곡을 즐겨 듣고 부르기도 하는 편이었는데, 생활에 치이다 보니 수년 동안 듣지도 부르지 않았다. 전적으로 게을러져서다. 물론, 성당에 다니면서 성가대의 테너파트에서 합창을 하긴 했지만, 자랑할 정도의 실력도 아니다. 그렇다고 창피를 당할 수준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고교시절 음악선생님께서 특별히 관심을 보여주시면서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신 덕분에 이론적으로나 실기면에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더욱이 군 시절 교회가 우리 부대와 가까이 있어서 틈나는 대로 오르간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었기에 나름대로 악보도 읽을 정도는 된다.

 내가 가곡을 다시 부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 우리 연구원 안산 분원이 주최하는 음악회에 참여하게 된 것이 계기다. 우리 가곡 ‘산들바람’과 이태리 칸소네 ‘라스파뇨라’를 부르기로 연출책임자와 합의한 후 김해 장유 굴암산을 오르내리며, 때로는 인적이 드문 곳을 아내와 함께 산책하면서 목을 트이는 연습을 3개월 가량 했었다.

 팔불출같은 이야기이지만, 고교 시절 나는 절친한 친구와 더불어 성악가 출신 음악선생님으로 부터 목소리가 괜찮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그러면서 나와 친구는 선생님의 반주에 맞춰 ‘가고파’와 ‘산들바람’ ‘보리밭’ 등을 음악실에서 자주 불렀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이지만 고음은 그런대로 처리할 수 있는데 저음에는 상당히 약하다. 중학 시절 희랍의 유명한 웅변가가 청중을 휘어잡는 목소리로 만들기 위해 입에 돌을 넣고 소리를 지르는 연습을 했다는 소리를 듣고, 나도 과도하게 하는 바람에 변성기 시절 목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금년에도 6월초 안산분원의 음악회에 참가하여 ‘오 솔레미오’를 불렀다. 큰 딸 결혼식에서 축가로 부를 겸 그 곡을 정한 후 토요일과 일요일 집 앞 굴암산과 창원의 비음산 장복산을 오르며 내려오며 2개월여 준비를 했었다. 직원 음악회에서는 썩 만족할 만하게 부르지 못해, 내심 결혼식장에서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었는데, 그런대로 통과했다는 생각이다.

 나와 아내는 지금도 그 당시를 자주 이야기하곤 한다. 아마추어로서 부르기 힘든 아주 높은 소절이 있는데, 거기서 상당히 부드럽지 못했었다며, 앞으로 노래를 계속 부를 거라면 성악가에게 레슨을 받아보라고 권유한다. 가성을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기교인데, 그런 기교가 부족하다는 것이 레슨을 받으라는 연유다.

 요즈음은 너무 바쁘다. 9월 일본에서 개최되는 한중일회의가 끝나고, 추석이 지나면 가까이 지내는 후배에게 성악가 한 사람을 소개받아 전문적인 지도를 받아볼까 고민 중이다. 금년 11월에도 안산음악회에 참여하여 항상 도전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다.

신랑의 축가는 보편적인데 신부아빠의 축가는 대단히 생소한 사안으로 인식되는 세상사다. 그런 세상사를 한 번 실행했다는 그 자체가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