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회사로 구성된 발전산업노조가 파업 강행 15시간 만에 취소한 것은 정말로 다행스런 일이다. 자칫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빚어질 수도 있는 물리적 충돌과 전력공급 차질 등의 불상사를 피하게 됐다는 점에서 천만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노조의 주장이 파업강행과 취소 모두 ‘국민을 위해서’라니 한편으로는 어처구니없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국민 생활에 미치는 전기의 막대한 영향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발전노조가 이번 파업에 들어가면서 내세웠던 명분은 너무나 허술하고 미약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파업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결정을 무시한 것으로 절차상 문제가 있는데다 노조원들의 파업참여율이 저조했던 것이 철회의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여겨진다. 직권중재가 내려지면서 15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된 상태에서 파업에 돌입한 것은 두말할 것 없이 명백한 불법이다.

불법파업의 결과는 상처뿐이며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거의 얻지 못하고 오히려 큰 희생만 남긴다.
노조의 요구사항 중 핵심은 분할된 5개 발전회사의 재통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5조3교대 노동, 해고자 복직 등이었다.

이 가운데 재통합과 정규직화는 국가정책과 입법의 문제이지 발전노조만이 혜택을 요구할 사안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현행 4조3교대 근무를 줄여 달라는 요구는 일반 대기업보다 실제 근무시간을 낮추라는 것이다. 또 지난 2002년 파업 당시 해고된 348명 가운데 유일하게 복직되지 않았던 노조위원장과 1994년 불법행위로 해고된 3명 등에 대한 복직도 국민을 인질로 삼을 사안은 되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다.

노조파업의 전형적 원인으로 제기돼 왔던 임금인상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던 점에서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여러 정황을 놓고 볼 때 이번 발전노조의 파법은 실리적으로나 명분적으로 여론의 동정을 받기에는 너무나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강행했다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파업을 벌어지게 만든 정부와 발전사측의 대응태도에도 문제가 많다. 지난 2002년 파업 당시 노조가 사실상 백기를 든 사례를 무기삼아 ‘해볼 테면 하라’는 식으로 버텨 협상기간 내내 서로간의 감정싸움만 촉발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특히 노조가 업무 중첩과 불필요한 임원·간부 양산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재통합을 주장하는데 대해 인원 효율화나 경영 합리화 등의 설명을 전혀 하지 못했다.

결국 이번 사태 역시 정부와 공기업, 반(半)공기업의 노사 모두가 국민을 뒷전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발전노조는 이번 사태를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나 이런 식이면 언제나 피해와 괴로움을 당하는 것은 세금을 내고 비용을 분담하는 국민뿐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처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