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미·일·EU 석유소비 억제 등 효율 개선 경쟁
자원확보 경쟁·온실가스 감축 문제 동시 해결

유가가 급등하고 자원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등 국제 에너지정세가 급변하면서 ‘국내 에너지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2000년 이후 저유가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일본, EU, 미국, 중국 등이 잇따라 종합적인 국가 에너지 전략을 수립했다.

저유가 시대에 국가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던 에너지 정책이 다시 주목받는 ‘국가 에너지 전략’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주요 국가들의 국가 에너지전략은 2005년을 전후해 전략의 초점이 변화했다. 2005년 이전의 국가 에너지전략은 ‘자원의 확보’ 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다.

이에 비해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선 2005년 이후에는 ‘에너지 효율 제고’가 각국 에너지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세계 최고의 에너지 효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 에너지 효율을 추가로 30%올린다는 계획이다(신국가 에너지전략).

EU는 2020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20% 줄인다는 목표를 설정했고(Green Paper 2005) 전통적으로 수요관리에 별로 비중을 두지 않았던 미국도 석유소비 억제에 초점을 둔 ‘첨단에너지 이니셔티브(AEI)’를 발표했다.

에너지 폭식형 경제성장으로 한계에 직면한 중국은 ‘제11차 5개년계획’에서 2010년까지 에너지 효율을 2005년 대비 20% 개선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렇게 에너지 효율 제고가 강조되고 있는 것은 자원확보 경쟁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고유가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에너지 효율 제고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유가 사이클에 따라 전진과 후퇴를 거듭해 왔다.
현재 중장기적 관점에서 해외자원개발이나 자원 정상외교 등 에너지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머무르지 말고 하루빨리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한 국가 에너지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국가 에너지전략은 단순한 에너지 수급뿐 아니라 국가안보, 환경, 산업ㆍ기술정책과 연계된 포괄적인 정책이 돼야 한다.
또 고유가가 정착되고 있는 현실에 대응해 적극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제고하는 노력이 불가피하다.

단기적으로 민생부문 및 에너지 다소비산업의 에너지 효율 개선이 필요하며, 추진 과정에서는 시장 메커니즘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기술개발과 에너지 저소비산업구조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기업은 주요국의 에너지 효율 제고정책의 확산에 따른 경영환경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이 차세대 제품경쟁력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EU를 비롯한 수출시장에서 에너지 효율 규제가 강화되는 것에 대비해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개발,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