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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 통합적 구조의 필요성과 대응방안
2010년 07월 27일 (화) 17:49:09 전력경제 epetimes@epetimes.com

2008년 촛불 국면 직후 이명박 대통령의 “물·전기·가스·의료는 민영화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선언이 있었고,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관련해서는 국회를 중심으로 발전산업 분할 체제의 비효율성에 대한 공방이 존재하였다. 2009년 11월 정부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KDI 연구용역 결과와 이후 공론화 절차를 거쳐 Zero-Base에서 검토하겠다”고 하였다. 2009년 이후 재통합 논의의 본격화는 지난 10년 넘게 ‘공전되어’ 온 전력산업 구조개편, 그리하여 ‘악화되어’ 온 전력산업의 상황에 대한 반성적 결론이자, 분할-매각식 민영화 정책의 완전한 실패를 의미한다. 전력산업 구조개편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주체 내부에서도 반성적 평가가 존재하였기 때문에 재통합을 주장하는 주체가 다양하게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대의기구인 국회에서도 재통합 필요성의 주장과 함께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전면적인 논의를 해나가겠다는 의지가 확실하게 표명된 시점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적어도 Zero-Base에서 출발할 것이라 여겼던 KDI 보고서 결과는 대통령의 선언, 국회의 의지, 해당 주체들의 열망, 국민들의 민영화 반대 여론 모두를 배반하는 내용이었다. KDI 보고서는 10년이 넘어 낡아버린 구조개편 추진논자들의 입장을 거의 그대로 수용하고,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을 예상하여 연구 결과의 각 부분을 누덕누덕 기워놓은 보고서에 지나지 않았다. 애초 5월 말 발표하겠다고 했다가 6월 2일 지자체 직후로 미루더니 선거 바로 며칠 후 발표를 연기하였다. 결국 7월 9일, ‘공청회’가 아닌 ‘정책 토론회’의 형식으로 발표하는 자리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노동과 시민 모두의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현 보고서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정책 토론회는 무산되었다. 현재 지식경제부는 각 이해관계자들의 논의를 개별적으로 듣는 형식으로 향후 구조개편 논의를 종결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KDI의, 국책연구자로서의 책임성 회피와 기회주의적인 작태에 대한 언급은 논외로 하자. 그러나 KDI 등 구조개편 추진론자들의 연구결과는 최소한의 정합성과 논리적 완결성조차 갖추고 있지 못하다. 망 산업의 자연독점성에 대해 종언을 선고하는 내용이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과 비교되어지거나, 국내외 여건 변화에 대한 수년 전 데이터 제출과 현실에 대한 무감각, 근거와 결론의 불일치, 막연한 대안 및 복수안으로의 회피 등은 결국 구조개편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밀어붙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녹색성장 전략”과 “스마트그리드”를 위해, 전기요금 현실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구조개편 추진, 경쟁강화와 민영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 하나하나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한계를 드러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우선 몇 가지 점에서 총평 수준에서 우선 언급하고 이후 주요한 쟁점에 대해 지적하는 것으로 한다.

첫 번째로 KDI 보고서는 1999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실내용인 수직-분할 체제의 연속선상에 있다. “발전과 판매부분의 경쟁강화와 단계적-부분적 민영화”를 의도하고 있다. 기존의 수직-분할 민영화 체제의 답습인 송전과 계통의 통일, 배전사업의 향방에 대해서는 단서조항으로 혹은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으나, 발전경쟁체제 강화와 민영화 가능성은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발전과 판매의 겸업, 송전과 SO 기능의 통합 및 -배전체제 분할 경쟁은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판매의 완전 경쟁 체제 등은 결과적으로 1999년 구조개편 내용과 실제로 동일하다. 다만 도입 경쟁 체제를 지난 10여년 간 ‘도입해’ 본 이후, 그 한계를 인정하여 우선 소매 경쟁 체제 즉 발전-판매 경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 다를 뿐이다. 그러나 발전-판매 겸업 및 경쟁 체제로 직접 간다는 것은 도입경쟁의 폐해를 인정한 우회로이다. 이전의 수직-분할 구조개편의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수정?보완한 형태로 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수정과 보완은 각각 내용의 단서 조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단서 조항조차 모호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행간을 읽고 이해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3단계 구조개편을 통한 완전 경쟁 체제-1999년 구조개편 계획-와 KDI 보고서가 의도하는 결론은 너무도 유사하다. 이는 전력산업연구회의 「신규제안」 내용에 녹아 있다.

