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연구회(회장 이승훈)는 ‘2010년 정기세미나’를 열고 현재의 전력산업구조를 점검하는 한편, 전력산업 구조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경쟁’과 ‘다원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회는 전력시장에 경쟁요인을 유도해 심각한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전력산업이 독점적인 공기업 체제에서 변화무쌍한 에너지가격 급등락과 R&D부문에 대한 기술투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정표 건국대학교 경제학과교수는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탔는데 추풍령고개에 10년째 걸렸다. 그런데 추풍령고개에서 부산으로 행선지가 바뀌었다”는 말로 전력산업 현황을 비유해 설명했다.

연구회는 1인당 에너지소비량이 OECD중에 상대적으로 높은 원인이 ‘시장기능을 상실한 전력요금에 따른 에너지과소비’로 지적했다. 이에 요금을 정상화해 정당한 가격을 받고, 스마트그리드산업에도 경쟁을 유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이해가 결합된 전기요금의 의사결정론 구조도 강력하게 비판했다. 연구회는 근본원인으로 독점적인 공기업의 비효율성을 경쟁체제를 통해 기술개발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이날 세미나에서는 지금의 전력산업에 대한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서만 지적하고, 전력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을 뿐, 지금의 구조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주제발표>
■ 독점이 불러온 전력산업 제자리걸음/ 구조개혁과 전력요금정상화로 탈피
손양훈 인천대학교 경제학과교수는 전력산업을 구조개편을 통해 경쟁을 유도하려했지만, 독점적공급체제로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전력요금이 시장경제논리가 적용된 것이 아닌,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해 시장기능을 상실했다고 얘기했다. 손 교수는 전력산업이 왜곡된 이유를 전력요금에서 찾았다. 그는 전력요금이 정부차원의 배려가 없어 요금을 올린다는 사회적 인식과 전력공급이 공기업의 독점아래에 있어, 정치권이 인사와 재정에 관여하는 구조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가 전력요금손실을 국가재정으로 보조하는 행위는 에너지를 아끼는 사람에게 불공평한 처분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속적인 국가재정의 부담이 전가되어 에너지를 절약하는 사람이 더 손해를 본다는 설명이다. 해외의 전력산업에 관한 사례를 들면서, “한국만이 공기업이 국가를 장악하고 경쟁을 거부하고 있다”며 “퇴행적인 산업구조를 버리고 시장경쟁을 유도해야만 전력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에서 전자산업이 독점적인 공기업의 구조로 생산됐다면, 지금과 같이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효율개선 시스템을 도입해야/ 스마트그리드 실체 없이 말만 풍성
신중린 건국대학교 전기공학과교수는 전력이 시장논리에 의한 경쟁체제로 들어서야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권이 보장되고, 경쟁적으로 기술이 개발되어야 산업이 발전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선진형다소비구조에 들어섰기 때문에 캠페인을 통해서 효과를 볼 수 없는 만큼, 에너지 효율개선시스템도입을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전력요금에 적정가격을 매겨, 에너지를 아껴야하는 재화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 전력산업에선 스마트그리드와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요아이콘으로 꼽았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중심논의가 없어 실현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쟁을 차단한 폐쇄적구조로는 전력분야에서 스마트그리드가 기술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도태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중린교수, 이승훈교수, 최정표교수(사회), 김종석교수, 조성봉실장이 전력산업구조 개편에 대해 견해를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패널토론>
■ 스마트그리드 꽃봉오리 자르는 구조적한계/ 조성봉 한국국제연구원 연구실장
조성봉 연구실장은 전기요금과 공공기업의 비효율성,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의견을 밝히며 신중린 교수의 이야기에 힘을 보탰다. 그는 먼저, 전기요금과 관련해 “인상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가격이라도 제대로 받자”며 “1년 새에 36조의 부채가 늘어나 2009년에는 한전의 부채가 219조였다”는 점을 지적, 전기요금에 대한 규제를 풀어 전기요금을 정상화하자는 주장을 폈다. 공기업에 관해선 “공기업 뒤에는 정부가 있기 때문에 은행에서 유일하게 독촉하지 않는 채무자”라며, “대부분의 주식을 소유한 정부의 눈치만 본다”고 비난했다. 시장의 재화와 정보교환이라는 특성상, 스마트그리드도 자유로운 선택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발전할 수 없다고 했다.

