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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무엇을, 누구를 위한 조직 진단인가 ?
2010년 02월 23일 (화) 14:50:42 전력경제 epetimes@epetimes.com

과연 무엇을, 누구를 위한 조직 진단인가 ?

-한국 원전산업 진흥을 위한 제언, 그리고 우려

지난해 말 우리나라가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원자력 강국을 제치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상 첫 원전 수출 계약을 맺을 때, 모하메드 알 함마디 UAE 원자력공사(ENEC) 최고경영자(CEO)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형 원전의 가장 큰 매력은 세계적 수준의 안전성과 운영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특히 한전 컨소시엄은 다른 경쟁 업체에 비해 안전성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원자력발전 사업에만 헌신해온 사람으로서 그때의 감동은 잊을 수 없다. 실로 ‘원전가동 30여 년만의 쾌거’인 것이다. 원전 플랜트의 첫 수출은 경제적인 가치로 따져보면 조선과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우리나라 제4의 신성장 동력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은 제42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은 원전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존 수평체계로 구성된 원자력산업을 수직체계로 재편할 것을 보고했다. 또 원전을 신성장 수출 주력산업으로 육성, 앞으로 20년간 해외에서 건설되는 430기의 원전 중 80기 정도를 수주, 원전 점유율을 20%로 끌어올려 ‘빅3’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원전 건설과 원전 수출을 효율적으로 추진키 위해서는 2011년까지 원자력 관련 추가 인력이 2,779명 필요할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한수원은 20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며, 10기의 원전을 건설 또는 건설 준비 중이다. 그러나 한수원 종사자 인력은 거듭되는 구조조정으로 거의 동결상태인데다 한전에서는 UAE 수출을 차질 없이 추진키 위해 말 그대로 곶감 빼먹듯 한수원 인력을 무작위로 차출해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인력부족으로 가동 중인 발전소 운영도 버거운 상황에서 전문·우수인력을 빼가기만 하면 국내 원전의 안전성은 어찌 보장할 수 있겠는가? 한수원은 비록 자회사이기는 하나 독립 회사로서, 국민들의 감시를 받고 있는 국영기업이다. 마치 개인기업에서 일용직을 데려다 쓰듯, 인사권을 좌지우지 하는 한전은 즉각 중단 해야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에너지 공기업 조직진단 용역 결과는 한심하기 그지없다. 잘 알다시피, 기획재정부는 에너지 공기업의 인력상황 점검 차원에서 딜로이트 컨설팅에 에너지 공기업 조직진단 용역을 의뢰한 바 있다. 그 결과는 기가 찰 정도로 참으로 황당하다.

우선, 원자력 정비분야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정비분야 전체를 한전KPS로 이관하고, 한수원은 발전소 운전만 담당하라는 것이다. 또한 30여 년간의 운영경험을 바탕으로 이룩한 지역공통체적 공존공영의 원자력사업소 특성이 배제된 무작위적 아웃소싱 요구는 지역 원전의 기반과 존립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조직 진단팀은 한수원의 정비관련 업무가 한전KPS와 중복되니 현 정비 관리인력 1,657명중 887명을 감축할 것을 제시했다. 원자력의 핵심분야인 기계, 전기, 계측분야 설비의 정비기능을 모두 한전KPS에 이관토록 하고, 주인인 한수원은 가만히 앉아 발전소 운전이나 하라니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지나가는 개가 웃음칠 일이다. 그렇게 해도 될 일 같았으면 20년 전에 그리하지 않았겠는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운전을 위한 각종 정비정책의 수립, 취약설비의 지속적 개선, 고장원인 분석 및 대책 수립, 각종 공사·용역의 표준화 및 최적화로 정비비용 최소화, 신규설비 설치공사 계획 수립, 각종 국산화 기술개발 및 연구 시행 등의 핵심 업무는 누가 담당한다는 말인가. 조직진단팀은 단순 현장작업 중심의 정비 업무에 치중하는 한전KPS가 이런 일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 또한 원전 수출을 확대키 위해 원자력산업을 수직체계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시점에 한수원 기능을 대폭 축소, 수평분할하려는 움직임은 백번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조직 진단의 목적은 무엇이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혁 작업인가. 원자력업무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일반 제조기업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 한심한 보고서를 낸다면 안 하니만 못한 것이다. 이런 결과를 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거나, 또한 이런 계획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는 정부는 진정으로 반성해야 할 일이다. 잘 운영되고 있는 조직을 송두리째 흔들어 원전 안전성을 위협하려는 이런 용역결과는 국민들로부터도 지탄받을 일이며, 후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죄를 짓는 일이라 생각한다.

신고리, 신월성 1,2호기 시운전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 발을 동동 구르는 현실을 바라보는 원자력업계의 시각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UAE 원전 수주로 무작위 인력 차출이 자행돼 그야말로 한수원은 공중분해될 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 30년간 공들여 쌓아온 원전 안전성은 위기상황으로까지 몰렸다. 그동안 우리 원자력산업의 핵심은 안전성 최우선, 그리고 경제성 확보가 그 다음이었다. 그것은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방사능 누출사고와 미국 TMI 원전 냉각재 상실 사고의 뼈아픈 교훈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전 운영실적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이용률은 2009년 말 기준으로 91.7%를 달성, 세계 원전의 평균보다 12%나 높다. 한국형 원전이 원자력 강국을 제치고 수주에 성공한 이유는 이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운영실적과 안전성이 뒷받침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늘날의 대한민국 원전 안전성과 운영 실적이 저절로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며, 차세대 성장 동력인 원자력 플랜트 수출의 꿈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한전과 정부, 컨설팅업체는 저인망식의 인력 빼가기가 계속되고, 전문인력 확보가 더 이상 늦어진다면 우수한 원전 이용률은 고사하고 언제 원전 사고가 터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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