두 번째로, KDI 보고서와 함께 전력산업 구조개편 추진론자들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시장구조”, “스마트그리드를 위한 새로운 전력공급 시스템 창출”, “전기요금 현실화” 등을 공통된 구조개편 추진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저탄소 녹색성장은 결국 원자력을 녹색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원자력 기저의 확장 및 원자력 세일즈를 국가발전 동력으로 설정하며→ 원자력 기저확장에 따른 수요 공급의 안정성을 위해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수요관리 패턴이 도입되어야만 하며→또한 스마트그리드는 통신 및 자동차 등 각종 시장을 육성할 수 있는 40조가 넘는 시장이 되었으며→스마트그리드를 통한 수요관리를 위해서는 RTP(Real Time Pricing)가 필요하고→결국 요금 현실화가 필연적이라는 주장을 담는다. 이를 다른 논거로 요약하면, 저탄소 녹색성장과 원전 세일즈를 통한 수출개발 전략이→기저 확대에 따른 수요관리 체제를 역설적으로 요구하고→수요관리 체제 즉 억제를 위해 요금체계 개편을 필요로 하며→이는 다시 구조개편 추진의 원인이자 이유로 돌아간다. 결국 구조개편 추진론자들의 10년이 넘는 요금 현실화 요구와 맞물려 결국 요금체계 개편 논리가 구조개편을 위한 근거이자 결론이 되고 있다.

이러한 논리 구조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원자력 확대 정책으로 정립하였기에, “저탄소”와 “녹색성장”은 한 궤를 이루게 된다. 이를 위해 스마트그리드라는 개념은 한국적 개념으로 왜곡되어 온갖 산업 육성 논리, 산업 ‘성장’ 논리와 조우한다. 결과적으로 요금 현실화라는 최종적 결론, 즉 구조개편의 사전적 추진과제이자 사후적 결과인 요금 인상 논리가 합법화되는 것이다. 이렇듯 전력산업연구회의 논의와 KDI 보고서는 한계에 봉착한 수직-분할, 민영화 논리의 근거를 “녹색성장을 위해”, “스마트그리드를 통한 필연적인 재편을 위해”, 『요금현실화의 불가피론』을 들어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1999년 구조개편 추진 당시 핵심 주장인 『요금 인하론』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으로 이미 수직-분할 경쟁 체제의 최대 취약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부정의 한 형태이며, 그 근거를 저탄소, 녹색성장, 수요관리에서 제멋대로 차용하고 있을 뿐이다.

세 번째로 결국 환경 및 생태운동에 대한 명백한 “사기극”이 현재의 구조개편 방안이다. 스마트그리드 등을 내세워 수요관리의 중요성을 수용한 듯하다. 그러나 요금관리 혹은 요금인상을 통해서라도 에너지 소비와 전력 수요를 억제해야만 하지 않을까 하는 환경운동 진영 일각의 고민을 악용하여 “녹색” 논리의 근거를 작동시키고 있다. 그러나 KDI 등의 논리는 에너지 소비의 56% 가량을 차지하는 산업용 수요에 대한 억제는커녕 전압별 요금 체제 전환, 종별 교차보조 해소, 주택용 요금제도의 누진 완화 등 요금 체제 개편을 통해 고압 수용가 즉 산업용 등에 대한 특혜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그리드는 저압소비자에 대한 관리만을 강화시킬 것이며 원자력 기저 확대에 따른 새로운 심야전력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전력의 난방 수요 등까지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전력산업 경쟁체제가 배출권 거래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 필요하며, RPS가 판매부문으로 이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향후 기후변화 국가 정책 방향성에 대해서도 많은 점을 고민하게 한다. 즉 실질적인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이 아닌 배출권 거래제도라는 시장?금융거래제도 도입으로의 대체는 이산화탄소의 실질적 감축-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발전거래를 축소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에 대해 미온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판매 경쟁을 통해 RPS 부담금을 소매로 전가하겠다는 것 역시 결국 소매 전기요금에 전적으로 전환 비용을 부여하겠다는 논리이다. 이는 환경 및 생태운동에 대한 사기극일 뿐 아니라 최소한의 에너지 기본권까지 훼손하는 정책 방향에 다름 아니다.

※이번주 리포트는 송유나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연구실장(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이 정리한 ‘전력산업 통합적 구조의 필요성과 대응 방안’ 중 ‘서두 및 총평’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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