■ 구조개편논의 걸음마수준/ 김종석 홍익대학교 경제학과교수
김종석 교수는 김영삼 정권부터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한 논의는 많이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초보적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전력산업이 과거로의 퇴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전력산업에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성립된 것을 이해 못할 때는 노사정위원회가 두려워 반쪽짜리 법안이 날로 통과되는 것을 이해를 못하고 반발했다”며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는 세계정세에 정체돼있는 현재의 구조로는 대응할 수 없다”며 개혁을 강조했다.

■ 가스로 생산한 전기를 가스대체물로 사용/ 신중린 건국대 교수
신중린 교수는 “지금 시골의 가스로 난방을 하던 비닐하우스가 전기로 대체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가스로 생산되는 전기가격이 더 싸서 전기로 대체한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며 지나치게 낮은 전기요금을 비판했다. 경쟁 없는 스마트그리드는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스마트그리드에 관해서 경쟁을 빼고 얘기하는 정부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스마트그리드는 종합적으로 논의되어야만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탄력적인 원가연동제 도입제안/ 이승훈 전력산업연구회 회장
이승훈 회장은 “최근 10년이 유독 격동기였고, 대단히 역동적인 환경이였다”며 경직된 전력산업에 요금을 원가를 반영하는 원가연동제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원가를 회수하면서 굉장히 시장에 반응하는 굉장히 탄력적인 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우리나라가 1인당 GDP가 높은 선진국에 비해 전력사용량이 과다한 점을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전력산업이 원자력비중이 제일 높아, 다른 나라에 비해 신재생에너지가 부진하다며 그 이유로 R&D 부문의 투자가 기술개발이 부족을 꼽았다.

<말&말> -‘독점적공기업이 지닌 비효율성’에 관해
정기세미나에서 정규패널 발표가 끝나고 참석자들 사이에 ‘규제를 받는 독점적공기업이 지닌 비효율성’에 대해 논의됐다. 관련기업관계자는 독점기업인데도 불구하고 저가와 양질을 제공하는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을, 국내 소비자입장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방청객은 독점기업의 비효율성과, 비전문가는 스마트그리드를 개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장적지배자의 독점적 횡포와 도덕적 해이 때문에, 전력산업의 관련된 민간사업자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전은 정부가 소유한 회사이기 때문에 정부가 자금을 지속적으로 넣어줘야 하는데, 회사채를 발행해 발전소를 짓고 있어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차입을 해서 짓다가 차입규모보다 이익구조가 낮아져 구조가 무너지면 국민이 그 부담을 떠안게 된다”며 걱정했다. “스마트그리드라는 엄청난 신기술이 확대될 텐데 공무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과연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과연 엄청난 기술을 놓치는 게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다른 방청객은 비효율성에 대해 “규제가 있기 때문에 독점이라도 싸다”고 대답했다. 규제를 받는 독점 산업에 대한 문제점으로 정보의 왜곡과 자본의 낭비를 지적했다. “규제를 받는 사람이 규제자에게 정보왜곡을 해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계획경제와 가격통제가 비효율성을 높였다”고 주장했다. 유지보수인력이 현장에 상주해 있어 유지보수가 너무 과다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리고 유가변동 폭이 큰 상황에서 정부는 사실상 공기업을 유지할 능력이 없다. 그 근거로 한전이 유상증자에 실패한 이유를 꼽았다. “한전이 자본을 끌어오기 위해 부채를 빌려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생산비용을 낮추었기 때문에 전력요금이 싸다고 답변했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이 높은 석탄과 원자력 비중이 높기 때문에 원자재가 싸고, 75%에 육박하는 전력부하율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새로운 신규발전소를 많이 지을수록 효율성이 높아, 기존발전소 보다 발전비용이 낮다고 분석했다. 높은 송배전비율과 낮은 손실률도 주요요인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